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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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 그렇게 한참 앞만 보고 걸으면 내가 걸어온 길이 희미해지다가 결국 잊힌다.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은 길이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되돌아본 길은 머릿속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는 것도 그렇다. 걷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멋졌는지, 고통스러웠는지, 아름다웠는지 잊게 된다. (84쪽)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90쪽)

우리는 길에게 무언가 바랄 것도, 얻을 필요도 없다. 단지 이 길 위에 서서 그 끝을 밟아보는 경험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이 길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이다. (95쪽)

걸으면 '느림'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차를 타고 길을 지나갈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걸으면 나와 속도가 같거나 나보다 느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인간은 느릴까, 빠를까? 우리는 사자나 치타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달팽이나 지렁이보다는 빠르다. 걷는 게 느리다고만은 할 수 없는 거다. 빠르게 움직이는 탈것들이 많아지면서 걷는 것은 느리다고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실 걷는 속도가 인간의 제 속도이다. 우리 삶을 인간의 속도대로 살면 어떨까? 걷는 속도로 말이다. (122쪽)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사진에 담긴 이들의 기쁨, 고통, 슬픔,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걷고, 먹고, 자며 조금 더 진실되게 그들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해 나를 보고 느낀다. 결국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136쪽)

그러나 적어도 배운 것은 있다. '길은 반드시 평등하지만은 않다. 자연은 절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길 위에서 절대 멈추지 않는다'라는 것을.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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