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지만 음, 꼬리에 무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침전되어 있는 작고 희미한 소리들, 마치 웅웅거리는 소음과도 같은 소리들을 불러내어 서사시적인 필체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7-8쪽).' 여기 저기에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산재해 있는 것들, 즉 필요한 부분을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않은 채, 소음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실지로 가장 가깝고, 잘 알고 있다고 믿는이에게 조차 전혀 모르는 상황과 외면당한 그런 일들이 담담히 들어있다. 소음을 소리로 만들어 내기 위한 일들은 혼자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도움은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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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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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하고 딸년은 내 사는 꼴이 지저분하다고 부끄럽다지만...... 그것이 무엇이 부끄러운가? 내가 아는 부끄러운 것 중에 그런 것은 없어. 산 사람의 살림이 오만 잡종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25쪽)

청계천을 사이에 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고 그 위를 사람들이 오가게 만들어 도심에 활력을 부여하고 기술자들을 발굴해 세운상가 일대를 새로운 명소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여소녀가 이해하기로는,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을 늘리려는 프로젝트였다. 지나가다가. 그것이 다시 가능해질까?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없어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접었지만 여소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미적지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오간다고? 흠. (66쪽)

여기를 재생하려면 거짓말하지 말고 그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들이 되살리려는 것을 그들이 제대로 알아야 했다. 제대로 알려면 말이지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이 공간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는 펼쳐져야 하는 거 아니냐...... 그들이 각자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여행은 몇 번을 가보았는지를 알아보고 가족도 다 만나고 그들의 자녀는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직업을 얻었는지, 그중에 비정규직은 몇퍼센트인지까지도 다 알아봐야 했다. 그 이야기들로 두루마리를 만들어 이 거대한 상가의 내벽과 외벽을 몽땅 덮어버려야 했다. (68쪽)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움직일 때,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을 때, 나는 죽음을 느껴요. 매우 정지된 지금을요. 너무 정지되어서, 지금 바로 뒤를 나는 상상할 수 없고요. 궁금하지도 않아요. 지금이라는 것은 이미 여기 와 있잖아요. 그냥 슥...... 그렇죠 아저씨 말대로 이미 슥...... 따로 상상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이 세계 이후의 저 세계라는 것을 상상하지 않습니다. 내가 현재나 과거를 생각할 때, 그것은 매번 죽음이고, 죽음을 경계로 이 세계와 저 세계로 나뉘는 것이 아니고 죽음엔 죽음뿐이며, 모든 죽음은 오로지 두 개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격되거나 목격되지 못하거나. 그렇지 않나요? (80쪽)

같은 모델이라도, 그 기기를 다룬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고 여소녀는 말했다. 세상에 그거 한 대뿐이니까, 빈티지를 고치려는 사람들은 고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살린다고 말하지. (101쪽)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라는 말을 간신히 삼키고, 그녀는 사진에 눈길을 주었다. (113쪽)

그녀는 그에게 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고통을 낱낱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그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의 고통에는 어떻게 그렇게 무감각할 수 있는지. (140쪽)

그는 누군가에게 분노하기 전에 항상 그것이 부당한 것인지 아닌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자신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므로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60쪽)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250쪽)

어린 시절의 환경이나 유전적 기질로 원인을 추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다. 폭행 사실이 밝혀졌다는 건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뜻이다. 딱 한 번의 순간적인 실수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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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1-7]을 재 가공해 만든, 순전히 자신의 판단만으로 만든 책이다. 또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다시 읽고 받아들인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다시 읽는다는 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단숨에 읽었다. 김영훈이 말한 '중립적인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7쪽)'와 마찬가지로 나또한 편파적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스트가 들어 간 건 확실하다.  

책을 열면, 나오는 시, "삼중당 문고[길안에서의 택시잡기](민음사, 1988)"는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었다는 동질감으로, 몇번을 곱씹어 읽게 했다. 150원 했다는 삼중당 문고가 나의 기억에는 300원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최소 두세권씩 구입해서 그랬는지, 또는 친구들이 두권씩 선물 준 기억으로 그랬을까... 암튼, 얼마큼 알고 알아야 남의 글을 읽고 가타부타(?)는 아니더라고 소견이라도 첨부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시대에 함께 살아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위로받는다... 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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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를 넣은 빵 - <장정일의 독서일기 1-7>에서 가려 뽑다
장정일 지음, 김영훈 엮음 / 마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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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문학작품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독서일기를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책읽기를 배웠다. 나는 장정일의 독서와 사유에 편승했다. 착각이어서 부끄럽지만 내가 읽지도 않았던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독서일기]에 수록된 책을 읽으며 작가의 감상이 내 것이라 믿었다. 미숙했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책을 읽던 시대의 추억이다. (7쪽)

내가 시에서 희곡으로, 희곡에서 소설로 마구 장르 이동을 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나의 삶을 독재자처럼 휘둘렀던 그 변신 욕망, 여러 겹의 삶을 살고 싶다는 안타까운 욕망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비록 내 삶을 뿌리부터 ‘갈이‘하지는 못하였으나 장르 이동은 시인이 아니라 극작가로, 극작가가 아니라 소설가로 살 수 있게 해주었다. (19쪽)

하루키의 소설에 대책 없이 등장하는 플로베르, 테너시 윌리엄스, 헨리 제임스, 카잔카키스, 로맹 롤랑, 피터 폴 앤 메리, 밥 딜런 등의 옛 가수는 하루키의 주인공들이 상실의 세계를 버팀하는 양식으로 일용하는 문화적 할부일 뿐 아니라, 하루키가 독자를 유인하는 미끼이다. (25쪽)

물론 [즐거운 사라]가 이러한 선의의 해석을 감당할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함께 문학을 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종종 간과되는 문제로써, 특정 작품의 수준이나 미적 형상화가 미흡하다고 해서 그 작품이 표현과 출판의 자유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러한 구실은 이념문학이 수난을 받던 80년대에, 긴급구제를 바라는 작품에 대한 서명을 피하는 핑계로 흔히 쓰였다. (34쪽)

요즘 말로 하자면 신라는 세계회가 가장 늦게 진척된 후진국이다. 그런데도 삼국 통일은 신라가 했다. 김용옥은 그 까닭을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168쪽에 언급해놓았는데 나는 그것이 아주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신라가 불교를 가장 늦게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토착성이 강했다는 것이고 그 줏대(주체성)가 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저력이자 동력이었다. 이 사실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한국인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216쪽)

서른여섯 명의 표류자들을 받아들인 조선 왕실은 벽안의 표류자들을 신기한 구경거리로 삼아 술잔치의 어릿광대로 이용했을 뿐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고 빼낼 수 있는 기술과 정보에 대해 눈감았다. 그래서 강준식은 조선에서의 13년간을 일지로 기록했던 하멜의 [하멜표류기]와 그것의 해제를 담은 이 책에다 다소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우리는 코레아의 광대였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220쪽)

똑같은 책을 ‘자투리 독서‘로 한 달이 걸려 읽은 독자와 한달음에 읽어치운 독자는, 엄밀히 말해 다른 책을 읽은 것이다. 동일한 책이되 두 사람이 받은 임팩트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그 책을 밤새도록 읽었다‘라든가 ‘나는 이 책을 들자마자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는 경험은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우리 인생은, 특히나 청춘은 그렇게 응축된 몇 개의 경험만을 나열할 수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243쪽)

그(전태일)는 많이 봐줘 봤자 고작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력밖에 지니지 않았지만, 마르크스가 평생 런던의 왕립도서관을 출입하며 버렸던 노동의 원리와 변증법을 혼자서 깨달았다.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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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의 탄생]을 읽으면서 왜 이와 같은 책을 자주 읽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일한 책의 내용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알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겹쳐지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여기서 책을 선택하고 선호하는 부분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괜찮은 읽을 책을 손쉽게? 찾기 위한걸까. 그러면서 우와,, 이렇게 괜찮은 책이 많다니, 빨리 읽고 싶다, 가지고 싶다를 외치면서 몇권을 주문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부럽다. 부러움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됐던 무슨 책을 읽던 소기의 목적?을 이루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다면 시간과 돈을 들여 아주 작은 마음의 점하나 정도만 얻어도 되는가, 꼬리를 무는 생각들, 어찌됐던 마음의 미동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다행아닌가. 아니 화석이 되어가는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책읽기라 생각하는데, 그것으로 되었지, 뭘 더 바라겠어...비가 오다 말다를 되풀이하며 더위는 약해지고 가까이 오고 있는 가을을 알 수있다. 여행의 휴유증은 아직까지 하품과 졸음을 가져오면서 잠은 왜 이리 안오는지 매일 내일에서 자고 있다.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생각만 남아 있는데도, -요즘은 금요일만 기다린다. 팬텀싱어, 쇼미더머니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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