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저자는 세상을 떠났다. 작가의 아내가 쓴 머리말은 심금을 울린다. 오로지 책에만 욕심을 낸 사람같다. 소박하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은 물과 같다. 시냇물이 되었다가 강이 되어 큰 바다가 된 책속엔 많은 걸 담고 있다. 이 한권의 책속엔 다양한 길이 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어 이해가 안되는 몇몇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동의로 다가왔다. 각각의 책에 대한 순전히 개인의 생각인데도, 읽으면서 착각도 했지만 또하나의 소설같았다. 101권이 어울어져 한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깔끔하다. 그건 칭찬일색인 서평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리라. 눈치를 보지않고 한결같이 애정어린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누구에게나 좋은 소리를 들으려하는, 어정쩡하거나 애매하지 않아 좋았다. 결례같지만, 잠깐 세속의 사람들과는 어떠했을까하는 의문이 스쳤다.  '푸딩의 맛을 알려면 푸딩을 먹어봐야 한다(p366)'는 저자의 말을 빌어, '한권의 책'을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덕분에 감기도 떨치고 기운이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세계화를 "자본. 생산. 시장의 전지구적 통합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기업 수익성 논리에 의해 추동되는 과정"으로 보는 월든 벨로는 세계화의 전위대 노릇을 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를 강하게 비판한다. 벨로가 이 경제기구들을 비판하는 핵심은 강대국의 입김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비민주성에 있다. 벨로는 세계화의 대안으로 탈세계화를 제안하는데 그것은 국제경제에서 발을 빼자는 뜻이 아니다. "수출을 위한 생산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지역시장을 위한 생산이 되도록 경제의 방향을 재설정하자"는 얘기다. 또한 "탈세계화는 시장논리 및 비용 효율성 추구를 안전. 평등. 사회연대라는 가치에 의식적으로 종속시키는 접근방식"이다.-29쪽

소설가 김성동의 말처럼 "최성각은 사상가"다. "이 기절초풍하고 혼비백산하는 정신의 대공황시대에 한 점 등불 든 생명사상가"다. 서평집에서 그의 통찰과 혜안은 빛난다.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대개 긴 무기력의 시간과 짧은 저항의 순간으로 채워져 있기 일쑤다. 아주 가끔씩 아름답고 눈부신 저항이 일어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순치되어 불쌍하고 애처롭게 자신의 삶이 노예의 삶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사라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이란 토론에 의해 자기 생각이 수정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자기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TV토론이 아니라도 사람 사이에 정말 멋진 토론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인간의 한계에 속하는 일일 것이다." -58-59쪽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에 인용한 저널리스트 히가키다카시가 '가해자의 동기 운운하는 것이 피해자를 기만할 수 있다'고 논한 부분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나는 범죄의 '동기'에 관심이 없지는 않지만, 그 실재를 믿지는 않습니다. '열 받아서 죽였다. 미움을 누를 수가 없었다. 목돈이 필요해서 자식에게 보험금을 걸었다. 잠결에 똥을 쌌다.' 동기와 결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이보다 몇십만 배나 되는 확률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지만 죽이지 않았다. 미움은 누룰 수 없었지만 범죄로 치닫지는 않았다. 돈을 위해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 똥을 싸고 잤다.' 가해자가 말하는 동기를 곧이들으면, 이미 피해자가 절명해 반론할 수 없는 유족은 크나큰 타격을 입을 뿐입니다. 그들의 말하는 동기란 대개 범죄자의 자기변호이기 때문입니다."-63쪽

[논어]에 나오는 '애인'의 다른 용례를 예로 들면서, 사람을 가리키는 두 종류의 개념과 만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애인이라고 할 때의 '인'이고, 다른 하나는 사민이라고 할 때의 '민'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인'과 '민'은 정치적 위계가 다른 계급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는 것이다." 공자의 핵심개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지배층 내부에 한정된 특수한 형태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예 또한 그러하여 "예란 지배계층 내부의 품위 있는 행동 규범 일반을 가리킨다." 강신주는 철학자답게 개념의 정립이 뛰어나다. "우선 나와는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라는 타자의 철학적 의미는, 내가 그간 듣고 봐온 풀이 중에서 가장 와 닿는다. -131쪽

"왜 학교는 우리에게 사고하고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가. 사람이 왜 사는가. 삶은 또 어떤 가치가 있는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가. 왜 학교는 우리에게 남보다 앞서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어떻게 내재된 가치를 추구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나눌 것인가를 가르쳐주지 않는가."-176쪽

파스칼 레네는 반어적이고 대조적이며 역설적인 표현을 곧잘 쓴다. "사실상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기대한 것과 너무나 가까웠지만, 그가 보고자 하는 것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우리의 요즘 세태에 적용하면 확대해석하는 것일까? -191쪽

"'배움의 공동체'를 요구하는 학교 개혁이란 학교를 아이들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로 만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교육전문가로서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로 만드는 개혁"을 가리킨다. 또한 이 '배움의 공동체'에는 학생과 교사 외에 학부모, 시민, 교육 관료도 참여한다. -247쪽

"결혼 이외의 대안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는 독신 여성들이 결혼하면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대답하는 반면, 기혼 여성들은 독신이 된다면 대부분의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264쪽

외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외국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의 톤은 부분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언어는 디지털이고, 몸짓과 준언어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인간들은 다른 사람이 관계에 관한 말로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번역하여 해석하기 시작하면 매우 불편해진다. 우리는 이런 주제에 관한 우리의 메시지들이 아날로그적이고, 무의식적이고, 불수의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우리는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가장할 수 있는 자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310-311쪽

나치즘에 대한 프롬의 동시대적 고찰(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1941년에 썼다)은 의외로 현재적인 의미가 풍부하다. 예컨대 '정보의 강조'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보라!
"보다 많은 사실을 알면 알수록 실제의 지식에 보다 확실하게 도달한다는 슬픈 미신이 널리 퍼져 있다. 산발적이며 서로 상관없는 사실들이 학생들의 머릿속에 주입된다.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는 사실을 보다 많이 주입받기 위해 소비되어 거의 생각할 틈조차 없다. 분명히 사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허구적이다. 그러나 '정보'만으로는 정보가 없는 것만큼이나 사고에 장애가 된다."-3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끄러미, 그림 앞에서, 그림 뒤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보면서 수많은 감정의 결들을 하나씩 글로 옮겼다는 김혜리의 에세이를 읽다. 그녀의 글은 또 다른 그림같다. 내가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과의 차이 때문이리라... 로저스학회에 갔다. 수많은 로저리언들이 바라는 'Congruence,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Empathy'와 겹친다. 일치성,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그리고 공감이다. 살아있는 현실속의 글을 읽고 쓰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그대의 말을 수용하고 공감하면서도 온전히 내가 될수 있는 말과 글... 가식과 꾸밈없는 단순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비트겐슈타인[토끼-오리]         펠릭스 발로통[거짓말]   오귀스트 로댕[대성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과 그림자 - 김혜리 그림산문집
김혜리 지음 / 앨리스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거짓말]은 수수께끼로 우리 안의 탐정을 자극한다. 두 남녀 중 거짓말을 한 쪽은 누구일까? 남성 작가 줄리언 반즈는 미술관에서 [거짓말]의 유화판을 처음 봤을 때 무심코 여자가 거짓말쨍이라고 인식했다고 2007년 [가디언]지 칼럼에 썼다. 여자가 속삭이는 모양새인데다가, 남자의 표정과 다리 포즈가 꾸밈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여인의 유난히 풍만한 실루엣을 보고 "배 속의 아기는 당신 아이에요"라는 대사까지 상상했다고 한다. 남여의 차이일까? 여인의 자세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남자의 얼굴에서 유혹자의 득의양양함을 읽고 반대 결론에 이르렀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거야 비트겐슈타인의 '오리-토끼' 그림이 따로 없지 않는가. 피해망상을 거두고 다시 그림을 본다. 마침 프랑스어 사전이 'mensonge', 즉 거짓말이란 이 단어는 '착각'도 의미한다고 가르쳐준다. 그러니 줄리언 반즈와 나는 다투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사랑할 때 상대를 나를, 인간을 신으로, 기도를 율법으로 착각한다. -110-111쪽

잊기 위해 마시고, 기념하기 위해 마신다. 스스로를 치하하려 마시고, 벌하려고 마신다.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마시고, 철저히 혼자가 되고 싶어서 마신다. 우리는 수천의 핑계를 싸들고 술에 투항한다. 술은 행복과 불행, 섹시함과 분노를 모두 부풀리기에, 아주 잠시나마 삶이 꽉 차 있는 듯한 감각을 준다. -155쪽

타인의 몸이 아주 가까워져 마침내 나와 그의 거리가 제로, 나아가 마이너스가 될 때 인간의 육체는 홀연 하나의 장소로 변모한다. 자건거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코를 묻은 아빠의 등은 너른 평야이고, 최적의 자세로 포옹한 연인에게 서로의 품은 경건한 성당이다.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도입부에서 거대한 사막의 능선을 보여주는데, 잠시 후 변화한 카메라 앵글은 그 풍경이 여인의 벗은 몸이었음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상대의 몸을 극접사로 더듬는 이의 시각과 촉각에 감각된 연인의 겨드랑이는 그 어떤 바다보다 완벽한 곡선을 지닌 만灣이며, 쇄골에 패인 웅덩이는 애틋한 해협이다. 타인의 육체만이 아니다. 심한 통증이 엄습하면 우리는 갑자기 몸을 하나의 공간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자궁은 동굴이 되고 내장은 협곡이 된다. 격심한 감정은 혈관을 달리며 전신에 메아리친다. 영혼과 의식이 거주하는 우리 안의 차원 없는 공간이 불현듯 실루엣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159-160쪽

닿을락 말락한 [대성당]의 두 손은, 남은 생을 공유하기로 결단한 연인에게 선사할 만한 이미지다. 타인과 손바닥 전체를 깊이 맞대면 처음에는 흡족해도 시간이 갈수록 상대의 촉감이 둔해지고 결국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심지어는 땀이 배어 불쾌해질 때도 올 것이다. 손을 잡는 행위로 구애를 시작한 연인들은 결혼을 통해 서로의 몸과 영혼을 구석구석 탐사한 다음, 노년에 이르면 다시 가볍게 손을 잡고 산책하게 되리라. -1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가 발전하려면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의 생산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서비스업에 치중하게 되었다. 서비스부문은 제조업부문보다 속도가 느리고 국제 교역도 어렵다. 또한 국가의 적절한 규제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범위와 경우의 수를 줄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필요하다. 복지는 실업자에게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과 다름없고 부자들에게 부를 창출할 동기까지 잃게 만든다. 부자와 빈자의 출발점이 적어도 동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금융부문과 실물부분의 시차를 줄여야 한다. 보이는 돈과 보이지 않는 돈의 차이를 실감할 정도의 시간간격이 필요하다. 모든 조직은 물질적인 면만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고, 우리 상호간의 연대, 정직, 신뢰가 바탕이 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로 이해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