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가끔씩 실감한다. 일터에서 나이 순을 매기면 상위 1프로에 드니까. 어떻게 나이를 잘 먹고 잘 늙을까가 관건이다. 그리고 부모님까지 생각난다. 지금 그분들의 삶을 자꾸 간섭하려 한다. 두분이서 잘 살고 계시는데... 잘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데... 지금의 나의 삶이 바뀔 수도 있었다라는 지점에서는 화가 난다... 내가 바랐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어제는 교보문고를 다녀왔다. 오만년된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테이블을 보는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내 삶의 천배를 살아왔다는 것. 그걸 견뎌온 것 만으로도 고개 숙일 수 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건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면 된다... 80년을 살아오신 부모님들도 존재만으로도, 그리고 여전한 보살핌으로 자식들과 주고 받고 계시는데,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거다. 애써 감출 거도 보여줄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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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7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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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다. 받는 데서 주는 쪽으로 성숙해가고 삶이 죽음을 값지게 만들면서 인생의 주기를 매듭지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 드는 걸 감추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 삶의 신비를 벗겨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는 성장 과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경험해야 한다. (17쪽)

바퀴살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다. 한데 어우러져 이지러지지 않는 원을 만들고 그 힘이 모이는 중심축을 드러낼 뿐이다. (24쪽)

분리가 사회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이라면, 적막감은 가까운 이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이다. 배우자나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떤 말로 설명하고 해석해도 냉혹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슴 깊이 거절감이 스며들고 심지어 분노가 치밀기까지 한다. 이런 감정을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감춰놓고 남들은 물론 자신에게조차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그 감정은 그지없이 큰 고통을 안기기 마련이다. 분리와 적막감은 노인들을 심각하게 소외시키는 강력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살펴볼 자기 거부야말로 더없이 파괴적인 거절 방식이다. 자아상실은 곧 내적인 외면이자 배척이다. 이해득실을 따라 움직이는 사회에서 더 이상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라든지,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모임조차 꾸려갈 수 없게 되었다는 느낌을 안겨줄 뿐 아니라, 자긍심을 앗아가고 내면생활을 온전히 이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자아상실은 분리나 적막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도 나이 든 이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50-51쪽)

나이가 든다는건 어둠으로 내려가는 통로일까? 아니면 빛으로 이어지는 길일까? 답은 우리 존재의 중심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누구도 딱 집어 판단할 수 없다. 아무도 자신이 노년이 이러저러할 것이라든지 이만저만해야 한다고 단정짓지 못한다. 실존의 의미를 예측하거나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은 인간의 위대한 속성에 속한다. 궁극적으로 존재의 가치는 마음으로 누리는 자유 속에서만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다. 오로지 거기서만 분리와 연합,적막감과 소망,자아상실감과 새로이 되살아난 통찰을 분별하는 게 가능하다. 너나없이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마련이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고유한 방향 같은게 없다. 파괴적일 수도 있고 창조적일 수도 있다. 억압적일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 추방과 거절이 부각되고 평생을 통들어 가장 두려운 시기인 노년이 도리어 공동체에 위가 어디고 아래가 어딘지 가르쳐주는 행복한 기회로 바뀔수 있다. 하지만 누가 은신처에서 노인들을 불러내는 주인공이 될까? 누가 그들의 두려움을 걷어내고 분리와 적막감,자아상실이라는 어두운 구석에서 뭇나라와 백성이 바라볼수 있는 빛속으로 데려갈 주역이 될까?(99-100쪽)

가난한 마음, 곧 젊음에 대한 집착을 놓을 줄 아는 초연한 마음은, 낯설기만 한 늙은 내 모습을 삶의 한복판에 기꺼이 받아들여 가장 친밀한 친구로 삼게 해준다. 보살핌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리라`는 착각을 밀어내고 가난한 심령을 갖게 한다. 그제야 비로소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반응해야 할까, 하는 걱정 따위는 제쳐두고 자연스럽게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앟ㄴ고 어른들이 내놓는 것에 관심을 쏟게 된다. 나이 든 이들을 위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궁리할 필요없이 그분들의 내면에 있는 것을 직시하게 된다. 그릇된 노력이나 선입견을 비워내면, 빵과 포도주뿐 아니라 삶의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늙은 나그네들에게 망설임 없이 내 놓을 수 있다. 긍휼은 가난한 마음에서 자란다. 가난한 심령만이 늙어가는 아픔을 헤아리고 또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130쪽)

살아가는 자세에 따라 늙어가는 양상이 달라지는 게 사실이라면, `됨됨이`가 `소유`와 꼭 들어맞는 건 아니며, 자존감이 인생의 성공 여부에 따라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선량하다는 게 곧 인기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이 투영된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돕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삼아야 한다. 나이 들어가는 이를 보살힌다는 건 성적, 학위, 지위, 승진, 보수 따위에 최종적인 의미를 부여하려는 성향을 끈질기게 물리치는 한편, 고독과 침묵까지도 언젠가 빛을 가져다줄 선물로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매면의 자아와 단절되지 않도록 용감하게 노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56쪽)

늙고 비참한 인간의 눈에 비친 세계, 진정 그것이 우리의 세상이다. (164쪽)

"그래야 생명이 값지지 않겠니, 아세르?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건 절대로 귀중한 게 아니란다."
진정한 보살핌은 유하하기에 더욱 소중한 인간의 공통 조건 위에서 서로를 바라볼 때 비로소 이뤄진다.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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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좋은 저녁이다. 얇은 책이지만 여성의 심리를 아주 세밀한 붓으로 그린 듯하다. 제목도 금요일 저녁이라니... 어떤 순간을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 빠져든 비밀스런 마음을, 특히 냄새때문이라면... 호기심에서 걱정, 아니 딱 이 순간만이라도 갖고 싶은 게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냄새라면 충분히 두려움과 불안을 이길 수 있으리라. 

지난 주에는 옥천을 다녀왔다. 정지용의 생가, 특히 툇마루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보수중인 이지당, 홍차가게 소정, 문을 닫은 콩이야기, 카푸치노, 대박집에서 맛본 도리뱅뱅이와 어탕국수, 풍미당의 물쫄면은 처음 맛 본거였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때껏 규정하고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개인의 신념은 언제든 저절로 변할 수 있다는 거... 그때는 그 순간에는 그게 전부였으니까...친구와 빗속의 시골길을 달리며 그때 붙잡아야만 했던 것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처럼... 돌아보니 많은 일도 있었더라... 어쩌라고... 지금 마음이 가는대로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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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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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슨 냄새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주 좋은 냄새였다. 이 좋은 냄새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숨을 크게 쉬지 말아야 한다. 움직이지도 말아야 하낟. 무엇보다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19쪽)

이제 그만, 더는 이 냄새를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지? 그가 뭘 하든, 깜박이를 켜든, 기어를 변소갛든, 핸들을 돌리든, 스위치, 손잡이, 기어 레버, 이 모든 것에 남자의 냄새가 배고 있었다. 그리고 왜 생각하면 안 되는가? 조금 있으면 이 남자는 떠날 것이고, 내일이면 이 남자를 잊을 텐테. 남자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뭐가 중요하지? 오늘 저녁, 딱 오늘 저녁만 이 남자의 향기를 누리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39-40쪽)

로르는 한숨지었다. 내일, 모레, 그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좋았다.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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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책을 동시다발로 여전히 전투적인 정희진 글은 반쯤에서 멈춰있다. 불편하고 힘이 드는 글은 자꾸만 멀어져 간다. 이때껏도 잘 살아왔는데, 아무리 책읽기를 좋아해도 양볼이 얼얼한 느낌을 갖게하는 글은 정말 맞을 짓을 했을 때 펼쳐서 읽게 된다. 정말 맞을 짓도 나이들면 그 조차 감각이 무디게 되지만.... 임경선의 글은 쉽기도 하지만 편안하다. 살아오고 살아가는 가치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가치'라는 단어는 무겁고 고정되어 있고 쉽게 바꿀 수 없다라고, 여기는 것은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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