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나이프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뭔가를 자르려고 그 칼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잭나이프는 늘 가방 안에 있었고, 그녀가 이따금 꺼내서 장난삼아 칼날을 튀어나오게 한 적은 있어도 그 이상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 칼을 훔쳐서 사용한 다음 가방에 도로 넣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가방 안에 칼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누군가 칼을 사용했다면 바로 그녀, 엘리자베스였을 것이다. 그녀가 누군가를 그 칼로 찌르고, 상처를 입히고, 어쩌면 죽였을지도 모른다. (14-15쪽)
증오심은 그녀의 유일한 재산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상실해 버렸다. 그 남자의 침묵이 증오심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나서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남자를 찾아야 했다. (23쪽)
그녀는 그가 자신을 혼자 있게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는 직장에서는 열심히 일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그가 없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숨소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세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녀는 생기를 잃었다. 그가 그녀에게 말하든 안 하든, 그가 그녀를 만지든 만지지 않든, 그의 숨소리가 들리면 그녀는 그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이제는 코 고는 소리 없이는 잠들 수 없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96-97쪽)
그녀는 사흘 전부터 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전화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116쪽)
그는 새 원피스와 귀걸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녀를 갖고 싶어 하지 않았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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