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쓴 이야기라고, 리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지만 진짜같은 이야기다. 거짓에도 진실이 스며 있을 수 있고, 사실에도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진실 같은 것(219쪽)'이 분명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그래서 진실로 읽혀지는, 하루키의 소설이다. 주인공들이 심심할 때는 꼭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누군가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특히, 인물들이 책을 펼칠 때는 일본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으로 착각하는 일까지. 현실 속에서도 일본사람들은 책을 늘 읽고 있고 읽으려 한다까지....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흘러갈 데를 찾지 못한 채 내 안에 쌓여 있다. 그것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밤에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쌓여만 간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떠안는 고충이다.(12쪽)' 타인의 이야기를 주로 들어주는 나는 어떤가. 분명 풀어낼 통로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글로써 누군가는 수다로써 아님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에도 조용한 벙어리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건 친절하게 귀를 기울이고, 때론 동정하고 때론 함께 기뻐한다. 사람들은 끌려들듯 그의 주변에 모여들어 이런저런 고백을 하고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마지막에 청년은 목숨을 끊는다.(12쪽)' 타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기도 하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이야기는 나의 몫이 된다. 이야기의 부피에 따라 들어 줄 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키에게 말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의 소설의 일부가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하루키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사실이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부자연스럽고 인내가 필요할 지 모른다고 한다. 소설로 읽는다면 쉽게 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순전히 읽는 독자에게 사실로 읽든, 소설로 읽든 맡겨 놓았다. 하루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줬을 뿐이다. 그 다음의 몫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읽고 싶은 꼭지를 펼쳐서 읽으면 된다. 읽는 순간 불편함이 올라 온다. 진짜로 사실일까. '레더호젠'과 '야구장'이 제일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