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슬으슬, 춥다. 무릎담요를 가지고 갔다. 빗줄기가 굵다. 조금이라도 빨리 오려고 달렸다. 도심은 햇살이 짱짱하다. 거짓말처럼 도시이편과 저편은 날씨조차 다르다.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하다. 조금씩 속이 시려오는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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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아서
빅토르 프랑클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이서브 / 2001년 12월
품절


너무 바짝 붙어 있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나, 체험의 실상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다.-23쪽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라 할지라도,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할 수만 있다면, 비록 짧은 순간에 그칠지라도 구원의 빛이 찾아든다는 걸 뼈저리게 이해한다.-72-73쪽

사람의 고통을 나는 가스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텅 빈 공간에 가스를 주입하면 가스는 공간이 크든 작든 그 공간을 구석까지 균일하게 채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고통도 크건 작건간에 사람의 의식을 가득 채우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겪는 고통의 '크기'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83쪽

사람은 미래 의식이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는 특이한 존재이다.-129쪽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하고,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는 깨우쳐 주어야 한다.-135쪽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즉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 순간순간마다 바뀐다.-136쪽

인간은 여러 사물 속에 놓여 있는 한 가지 물건이 아니다. '사물'은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한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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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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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꼭 가면을 쓰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가면을 벗고 "완성의 다음에 오는 저 느긋함과 덤비지 않는 의젓한 얼굴'을 가지기를 애타게 바라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75-76쪽

조직으로부터 주어지는 수많은 지시들에 항명抗命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가만히 종이 위에 'I would prefer not to'라고 써보곤 했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과업이 주어졌을 때, 쓰기 싫은 기사를 써야만 할 때, 기사를 쓰고 싶은데도 도무지 기삿거리가 없을 때, 모두들 꺼리는 보직을 맡게 되었을 때……. 그 문장을 휘갈기고 있다 보면, 비밀의 주문이라도 외우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I would perfer not to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224쪽

희망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욕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현실적이고 비루하지만 희망은 비현실적이고 정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를 갈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그 둘은 같은 것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욕망은 절망감을 낳고, 그러한 절망감은 증오와 다툼, 고통을 낳는다. -246쪽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라는 구절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아서 좋았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종종 '나는 지금 구부러진 길모퉁이를 지나고 있는 거야, 앤처럼 말이야'하고 생각했다.
내게 '빨강머리 앤'은 고통과 절망을 상상력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스승인 동시에, 소녀다운 꿈과 욕망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였다.-292-293쪽

"아까 것보다 훨씬 못해."
그레고리는 안타까워했지만, 성모 그림은 스스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남색 면 헝겊은 지네트 부인이 준 리본처럼 아름다운 감청색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칙칙한 천이 더 보기 좋았다. 성모 마리아는 자신이 부엌에 있게 될 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가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영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아, 이일이 결과적으로는 내게 더 좋은 일이 될 거야'라고 마음을 다독이는 버릇을 가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어린 시절 이 책의 위 구절에서 입은 영향 때문이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연애에 실패했을 때, 회사에서 원하는 부서에 보내주지 않을 때,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가는" 그레고리의 성모 그림처럼 되게 해달라고.-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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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을 갔다. 호수를 따라 걸었다. 주말은 무지 따뜻했다. 완전 봄날이었다. 갈땐 햇살을 따라 갔는데, 올때는 달빛도 없다. 밤길이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들... 함께 더불어 갈 수도 있는데 아쉽다... 어제는 비가 왔다. 나무 아래 세워 둔 스파이드맨은 벛꽃을 입고 있다. 그냥 그대로 예쁘게(?)돌아왔다. 봄바람이 분다면 팔랑팔랑 날릴텐데...비가 왔기에...지금은 바람이 씽씽 몰아쳐 귓가까지 들린다. 봄날은 변덕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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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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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과 피로가 뒤섞인 생활. 그 존재만으로도 그녀를 피곤하게 하는 선량한 남편.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는 무엇 하나 비난받을 구석이 없다. 없는 까닭에 테레즈는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초조함을 느낀다. -87쪽

"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두껑을 열잖습니까? 상자 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93쪽

"나는 이곳 사람들처럼 선과 악을 그다지 확실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선 속에도 악이 깃들고, 악 속에도 선한 것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신은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죄마저 활용해서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지요."-97쪽

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115쪽

인생에는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 알 수 없는 일이 있다.-169쪽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177쪽

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285쪽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동일한 지점에 모이고 통하는 다양한 길이다. 똑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가 제각기 상이한 길을 더듬어 간들 상관없지 않은가."-287쪽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는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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