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한 사람의 글이다. 독서를 하게 된 이유를 언급하면서, 책은 반드시 종이책이어야 하고, 서점이 있어야 하는 이유와 책을 읽는 방식부터, 유명한 저자들이 글을 썼던 집과 무덤까지 찾아다닌 일화와, 고자세의 세익스피어 앤 컴패니에서의 소소한 복수?까지, 자신이 수많은 책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진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여기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가 말하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역시하는 동지같았고, 그 동안 나를 거쳐간 수많은 책들이 떠올랐다. 컴컴한 만화방에서 보낸 초등시절, 그로 인해 착용한 안경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일, 그림책, 문학전집, 어렵던 삼중당 문고, 이청준, 김승옥, 이문열등의 글들을 지나 고리끼, 잉게숄, 강철은 어떻게... 분노의 포도, 히드클리프 같은 남자 등등으로 지나온 내밀한 시간들이 떠 올랐다. 여전히 무리지어 주변에 머물고 있는 책들, 도서관, 서점등이 있어 글을 읽는 내내 저자와 비밀을 공유한 듯 속닥속닥, 히히덕거렸다. 보물찾기 하듯 나도 이 책 읽었는데 하면서 즐거웠다. '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 '하루는스물네 시간,책만 읽기에도 모자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지',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 나중에 오라' 같은 소 제목들도 가슴이 뛴다. 순전히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쓴 글이기에 호불호가 엄청 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는가? 그렇다. 거듭, 또 거듭, 친구들은 다음의 책들을 지목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율리시즈], [피네건의 경야], [마의 산], [전쟁과 평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트리스트럼 샌디], [부덴부로크 가 사람들], [로마제국 쇠망사], 보스웰의 [존슨의 생애], [제3제국의 흥망], [미들마치]는 그들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의심하면서도 언젠가는 올라야 할 우뚝한 봉우리들이었다(317쪽)" - 아직 읽지 못한 책 주문들어 간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