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구판절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사물을 다루면서도 그 속에 본질적인 생명과 숨결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나 사물은 영혼도 없는 꼭두각시인 것마냥 말만으로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같이 한평생 자기들의 주관적인 영감에 취해 마구 글을 써대는 것이다.-41-42쪽

가난하고 못 생겼고 거기다 영리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차라리 일찌감치 익숙해지는 것이 나은, 어둡고 환상 따위는 결코 없는 길로 들어서도록 선고받는 것이다. 아름다움에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저속함조차도 그렇다. -63쪽

왜 동시적이지 않은 저 동작이 그토록 고통을 주는 걸까? 그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흘러가는 것, 우리가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 영원히 망쳐진 것..., 우리가 말했어야 했던 모든 말들, 우리가 했었어야 했던 몸짓들, 어느 날 갑자기 솟아올랐지만 우리가 잡을 줄 몰라서 영원히 무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최고 최상의 그 기회들..., 간발의 차이의 실패....-147쪽

살고 죽기.
그건 우리가 구축한 것의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잘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 어떤 구속을 만들었다. 난 파괴하고 분해하는 걸 그만ㄷ고, 구축할 것이다. -164쪽

우리는 늙어가고, 그건 아름답지도 좋지도 즐겁지도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이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든 자신의 힘을 다해, 지금 뭔가를 구축해야 한다.
......
미래, 그건 산 자들이 진정한 계획을 가지고 현재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187쪽

텔레비전은, 하찮은 우리 존재엔 아무것도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무수한 계획을 세우는 소모적인 필요를 던져 기분을 전환시키며, 우리의 눈을 농락하면서 삶의 의미의 위대한 작업에서 정신을 날려버린다. -255쪽

그래, 눈은 지각하지만 유심히 보지 않고, 믿긴 하지만 의문을 갖지 않고, 받긴 하지만 찾지는 않는다.-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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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하여 오로지 자기만의 목소리로 책세이와 책수다를 썼다... 글쓴이들의 개인적인 배경이 다르고 개인차 또한 매우 컸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나의 주관적이고 선호때문이다... 책머리에서 밝힌 것처럼 '누구나 책을 소개할 수 있다'에 초점을 둔다면 아주 괜찮은 시도였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고생은 되었을지라도 무지 즐겁지 않았을까라는 부러움도 생겼다... 난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았다... 옛날 생각이 스쳤다. 서평을 독후감으로 냈던 기억, 그래서 붉은 색으로 덮힌 페이퍼를 들고, 다시 끙끙대며 서평(?)으로 썼던, 그야말로 한두명을 빼곤 무지했다고 할까... 교수님이 모범답안까지 보여주셨던, ㅋㅋ... 그때 그시절... 읽고 싶은 책의 목록과 글쓴이들의 블로그까지 덤으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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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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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그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행위이지 과거 속으로 퇴행하는 행위가 아니다. 달리기에서 모든 움직임은 현재에 있다. 호흡도, 맥박도, 고통도, 즐거움도 모두 현재에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달리기는 온통 현재만 있는 움직임이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과거는 회한을 불러오고 미래는 불안을 불러온다. 그러나 현재는 무無의 공간, 자유의 공간이었다. 달리는 순간 나는 나 혼자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은 곧 시스템으로부터 몸을 빼내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시스템, 직장이라는 시스템, 국가라는 시스템, 달리는 시간은 그런 시스템에게 굿바이를 외치는 시간이다. -23쪽

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71쪽

근면한 노동과 정당하게 쌓은 부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게으름으로 인한 빈곤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옳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빠른 경제성장의 시기를 경험하며 부의 축적과 하나님의 복을 일치시켰던 일부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큰 성장을 가져다준 자본주의야말로 하나님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체계라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성공의 근원을 특정한 경제 체제의 덕으로 돌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성공이 하나님의 복이라는 새로운 종교적 가르침이 등장했다. 이른바 '자본주의 복음'의 시작이었다. '하나님의 제도에서의 성공이 곧 하나님이 주시는 성공'이라는 공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대신 눈에 보이는 자본에 의지하려는 이러한 종교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더욱 강화되었다.-173쪽

신과 인간과의 인격적인 관계와 그 가운데서 나오는 신의 성품을 닮아 가려는 삶의 자세는 사라지고, 그저 지금 당장의 풍요와 행복만이 최고로 여겨지는 새로운 종교가 나타난 것이다. -174쪽

에너지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 갈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데, 수수료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의 손실을 뜻한다. 문제는 수수료가 저절로 보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가지고 있는 돈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다 보면 돈의 총액은 ㅇ이 되고 만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만 남는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물질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인 엔트로피entropy를 통해 이를 설명하려고 한다. -290쪽

요컨대 독후감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나'에 대한 글이라면, 서평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글이다. 또한 독후감이 '나(또는 내 속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를 위한 글이라면 서평은 '그 책을 읽은/읽을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이다. 다시 말해 책에 대한 감상을 피력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책을 비평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인 행위이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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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되니, 함민복시인의 '가을'이 생각난다.  '당신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든다. 거기다가 남자의 자격에 나온 실버합창단의 '그대있는곳까지'를 들으니 더더욱 쓸쓸하다. 또한 햇살의 기운까지 줄여들어 선듯선듯... 여름엔 이리저리 기웃대며 넘어지고, 아직도 눈빛엔 불안이 있고, 목소리엔 불만이 있다. 또한 지천명이 코앞인데도 여전히 많이 잡으려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을 많이 잡았다. 그야말로 쓸쓸함이 넘치지도 지나치지도 오버하지 않도록 책읽는 일만 남아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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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 매혹적인 독서가 마녀의 아주 특별한 冊 처방전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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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백 통이 넘는 이메일에 답장을 쓰고, 일주일에 3,4개국을 넘나들며 회의와 연설을 하고, 일곱 시간을 걸어 무보수 왕진을 가는 데 천재적인 능력과 무모한 열정 중 어느 것이 더 필요한지 자문해봅니다. 사람이 그릇된 현실과 타협할 때 그게 용기가 모자란 탓인지,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따져도 봅니다. 아무래도 천재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41-42쪽

설렘으로 시작한 관계가 피로만을 부르는 의무로 변하는 것은, 그 관계에 담아 키우던 미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관계가 하품을 부를 때 우리는 상대를 탓합니다. 게으르고 무능한 당신 때문에, 젊음도 매력도 사라진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무미건조해졌다고 원망하지요. 그러나 하진과 체호프는 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설렘이 권태로 변한 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잃은 '나' 때문이라고, 그러니 나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86-87쪽

오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 그리하여 남을 견딜 수 없는 곳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것, 그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새깁니다.-159쪽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묻고 그 승산에 따라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으냐 아니냐를 묻고 제 마음을 좇아 도전하는 것이지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174쪽

번역은 다른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며 타자를 수용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번역은 단순한 옮김질이 아니라 '만남과 수용', '갈등과 창조'가 교차하는 현장입니다. 다른 언어를 내 언어로 사용하자는 사고에는 이런 만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오로지 편의성만을 추구하는 기계주의가 있을 뿐입니다. -204쪽

스티에성의 수필 [띠탄공원]은 이처럼 지극한 슬픔의 끝에서 터져 나온 아름다운 절창을 보여줍니다. 조금 길지만 그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봄은 와병의 시절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봄의 잔인함과 갈망을 쉽게 깨닫지 못할 것이다. 여름, 연인들은 마땅히 이 계절에 실연해야 한다. 아니라면 사랑에게 미안할 것이다. 가을은 타향에서 화분을 하나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오래 떠나 있던 집으로 그 꽃을 가져가 창문을 활짝 열어 햇빛이 집 안 가득하도록 한 다음, 하나하나 추억을 더듬어가며 곰팡이 슨 물건들을 천천히 정리하는 것이다. 겨울은 화로와 책과 더불어 한 차례 또 한 차례 굳고 굳은 결심을 되풀이하며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는 것이다. -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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