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한 남자, 한 때는 모든 소년들의 우상이었는데, 똑같은 일을 겪였지만 현재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그렇게 원하고 희망한 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그분의 섭리라고 생각할 수도. 아님, 그분과는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원하든 원치않던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부모님이 떠올랐다. 팔순예배를 드리면서, 더이상 이룰 거도 바랄 거도 없으시다고, 이젠 하늘나라 갈 일만 남았다 하신 아버지. 모든 이의 부러움을 받으셨던, 당신의 복을 겨워하셨던. 그런 아버지에게서 가장 특별한 외동아들의 아픔을 터트리시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가족 전체를 다시 매만져 주신 일들이, 여전히 기도에 기도를 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남아있는 일이 생겼다. 순명하며 받아들일까. 아님 분노와 아픔속으로 같이 매몰될까는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