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서 2받 3일 동안 머물면서 우리는 원 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바라봤다. 2월의 눈은 무척이나 가벼워, 내리다가는 다시 하늘로 솟구쳤고 나뭇가지에 쌓였다가도 바람에 날렸다. 그런 눈이 내리는 동안 낮은 더욱 낮답게 환했고 밤은 더욱 밤답게 어두웠다. (18쪽)
"안 노래하면 안 삽니다"라는, 이 친구의 말은 음정이 틀리면 누구도 피아노를 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연주하지 않는 피아노는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서너 번 더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찾아와 손을 보게 되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게 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