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임을 알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기준으로 드러난다. 외모로, 태도로, 재산으로, 성격으로, 친분 등등으로 구분된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우째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에나 나옴직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란다.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화들짝 놀라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이성과는 저만치 떨어진 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실이란다. 그래도 그래도 진짜일까, 설마, 하지만 맞단다. 진실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구별하기도 만만치 않다. 기억의 한계도 한 몫한다. 당최 누가 누구이기에 맞다라는 진실이 있을까, 법이란 테두리로 복잡한 인간의 삶을 가둘 수는 무리이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법이 보호하는 증명(서)을 통해서야 그나마 정리가 된다. 결국에는 각자의 입장에서 진짜와 가짜의 분분한 의견에서 너는 누구다라는 판결이 내려지지만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주변의 모든 이들이 '너는 OO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존재라는 자체는 혼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고, 그 안에서 순응과 적응으로 나아간다면.. 꼬리를 무는 생각들, 만약, 마르탱 게르가 삼촌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진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진실은 추측으로 가늠할 수 밖에... 약속있어 방독면쓰고 외출해야 한다.   

245쪽을 보면 "몽테뉴는 마르탱 게르 재판의 판결 기록에 '추측된다' 거나 '추정한다' 또는 '그렇데 될 수밖에 없다'라는 투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추측과 추정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르탱 게르의 귀향
장 클로드 카리에르.다니엘 비뉴 지음, 고봉만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강 건너편 버찌가 더 커 보이는 법. 그러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만나는 건 길바닥의 비참함과 알 수 없는 모진 바람 그리고 발부리에 차이는 동료의 시신뿐이다. (39쪽)

남편이라는 작자가 집 떠날 궁리만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도, 자식도, 온갖 지극한 정성이나 어떤 대담한 행동도 그를 붙들어 잡아둘 수는 없을 것이다. 떠날 사람은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45쪽)

"세월은 유유히 흘렀다. 사람들 말마따나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흘렀다. 날이 가고 계절이 바뀌었다. 마을 전체를 뒤흔들었던 마르탱의 귀향은 조금씩 잊혀가고 있었다. (81쪽)

"자, 이제 여러분 모두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시오. 양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람이 마르탱 게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왼쪽에 서시오." (중략) 고등법원 판사는 큰 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사람이 진짜 마르탱 게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오른쪽에 서시오." (132쪽)

법이란, 인간이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저녁에 수도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또는 혼자서, 나중에 마을에 돌아와서도 겉으로 보기에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말에 대해 골백번도 넘게 자문해 보곤 했다. 만약 법이 인간은 누구나 선하고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믿다면, 과연 인생도 그러할까? 법에서는 전제하고 있지만, 종교에서는 문제 삼고 있고 경험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의 천성적인 선함에 도대체 무슨 변고가 생긴 걸까?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내 보잘것없는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 속에 어떤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바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회의를 겪었을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182-183쪽)

"태피터를 이중으로 댄 흰색 반바지 말이군. 하지만 그걸 네게 말한 건 바로 나잖아." "아니지! 내가 너에게 말했지." 피고가 응수했다. "어떻게 감히 내가 말해준 걸 네놈이 역이용할 수 있어!" (중략) "잠깐, 자네는 자네가 저자에게 이야기했다고 했지?" "네." 그는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숨을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저자가 그걸 역이용하고 있단 말입니다." "하지만," 판사가 말을 다시 이었다. "저자가 법정에 들어왔을 때, 자네는 말하지 않았나.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고." (212-213쪽)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이 무엇입니까?" - 황제 하드리아누스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입니다." - 철학제 에픽테투스 (2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모두 부산에서 모였다. 그때의 사진을 함께 보면서 서로 다른 기억들을 맞췄다. 그리고 누군가 가지고 온 기타로 MT 기분을 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우리는 참 많이도 늙었구나. 교장, 교감, 장학사 등 나처럼 퇴직한 이부터 모두 그때로 돌아갔다. 그 사이 어디론가 숨은 친구도(아무도 모른단다. 잘못된? 결혼으로 사라진), 이미 하늘 나라에 간 이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다닌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이도 있다고... 기차를 타고 오가는 길에 읽었다. 난다에서 2017. 2018 출판한 이런 형식의 책을 이어서 읽은 셈이다. 장석주의 글에만 눈이 많이 갔다. 박연준은 자꾸만 장석주와 같이 살고 있다는 표를 내려했다. 서로가 주고 받는 연애편지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러했다.

그 사이 무슨 투자를 하라는 이가 멀리서도 찾아왔고, 축하인지 뭔지 모를 전화를 친구도 없는 내게도 몇통이 와 본인 이야기만 한 시간씩 한 이도 있었다. 이러이러한 사람들로 슬펐다. 가려서 전화받고 만나야겠다.

오랫만에 꿀잠을 잤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펼치고 하루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글을 읽는 이유는 뭘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읽어본다
장석주.박연준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이 쓴 책을 읽는 행위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 그의 시선으로 보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와 같다. 책읽기는 누군가의 관점을 빌려 세상과 사물을 보고, 감정 이입empathy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타인이 빚어낸 이 앎의 집적체를 뒤적이고 읽는 것은 낯선 사람, 나와 다른 감각의 존재, 즉 외국인, 탐험가, 역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편협한 주관성을 벗어나서 타자와의 공감 능력, 타자의이해와 앎을 내 것으로 취하면서 문해 능력을 확장한다. (30쪽)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비참할 정도로 많은 ‘거짓‘이 필요하다. 진실이라니. 진실이라니. "얼어죽는" 진실 따위. (97쪽)

물질적 풍족이 반드시 다를 테다. 지혜, 사랑, 올바름, 고요함, 영성, 초월 따위의 가치를 좇고 따를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바란 것을 창조적 활도오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삶이다. (124쪽)

학습 기억이 줄면 대뇌피질이 굳어지고 뇌의 사고 기능에서 유연성이 사라진다. 그 결과로 회의가 없는 자기 신념과 강화된다. 따라서 신념 기억의 이상 비대화는 사고의 빈곤, 생떼쓰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학습 기억이 준 이들의 전형적 행태가 말의 무질서함과 생떼스기다. (160쪽)

내가 원하는 것을 못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생각에 해피하게 지낸 시절이 있어. 아, 나는 어쩌면 이리 운이 좋은가 음미하다가 그 비결이 떠올랐어.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만 원했다는 거야. 가지 못할 것은 아예 원하지 않았다는 것. (195쪽)

벗이 죽는 것은 기억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 아는 이들이 다 죽으면 기억은 ‘제로‘로 돌아가 존재의 영도로 전락하는 것. (250쪽)

내게도 노화, 쇠락, 다가오는 죽음은 다 낯선 경험이다. 마흔을 넘기면 ‘늙어감‘과 마주친다. 피부는 탄력을 잃고, 성욕과 기억력은 감퇴한다. 신체의 쇠락과 마주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이다. 늙음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은 불가피한 것.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살아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죽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새삼스럽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살았던 세월의 길이가 아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가가 중요하다. (280쪽)

책읽기는 "기호 해독 행위"이고, "망막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좌측 후두측두열구의 가장자지로 전달되고, 해독"되는 과정이다. 이때 뇌는 화들짝 깨어나 반응한다. 책은 재미, 위로, 교양, 기쁨, 고요, 휴식, 자기성찰의 계기들을 준다. 오늘의 문명사회가 점점 더 책과 멀어지게 하는 것은 "동시다발적인 자극에 중독돼서 두꺼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고도로 집중되고 한결같은 주의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31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자를 통해 가 보지 못한 곳에서 한 번은 읽었거나, 또는 처음 마주한 책들을 펼쳤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 곳을 보듯, 그 곳이라면 이 책이야 하는 그런 책을 배낭에 넣고 떠난 이야기를 한 꼭지씩 만났다. 어딜가든 책을 가장 먼저 챙긴다면 책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두세권씩 챙겨 떠나지만, 그 곳과 그 상황에 맞지 않아 그대로 들고 올 때가 많았다... 그러한 안목, 지금 이러이러한 책이 있다면 좋겠는데, 아쉬움을 줄이고 싶다면 저자가 간 곳을 갈 때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다...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북유럽 여행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그리고 선물들이 수시로 배달되었다.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서류에서 떨어졌다 - 설령 통과 되어도 시험이야 사전들고 하면 되겠지만, 외국어 면접도 남아 있다. 그리고 유명한 통번역 졸업생들이 온다는 소문을 믿는다면 그들과는 물리적인 차이가 어마하지 않을까. 등등의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다. -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한달에 한번 만나는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고, 안광복 출판강연도 들었다. 

그리고 3월이 되면 누가 권해 준 책을 번역하고, 발레를 배우고, 책읽어 주는 자원봉사도 하게 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책 읽기는 삶이 긴 여행이니, 계속 함께 할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