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어떨까, 길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글을 읽었다. 노상에서 읽은 게 아니라 연수 중 짬짬히 읽었다. 재미없는 강의는 지루하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럴 때 마음을 주저 앉히고 읽었다. 쨍쨍한 햇살과 굵은 빗줄기가 오가면서, 오는 길은 무지 멀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차안에서 내 발은 가만히 있다. 그러고보니, 발을 땅에 딛고 걸어다닌 지도 꽤 오랜 된 거 같다. 인간이라면서 걷지도 않고 걷는 법도 잊을 거 같고, 누군가를 대신 시킬 거 같다. '걷는 속도가 인간의 제 속도이다.(122쪽)'에 동감한다. 자신의 보폭으로 걸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자동차에, 버스에, 자전거에, 온갖 탈것에 편승하여 살고 있다. 이 조차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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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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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 그렇게 한참 앞만 보고 걸으면 내가 걸어온 길이 희미해지다가 결국 잊힌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은 길이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되돌아본 길은 머릿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는 것도 그렇다. 걷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멋졌는지, 고통스러웠는지, 아름다웠는지 잊게 된다. (84쪽)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90쪽)

우리는 길에게 무언가 바랄 것도, 얻을 필요도 없다. 단지 이 길 위에 서서 그 끝을 밟아보는 경험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이 길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이다. (95쪽)

걸으면 '느림'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길을 지나갈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걸으면 나와 속도가 같거나 나보다 느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인간은 느릴까, 빠를까? 우리는 사자나 치타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달팽이나 지렁이보다는 빠르다. 걷는 게 느리다고만은 할 수 없는 거다. 빠르게 움직이는 탈것들이 많아지면서 걷는 것은 느리다고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실 걷는 속도가 인간의 제 속도이다. 우리 삶을 인간의 속도대로 살면 어떨까? 걷는 속도로 말이다. (122쪽)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사진에 담긴 이들의 기쁨, 고통, 슬픔,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걷고, 먹고, 자며 조금 더 진실되게 그들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해 나를 보고 느낀다. 결국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136쪽)

그러나 적어도 배운 것은 있다. '길은 반드시 평등하지만은 않다. 자연은 절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길 위에서 절대 멈추지 않는다'라는 것을.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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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의 한뼘노트는 어느 해 팔월 일일부터 시작하여 152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도 팔월이 시작되는 날에 펼쳤다. 아껴가며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오랫만의 휴식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음이 바빠진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자꾸 재촉한다. 거의 십년 만에 맞은 방학이 아직 실감이 안난다... 생각이 나면 적고, 그렇지 않은 날은 지나가고... 읽으면서 지나온 시간들이 생각나, 그때의 사람들, 기억들에서 자꾸 흠집을 내고 반성하려고 하는 태도 때문에, 이건 뭐지하며 또 나를 분석하고, 그때가 온다 해도, 그때 그사람들에게도 여전히 똑같이 했을 거라는 데 마음을 굳혔다. 땅땅땅! 더 이상 불편해 하고 아쉬워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그때 그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못한 말이 남아 있다. 사랑도 여러가지였다는 거, 나의 사랑과 그네들의 사랑은 달랐다는 거, 그래서 객관적으로 떼어내, 타인들의 관계로 놓고 다시 봤다. 아무리 고쳐봐도 나보다는 그네들의 행동과 모습이 더 나빴다로, 나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았다로, 결론 맺었다. 과거의 생각은 흘러보내기다... 조금만 나이들면 잊혀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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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 - 152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1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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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에서 그 마음을 읽어내려고 한다. 가끔 당신의 마음을 얼핏 보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렇게 착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042 얼핏)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 동안 결코 오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와도 언제나 너무 늦다. 기다리는 시간이 십 분이라 해도 그 사이에 계절이 수없이 바뀐다. 나의 마음은 끝이 난다. 끝나고 나면, 기다리던 무엇이 오든 말든 상관이 없어진다. 기다리던 무엇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048 기다림)

오래된 것들은 다 고장이 나는 거야. 물건도 사람도, 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된 것들은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물건이야 부품을 바꾸거나 교체하면 되지만 사람은 어떻게 하나, 마음은 어떻게 하나. (069 고장)

그러니까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다. 다시말해 시간은 대체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 기다리던 사람이 오고 기다리던 무엇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상처는 흐려지고 마음은 아물고 아픈 기억은 지워진다. (077 그러니까 대체로)

사랑에 관한 한 해피엔딘은 없다는 걸 알면서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밑줄을 그어놓고 잊어버리려 하지 잊어버리지 (078 탁탁탁)

바로크 음악의 특징 중에 '지속저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저음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캐논이나 샤콘느, 파사칼리아 등에서 사용되는 이 지속저음은 하나의 악기가 같은 패턴을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이토록 무수한 반복. 이처럼 무수한 반복. 이렇게 무수한 반복, 같은 생활이고 삶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도 저 네 개의 음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일어난다. 먹는다. 일한다. 잔다. 소유한다.
사용한다. 낡는다(또는 가치가 사라진다). 버린다.
떠난다. 머무른다. 이별한다. 돌아온다.
만난다. 사랑한다. 헤어진다. 잊는다.
좋아한다. 미워한다. 후회한다. 아무 상관없어진다.
삶의 수많은 노래들. 각 노래마다 반복되는 지속저음들. 그 위에 우리는 새로운 변주를 시작한다. 저음이 지속되는 한, 변주도 지속된다. 어떤 것은 아름답고 어떤 것은 추하다. 하나의 변주가 아름답다가 추해지기도 하고 즐겁다가 슬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쓸쓸하다. (086 무수한 반복)

한때 나를 괴롭혔던, 벗어나려고 방버둥치게 만들었던 욕망의 흔적도 이미 죽었다. 기다림조차 나를 애끓게 만들지 못한다.
-그냥 그런 거지.
이해를 하려 들자면 못할 게 없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이해해버리는, 잊어버리는, 돌아서는 시들어버린 마음. 그런 게 아닐까, 모파상이 얘기한 늙은 세상이란 건. (091 늙은 세상)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것, 이라는 말에 나는 열렬히 동의한다.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와 나는 어떤 시기에 놓여 있는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중인가, 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095 언제 누구를)

사랑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한 사랑이 도무지 모자라고 불만스럽고 아프고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랑 한 번 해보려고 다른 이들을 계속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될까? 글쎄, 영화나 책이나 음악의 경우에는 분명 세상에는 이것보다 훌륭한 것이 있다, 라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랑은 어렵다. 다른 사람이 해봤다는 사랑을 참고할 수도 없다. (097 보상심리)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했던 것들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 믿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했던 것들 변하고 사라지는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150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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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있는 곳을 다녀왔다. 델피노를 중심으로 주변을 가만가만 다녔다. 각자 방식대로 쉬었다. 편했다. 몸이 원하는 대로 했다. 

어떤 곳을 방문하기 전에 알고 가는 것과 그냥 가는 것에는 많이 차이가 있다... 청간정, 아야진항, 천학정, 송지호, 청초호, 영랑호, 외옹치, 화암사, 설악산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도 가봤다. 막국수가 깔끔하고 맛있었다. 란야원에서는 멀리보이는 바다와 코앞에 있는 큰바위, 산, 바람과 한폭의 그림이 되었고, 커피, 서비스로 내준 찐감자도 맛있었다. 아야진항의 방파제, 외옹치의 큰 파도, 송지호의 잔잔함도 마음에 남아있다. 특히, 객실에서 바로 보이는 울산바위를 가장 오래봤다.

가는 곳마다 경치들은 수묵화같았다. 특히, 산들은 서로 중첩되어 농도가 다른 색색으로 아름다웠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를 맘껏 누렸다. 서로의 수고를 토닥토닥했다.

아는 만큼 보면되고, 보고 싶으면 또 가면되고, 좋으면 몇번을 더 가면 된다. 늘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래야 또 갈 수 있고, 가보고 싶을 게 아닌가.

교토의 역사 또한 내가 다녀본 곳은 끄덕끄덕 하면서 읽었고, 나머지는 그렇구나하고 읽었다. 은각사가는 길에 걸어 본 철학의 길이 기억에 남고, 은각사 안의 나무담장과 정원, 청수사 올라가는 길, 청수사의 나무기둥들, 기온거리를 거닐었고, 게이샤들도 봤던 기억등등이 뒤죽박죽되어 읽었다. 유물과 유적은 그곳의 역사와 사람들을 알려주고 있다... 흔적들이다...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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