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잭나이프를 가지고 다니던 여자가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를 찌르게 된다. 이유도 없이(꼭 이유가 있어야 되는 건 아니다. 이뿐 아니라 이 소설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라는 거다.). 그녀는 그 남자를 찾아 나선다. 영국까지 가서 만나게 된 그 남자는 프랑스어로 말을 건넨다. 그 후 그 남자는 프랑스에 와서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그 남자에 대하여 점점 익숙해져 가는 그녀는 그가 그녀를 기다린 만남을 했고 그녀와 지내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상반된 두사람(완벽한 정리정돈의 남자, 어질러진 상태로 사는 여자. 굴을 싫어하는 여자, 굴요리를 한 남자. 여자의 외모나 옷차림에 관심이 없는 남자, 남자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여자)이 사랑하는 것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그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만난 것은 칼로 찌른 그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만 그 남자에게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그 여자만이 필요하며(옮긴이는 그가 사랑하는 것은 그녀가 저지른 범죄 그 자체였고, 그에게 성적 흥분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작은 흉터였다. 일종의 마조히즘....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외모나 하는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 여자는 전혀 맞지 않는 그 남자에게 익숙해진 자신을 알게 되고 그 남자 없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 남자는 자신을 죽일 뻔했던 여자를 소유하려 애쓰고, 그 여자는 그의 커다란 몸에서 발산하는 공기를 마시며 그가 없는 자신을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된다... 어찌 되었든 사랑한다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길들여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으리라. 마지막 장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일, 그 남자가 요리하면서 탄내를 내고 있었다. 그녀를 떠나는 순간이 온 것일까. 아니면 그가 떠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그녀가 다시 잭나이프를 사용하게 될까... 사랑하면서 서로 맞춰주고 맞춰가는 익숙한 단계를 넘어 서는 순간이다. 가장 포장된 순간이 지나가는 때다. 그리고나면 서로의 낯선 진면목을 새로 보게 되고 다시 익숙한 단계까지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한 이별이나 결혼의 시간으로 들어오게 된다... 금요일부터 연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넣은 책이 잭나이프다. 가끔 게을러지고 뒤로 머물러 도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하지 않으려 할 때 필요한 도구 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고 싶을 때 사용되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자기이해를 통한 행복한 교사되기, 내가 행복해야 너도 행복하니까. 안되면 뇌를 속이면서까지 억지로라도 미소지으며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 지금 행복하고 행복하다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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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나이프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잭나이프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뭔가를 자르려고 그 칼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잭나이프는 늘 가방 안에 있었고, 그녀가 이따금 꺼내서 장난삼아 칼날을 튀어나오게 한 적은 있어도 그 이상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 칼을 훔쳐서 사용한 다음 가방에 도로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가방 안에 칼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누군가 칼을 사용했다면 바로 그녀, 엘리자베스였을 것이다. 그녀가 누군가를 그 칼로 찌르고, 상처를 입히고, 어쩌면 죽였을지도 모른다. (14-15쪽)

증오심은 그녀의 유일한 재산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상실해 버렸다. 그 남자의 침묵이 증오심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나서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남자를 찾아야 했다. (23쪽)

그녀는 그가 자신을 혼자 있게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는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그가 없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숨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세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녀는 생기를 잃었다. 그가 그녀에게 말하든 안 하든, 그가 그녀를 만지든 만지지 않든, 그의 숨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그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이제는 코 고는 소리 없이는 잠들 수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96-97쪽)

그녀는 사흘 전부터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전화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116쪽)

그는 새 원피스와 귀걸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녀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았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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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챙겨 넣은 얇고 가벼운?, 지하철 오가는 길에 읽었다. 책읽기에 관한 글이다. 그다지 감명까지는 없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읽기를 하면 되니까. 다만 책을 읽으면 좋겠다.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거의 모두 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소격동. 신대방삼거리. 익선동. 인사동. 서울역을 느릿느릿 쉬엄쉬엄 되도록 걸으면서 먹고 마시며 다녔다. 장장 아홉시간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1) 최근 우리의 로망인 카페오픈을 위해 작은 가게를 계약했다. 필요한 게 많았다. 명퇴를 하여 시간이 많은 그녀의 몫이 많은 지라 맛있는 거만 사줬다. 주변사람들의 우려섞인 목소리, 우린 단지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가장 소중한 손님이 우리라고. 우리의 입에 맞는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돈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까지. 2) 나의 솜털 보송할 때 각인 된 사람에 대하여, 이거저거 세세한 거까지 꺼내어 조목조목 이야기를 나눴다. 그 기억들은 삭제 된 게 아니라 그대로 멈춰 있다는 거. 다행인 건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거. 처음으로 마음에 닻을 내렸던 그 감정과 느낌이 지금 나에게 주는 영향등. 그 처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3) 사람관계,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 등. 영혼의 짝과 나와 만나는 친구들의 깊이과 넓이 등에 대하여 디스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주변을 맴돌고 싶었던 친구들에 대하여도 이야기 나눴다. 가족은 결혼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후회와 아쉬움을 토로하고 지금의 삶에 대하여.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장면이 바뀌기도 했다.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생각을 이만큼 하고 말할 수 있다. 소울메이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짝 또한 책읽기를 멈추지 않고 있기에. 서로가 좋아하여 중첩되는 면이 입체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읽기가 우리에게 주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쩜 이리도 비슷한지, 동일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괜찮다고까지 감히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대책없는 영혼이라고 말하고 싶을 지도... 그리고 보여주기 보다는 잘 보기 위하여 드로잉 배우고 있다. 보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그 자리에서 보이도록,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기지 않도록, 무언가를 제대로 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비포선라이즈 영화도 봤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삶이 멈추더라도 의미있는 시시각각으로 살고 싶다... 이러한 어렵고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나누고 버릴 수 있는 건 그 동안 읽어 온 책읽기 때문에 어렵게나 쉽사리, 쉬이 결정하고 가능하다는 걸 인정한다. 콩나물이 자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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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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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기의 우주 바깥으로 나가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가 마든 우주 안에서만 숨 쉬고 생각하며 살 수 있어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밀어 가며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의 우주가 넓어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지니 자유로워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나는 책 읽기를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15쪽)

우리가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아를 돌아보고 자기 성찰적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도 먼전 `나만의 서재`를 가져야 합니다. 서재는 지적 상상력을 낳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최전방에서 베이스캠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정말 힘들 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고, 창의력이 고갈했을 때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서재입니다. (43쪽)

책을 읽을 때 그 안의 지식과 정보를 기억할 게 아니라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며 저자와의 또 다른 나만의 사유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사유하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남는 게 있어요. 책 읽기는 지식이 저자에게서 독자로 옮겨 가는 일방 소통이 아니고 쌍방향 소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75쪽)

자신만의 도덕과 규범을 만드는 가장 쉽고 좋은 방식은 무엇일까요? 나는 인생 선배들이 쓴 훌륭한 책들을 읽는 것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살면서 그런 책들을 읽어 나가야 자기만의 숨은 도덕과 규범, 질서를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인생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더라도 극복할 힘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105쪽)

항상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최고의 날들은 오지 않았다고, 그것은 미래에 이루어질 일이라는 기대를 품고 사는 게 중요해요. 넓은 바다, 불멸의 춤, 빛나는 별들을 만나지 못한 것은 미래가 품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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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오는 밤에 늦게까지 읽은 라히리의 글에는 인간관계의 모든 양상이 나온다. 그리고 관계에서 파생되는 사랑, 갈등, 낯설음, 익숙함까지. 특히, 사랑하고 있는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글이었다. 슬쩍 스쳐간 손길과 눈길, 따뜻하게 섞은 말, 목소리, 모습, 기억들로 만나 점점 선선선 면면면으로 연인에서 가족이 되었지만 점선에서 실선까지 면으로 되기까지 서로는 모르는 부분이 아주 많다. 그래서 서로 연결되려 하고 겹치고 싶고 많이 알고 싶고 알게 된다. 그러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아니면 아주 많이 알게 되어 포만감에 차게 되었을 때가 그들 사랑의 유통기한이 된다. 그때까지 사랑하게 된다. "사랑해"란 말이 누군가에게는 깊이 새겨진 말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없이 임시방편으로 내 뱉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때, 그때 말이야, 무슨 말 했는지 기억나? 나의 기억과 너의 기억을 맞추었을 때 딱 맞아 떨어지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된다면, 지금 이 순간 너와 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속에 있다면, 서로에게 여전한 모름이 알고 싶은 욕망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면, 또 함께 나눈 조각의 추억들이 지금의 힘이 된다면,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서로가 될 수 있다. 이 먼 시간까지 살아 남았는데 서로에게도, 자식에게도 자랑스레 말 할  수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309쪽)" 그래서, 그럼에도, 그래도 사랑하려고 해야 한다. 모든 수고와 노력과 애씀이 사라질지라도... 비가 오니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같이 이 꽃들이 모두 떨어질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다. 비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꽃들이 이파리들이 스스로 떨어지는 거 같다. 봄비가 왔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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