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내의 인도인 친구가 서로 말은 어떻게 통했을까. 친구가 어떻게 되었을까. 그 가능성을 죽어가는 피아노를 살리면서 알게 된다. 자신의 준거 틀로 바라 보고 이해한 타자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는 주인공, 말하고자 하는 의지와 들으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면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의 외로움까지 알 게 된다. 타인이 외국인이라는 설정이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불통은 가히 폭력이 될 가능성, 외모와 국적으로 타자를 마음대로 재단하고 임의로 방치할 수 있다. 타자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허물없이 바라보기, 더 나아가 경계 허물기등. 가족부터 실천하기다. 새해에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는 처음처럼으로 기억을 해체하고 담지 않으려고 무지 애쓴 한 해였다. 그러고나니 삼사십년 지난 친구들까지 만나게 되었다. 어설픔으로 서로 풋내를 맡으며 함께 한 그 때들, 아쉽고 안타깝고 시리고 아픈, 잡고 싶은 손이 많이 기억났다. 그 기억들이 현재를 감당하기도 했다. 다시 맨 처음으로 간다면, 여전히 처음 오는 시간들은 낯설고 조심스러운데, 손을 잡았을까.... 먼 훗날 따뜻함이 먼저 기억되는 새해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연수 : 모두에게 복된 새해 Happy New Year to Everyone - 레이먼드 카버에게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48
김연수 지음, 마야 웨스트 옮김, 전승희 외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타루에서 2받 3일 동안 머물면서 우리는 원 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바라봤다. 2월의 눈은 무척이나 가벼워, 내리다가는 다시 하늘로 솟구쳤고 나뭇가지에 쌓였다가도 바람에 날렸다. 그런 눈이 내리는 동안 낮은 더욱 낮답게 환했고 밤은 더욱 밤답게 어두웠다. (18쪽)

"안 노래하면 안 삽니다"라는, 이 친구의 말은 음정이 틀리면 누구도 피아노를 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연주하지 않는 피아노는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서너 번 더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찾아와 손을 보게 되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게 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 옛적 이야기 같은 데, 경험한 이야기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이맘 때가 되면 지금까지 구분지어 오고 규정해 온 것들, 경계를 넘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들이 모두가 부질없어 진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토우가 되고 흙으로 돌아가는, 그래서 그렇게 아웅다웅도, 쇳소리 낼 필요도 없고, 이맛살을 찌푸리고, 울긋불긋한 얼굴색을 만들 필요도 없는데, 새로 시작되는 해가 되면 또 잊어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삼벌레고개에서 행해지는 모험의 등급도 고갯길의 등고선에 따라 나뉘었다. 아랫동네 소년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았고 부모 몰래 불량 냉차를 사 먹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축이었다. 반대로 윗동네 소년들은 극히 불온하고 위험해, 모험이라기보다 범죄에 가까운 짓거리에 물들어 있었다. 결국 소년다운 모험은 삼벌레고개 중턱 소년들의 몫이었다. `높이의 모험`과 `넓이의 모험`은 중턱 소년들이 즐기는 모험의 씨실과 날실이었다. 높이의 모험은 윗동네 꼭대기에서 이루어졌고, 넒이의 모험은 아랫동네 개천가에서 이루어졌다. (13쪽)

그러나 은철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옛날 부모들이 무섭게 먹을 걸 밝혔다는 점이었다. 한겨울에 잉어가 먹고 싶다 하고, 가을에 앵두가 먹고 싶다 하고, 고기가 먹고 싶다, 흰쌀밥이 먹고 싶다, 식탐이 한도 끝도 없었다. 어떤 효자는 병든 부모가 고기가 먹고 싶다 하여 자기 허벅지 살을 손바닥만 하게 잘라 맛난 양념을 하여 너비아니로 구워 올렸다 하고, 어떤 효자는 병든 부모가 소나 돼지도 아니고 콕 집어 개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여 개를 잡으러 나섰다가 마침 큰 개를 물고 가는 호랑이를 만나자 호랑이게게 개 대신 내 몸뚱이를 뜯어 먹고 개는 제발 나 달라고 몸부림을 쳤다고도 했다. 물론 살을 도려낸 효자의 허벅지는 금세 씻은 듯이 나았고, 호랑이 앞에서 몸부림친 효자는 심한 몸부림에 놀란 호랑이가 개를 떨구고 도망가는 바라멩 개를 메고 와 부모에게 삶아 먹여 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하였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은철은 덜컥 겁이 났다. (138-139쪽)

가을이 깊어가면서 삼벌레고개에도 단풍이 한창이었다. 마당이 넓은 아랫동네 주민들은 단풍을 자랑하기 위해 서로의 정원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윗동네로 갈수록 수목을 키울 공간이 없어 판잣집 주변에서는 단풍을 보기 어려웠지만, 판잣집들 너머 택지로 개발 안 된 삼악산 수목의 단풍은 아랫동네 정원의 예쁘장한 단풍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웅장하고 수려했다. 우물가의 오래된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었다. 그러나 우물집은 여전히 못 쓰게 된 우물 안처럼 조용했다. (219쪽)

순분은 두 아이를 안고 눈물을 훔치면서 원이 던진 수수께끼 같은 말을 생각했다. 눌은 놈도 있고 덜 된 놈도 있고 찔깃한 놈도 있고 보들한 놈도 있고, 그렇게 다 있다고 했지. 눌은 놈 덜 된 놈 찔깃한 놈 보들한 놈. 순분은 그게 마치 사내들에 대한 형용 같다고 생각했다. 서슬이 퍼래서 당장 빨갱이 집을 쫓아내자고 설치고 다니는 통장 박가 같은 놈은 어떤 놈일 것이며, 밤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세댁네를 어떻게 내보낼 수 없을까 궁리하는 자기 남편 같은 놈은 어떤 놈일까. 같은 놈일까 다른 놈일까. 눌은 놈도 덜 된 놈도, 찔깃한 놈도 부들한 놈도, 어차피 그놈이 그놈 같았다. (2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뷰의 별이 다섯개뿐이라니,  만들어서라도 더 주고 싶다. 사노요코님,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롤 모델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지금 곁에 계신다면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나이들어 갈게요! 


253-254쪽) 사노요코에 관한 옮긴이의 말을 옮겨 본다.

"섣달그믐에 쓸쓸해 보이기 싫어서 비디오도 못 빌리는 사람, 편집자에게 독설을 퍼붓고 금방 자책하는 사람, 일하는 건 딱 질색이라면서 영원히 읽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들어낸 사람, 암 수술 직후에도 매일 담배를 피웠던 사람, 시한부 선고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재규어를 산 사람,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 그래서인지 자신의 죽음에도 초연했던 사람, 그럼에도 어려서 죽은 남동생을 떠올리면 언제라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