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많이 오고, 몸도 많이 아파, 조심스레 다니면서, 엎드려 읽은 거인이야기. '한심한 지리학자'인 주인공의 허세와 허영으로 사라져간 거인들은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침묵을 키킬 수는 없었니?" 서로가 나누었던 진실함, 정성껏 돌봐 주었던 보살핌은 다 잊어 버리고, 거인족에 대한 강연과 책은 정글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들게 했고, 작살을 맞은 거인들의 시체를 주변엔 사이비 학자, 도적들, 온갖 종류의 협잡꾼들을 모이게 했다. 아뿔사, 한치 앞을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마지막'이라면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 어디에서도 거인은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