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일까. 인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을 믿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스스로를 폐인이며 인간 실격자라 여겼던 서투른 한 사람의 고백서(136쪽)"를 읽었다. 모른척하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요조는 그 조차 들키고 만다. 속고 속이는 세상사에서 모른척 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없는 요조는 죽음을 택하지만 혼자 살아남게 되고, 깊은 죄의식으로 절망감에 빠진다. 믿고 마지막 호의로 따라간 곳은, 정신병원으로, 그곳에서 인간실격, 완벽한 폐인으로 스스로 낙인 찍는다... 이렇게 예민하고 순수하여,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답답....인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상황이나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의 선택과 책임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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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클래식 보물창고 35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아영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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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호소한다. 저는 그 수단에 조금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호소해도, 어머니에게 호소해도, 순경에게 호소하거나 정부에 호소해도, 결국은 세상살이에 강한 사람이 세상이 좋을 대로 할 만한 기세 좋게 떠들어 대는 건 아닐까. 편파적일 것이 자명하다. 결국 인간에게 호소한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저는 역시 진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저 참고 우스갯짓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쪽)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난 저는 원래의 경박하고 가식적인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조차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솜으로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 입는 일도 있습니다. 상처를 입기 전에, 얼른 이대로 헤어지고 싶다고 서두르고, 늘 하던 우스갯짓으로 연막을 쳤습니다. (58쪽)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인간의 복수(復數)인 걸까요? 어디에, 그 세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있는 것입니까?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강하고, 엄격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세상이라는 건 자네가 아닐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습니다. (88쪽)

"아니, 이제 필요 없어."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남이 권하는 것을 거부하지는, 제가 살아 온 인생에 있어, 그때 단 한 번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저의 불행은 거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권하는 데 거부하면, 상대방의 마음에도 저의 마음에도, 영원히 고칠 수 없는 금이 갈 것 같은 두려움에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125쪽)

완벽한 폐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안 뒤로 저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아버지가 이제 없다, 나의 마음속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던, 그 그립고도 두려운 존재가 이젠 없다. 제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고뇌의 항아리가 몹시도 무거웠던 것은 아버지 탓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했습니다. 완전히 맥이 풀렸습니다. 고뇌할 능력조차 잃어버렸습니다. (127쪽)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세계에 있어, 단 하나의 진리로 여겨지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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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의 그녀의 글을 읽었는데, 아직도 유효하다...그녀의 세밀하고 뾰족한 글이 내맘에 금을 내고 있다...

일터에서는 어느새 고령자 축에 들어가 있고, 집에서는 원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되어 각각의 삶을 살고 있고 - 어느 순간 아주 오랫만에 본 듯한 느낌까지, 누구세요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정도- 이제는 진짜로 나의 삶에 몰입할 수 있고, 나만의 삶을 살아야 된다는 굳은 의지까지 생겼다...그러면서 홍상수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보고 북촌을 돌아 인사동까지 자박자박한 걸음으로 시월을 시작했고...전어, 새우가 살아 뛰는 서해안 낙조까지 보고 오면서 시월을 지나고 있다... 순간의 기억들이 각색과 윤색을 통해 최적화된 이미지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지금 추억하고 있는 기억이 과연 맞는 걸까. 맞다면 누구의 기준일까... 그래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사는 거다. 누구의 잣대보다는 나의 기준으로, 그 기준을 조금 더 멋지고 세련되게 만들려면 열심히 일을 하여 민생고부터 해결하여야 하고, 그리고 등등... 나에게 온 명품이 누가 봐도 짝퉁이 아니라 명품으로 끄덕여 지길...스스로 명품(물건을 칭하기도 하지만 삶의 질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음)을 누릴 만하다는 당당함까지... 그 정도에 다다를 수 있는 강하고, 우아하고, 기품있는 마음의 수위까지 조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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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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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모든 새로운 트랜드는 또 다른 소비 욕망을 부추길 뿐이고, 우리는 그 욕만을 채우기 위해서 또다시 등뼈가 휘도록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까? 말하자면 `웰빙 때문에 웰빙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8쪽)

"진짜 사랑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불륜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불륜은 선택을 요구하는 관계거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걸 사회적으로 용인된 관계로 전환시키려면 자기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잖아. 기득권, 편안함 같은 것들. 그걸 포기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 (84쪽)

그런데 그 샤넬을 입는 순간 치졸하게 말로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자신이 가진 재력과 권력,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상한 취향을 한 방에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131쪽)

그렇다면 내가 연애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혹시 `강하고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는 내 옷차림 때문일까? `막 나가는 여자`처럼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남자들이 꼬이긴 하는데, `강해 보이기` 때문에 어느 남자도 끝까지 나라는 여자를 돌보지 않는 거다! 이제야 알겠다. (140쪽)

그런데 최근에 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됐다. 난 그저 기회주의자였을 뿐이었다. 때에 따라 진보와 보수, 아날로그와 디지털, 선과 악, 정신과 육체, 자연과 문명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 이번 겨울 모피에의 유혹에 빠져, 부드러운 밍크 목도리에 볼을 부비는 내 자신을 보며 그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143쪽)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그리고 질투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 것이고, 아니면 떠나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니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라. 그리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혹시 내가 찾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몸 위에 도도하게 흐르던 우아한 섹스어필의 정체가 아닐까? (218쪽)

그리고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걸 칭찬하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한편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체로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누가 "네 영혼을 사랑한다"고 하면 솔직히 코웃음이 날 것 같다. 하지만 내 팔이나 내 가슴처럼 확실히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는 남자 앞에서는 나는 도리가 없다. (260쪽)

저렇게 미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다루는 예술가의 영역에서 진짜 프로라 할 수 있을까 싶은 거다. 나의 그러한 직업적 시각은 업무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성적으로 매혹되는 대상으로까지 옮겨간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사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뭐랄까 경제력이나 학벌, 직업이 `밥그릇`의 문제라면 스타일은 문화와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어느 정도 불러진 다음에야 예술이나 문화를 생각하듯 스타일을 생각할 수 있다. (294쪽)

한편 자크 데리다의 말에 의하면 `스타일(문체)은 뾰족한 펜 끝`을 의미한다. "날카롭고 뽀족한 것등은 어떤 대상을 공격해서 거기에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그 자신을 단숨에 파악해 점령하려는 맹목적인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말이다. 문체란 저자가 대상을 날카로운 펜 끝으로 공격함으로써 새긴 고유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저자의 본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위장이기도 하다."([에쁘롱-니체의 문체들]중에서)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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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한 남자, 한 때는 모든 소년들의 우상이었는데, 똑같은 일을 겪였지만 현재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그렇게 원하고 희망한 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그분의 섭리라고 생각할 수도. 아님, 그분과는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원하든 원치않던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부모님이 떠올랐다. 팔순예배를 드리면서, 더이상 이룰 거도 바랄 거도 없으시다고, 이젠 하늘나라 갈 일만 남았다 하신 아버지. 모든 이의 부러움을 받으셨던, 당신의 복을 겨워하셨던. 그런 아버지에게서 가장 특별한 외동아들의 아픔을 터트리시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가족 전체를 다시 매만져 주신 일들이, 여전히 기도에 기도를 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남아있는 일이 생겼다. 순명하며 받아들일까. 아님 분노와 아픔속으로 같이 매몰될까는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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