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생일... 사십대의 마지막 생일이다.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정작 받고 싶은 선물은 저 멀리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 그러나 무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답답함과 기다림이 차오를 때는 최영미의 시가 최고다. '꿈의 페달을 밟고' '서른, 잔치는 끝났다' '돼지들에게'... 도발적이고 마음의 소리가 그대로 들어 있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는 날(生) 것같다. 그래서 답답한게 갇혀 있을 수 없다. 그대로 뻥하고 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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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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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청청한지,
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
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
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
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16쪽

네 맘에 꼭 드는 집은 없단다.
그냥 정 붙이고 살아야지.

-'내집'중에서-22쪽

Love of My Life?


너무 맑아
낚시꾼도 포기하고 돌아서
아무도 놀지 않는 연못.
깊은 물을 두려워 않던......

그는
나의 열린 문으로 들어온
날쌘 물고기.

노를 젓지 않아도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알던
능숙한 바람개비.

어느 겨울 아침, 황금비늘을 자랑하며
그는 떠났다.

그가 휘젓고 다닌 구석구석이
흉터와 무늬가 되어,

그가 일으킨 물결 밑에
꼼짝 않고 얼어붙어
비가 와도 나는 흐르지 못한다.-34-35쪽

어떤 꿈은 나이를 먹지 않고
봄이 오는 창가에 엉겨붙는다
땅 위에서든 바다에서든
그의 옆에서 달리고픈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꿈은 멍청해서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

어떤 꿈은 은밀해서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사계절의 꿈'중에서-46쪽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

-'여기에서 저기로'중에서-48쪽

신호등을 읽었다면,
멈출 때를 알았다면,
나도 당신들의 행렬에 합류했을지도.....

내게 들어왔던, 내가 버렸던 삶의 여러 패들은
멀리서 보니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지루하지 않은 풍경'중에서-70쪽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나쁜 평판'중에서-105쪽

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러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럽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은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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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그립다. 가만 가만 읽어가다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아쉽고 안타깝다. 느끼기보다는 외우기에 치중했던 국어책이었다고 이제서야 말할 수 있다. '열다섯! 그 투명한 순수함'으로 불리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던 중학시절, 난 그때 '언니' '오빠' 있는 애들이 부러웠다.

영화 '제인에어' '분노의질주:언리미티드'를 보았다. 순수와 단순함의 극치다. 제인에어는 주인공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언리미티드는 그저 그들의 행동만 따라가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 회색빛으로 간간히 빗방울까지.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자유로를 만끽하며 달렸다. 그런데 올 때는 비가 억수같이 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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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어책 - 중학교
지식공작소 편집부 엮음 / 지식공작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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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만나 보길 바랍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청춘의 소나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마른 가슴은 촉촉해지고 거친 피부에는 홍조가 돌아오면서 거부할 수 없는 희망의 물결 속에 잠겨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추억은 그렇게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할 것입니다.-4쪽

옛날, 우리 고향에선 설이 돌아오면 엿을 고는 집이 많았다. 밖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데, 부엌에선 가마솥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탔고, 할머니와 어머니께선 번갈아 가며 엿을 저으셨다. 엿고는 날의 어린이들의 그 기쁜 조바심, 왜 저렇게 더딜까? -김성배 '엿단지'중에서--66쪽

단발머리를 나폴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웅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니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긲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 '소나기'중에서--96쪽

황진이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메라.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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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잘못 입어 권력을 놓친 마리 앙투아네트(키워드 인문학 p101), 역사에서 욕심이 금욕을 이긴 적은 없다(p195), 평등한 사회일수록 자신의 뛰어남을 증명하기에 안성맞춤인 명품(p223) 이야기등 50개의 키워드와 100권의 읽을 책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보물을 캔 기분이다. 몇권의 책을 보관리스트에 담아둔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고 나자신에 대한 고민을 한번 더 하게 한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몇일 동안 내내 우울모드, 그 속엔 욕심과 인정욕구, 온전히 나만 바라 봐 주기를 원하는 맘과 잘난 척하는 마음이 섞여 있었다. 무심히 지나쳐도 되는 어떤 동인이 한순간 마음을 빼앗아 버린다.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올라오면서. 이건 예전의 나의 상처이거나 미해결과제이기 때문이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니까. 좀 나아져야 되지 않을까. 또 책도 이렇게 많이 읽고 있는데도 쉽사리 화가 불컥나고 속이 뒤집어진다. 이럴때는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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