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 152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1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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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것에서 그 마음을 읽어내려고 한다. 가끔 당신의 마음을 얼핏 보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렇게 착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042 얼핏)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 동안 결코 오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와도 언제나 너무 늦다. 기다리는 시간이 십 분이라 해도 그 사이에 계절이 수없이 바뀐다. 나의 마음은 끝이 난다. 끝나고 나면, 기다리던 무엇이 오든 말든 상관이 없어진다. 기다리던 무엇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048 기다림)

오래된 것들은 다 고장이 나는 거야. 물건도 사람도, 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된 것들은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식이다. 물건이야 부품을 바꾸거나 교체하면 되지만 사람은 어떻게 하나, 마음은 어떻게 하나. (069 고장)

그러니까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다. 다시말해 시간은 대체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 기다리던 사람이 오고 기다리던 무엇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상처는 흐려지고 마음은 아물고 아픈 기억은 지워진다. (077 그러니까 대체로)

사랑에 관한 한 해피엔딘은 없다는 걸 알면서 해피엔딩이 아닌 사랑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밑줄을 그어놓고 잊어버리려 하지 잊어버리지 (078 탁탁탁)

바로크 음악의 특징 중에 '지속저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저음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캐논이나 샤콘느, 파사칼리아 등에서 사용되는 이 지속저음은 하나의 악기가 같은 패턴을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이토록 무수한 반복. 이처럼 무수한 반복. 이렇게 무수한 반복, 같은 생활이고 삶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도 저 네 개의 음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일어난다. 먹는다. 일한다. 잔다. 소유한다.
사용한다. 낡는다(또는 가치가 사라진다). 버린다.
떠난다. 머무른다. 이별한다. 돌아온다.
만난다. 사랑한다. 헤어진다. 잊는다.
좋아한다. 미워한다. 후회한다. 아무 상관없어진다.
삶의 수많은 노래들. 각 노래마다 반복되는 지속저음들. 그 위에 우리는 새로운 변주를 시작한다. 저음이 지속되는 한, 변주도 지속된다. 어떤 것은 아름답고 어떤 것은 추하다. 하나의 변주가 아름답다가 추해지기도 하고 즐겁다가 슬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쓸쓸하다. (086 무수한 반복)

한때 나를 괴롭혔던, 벗어나려고 방버둥치게 만들었던 욕망의 흔적도 이미 죽었다. 기다림조차 나를 애끓게 만들지 못한다.
-그냥 그런 거지.
이해를 하려 들자면 못할 게 없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무엇이든 이해해버리는, 잊어버리는, 돌아서는 시들어버린 마음. 그런 게 아닐까, 모파상이 얘기한 늙은 세상이란 건. (091 늙은 세상)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것, 이라는 말에 나는 열렬히 동의한다.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와 나는 어떤 시기에 놓여 있는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중인가, 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095 언제 누구를)

사랑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한 사랑이 도무지 모자라고 불만스럽고 아프고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사랑 한 번 해보려고 다른 이들을 계속 만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될까? 글쎄, 영화나 책이나 음악의 경우에는 분명 세상에는 이것보다 훌륭한 것이 있다, 라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랑은 어렵다. 다른 사람이 해봤다는 사랑을 참고할 수도 없다. (097 보상심리)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했던 것들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 믿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했던 것들 변하고 사라지는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150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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