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41 | 24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무엇하나 놓칠세라 그래서 감히 줄긋기도 힘들었다... 나 또한 언제든, 어디에서든, 무엇을 한들, 누구를 만났어도 도처에 있는 상수들로 행복했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간편한 복장으로 그저 따라 나서기만 해도 되는데, 얼마나 바쁘고, 힘들었는지, 정말 고지(책이 있는 곳)가 저기인데 하면서도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가 보고 싶은 곳, 가지 않았어도 막 다녀 온 느낌,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 간 광화문과 경복궁. 잠깐 보고 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가고 싶은 곳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인다''사랑하면 알게 된다'(p5)로 맺은 사람들, 얼마큼 더 알아야 보이고 사랑해야 알게 될까. 이번 주는 여러가지로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상처만 남았다... 휴유~ 그래도 다행이지. 가고 싶은 곳이 많이 있으니까.  

PS) "일반인이 관람하는 문화재로서의 경복궁(P17)"과 "경회루는 외국 사신을 위한 연회와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잔치를 베풀기 위해 지은 누각이다. 2005년 6월 1일, 그동안 출입금지됐던 경회루를 44년 만에 일반에게 개방할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학생들이 축하공연으로 아악곡 [수제천(壽薺天)]을 연주했다. 분합문을 모두 들어 올려 개방한 상태였는데 소리의 퍼짐이 아주 장엄했다(P81)" 2001년 10월 경복궁 복원사업의 일부가 막 완료된 시점에서 본 경복궁과 경회루, 그때 쓴 글이 생각나 옮겨본다.   

경복궁엘 갔습니다. 아름답게 채색되고 복원된 모습에서는 역사의 유구함과 사건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덧칠하고 덧칠하면서 예전의 일들은 하나씩 사라졌나 봅니다. 다만 씌여진 푯말을 통해서만 이곳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하지만 은행잎의 노란 물결속에서 빨갛고 노란 단풍속에 비치는 경회루의 아름다운 자태에선 넋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운 집, 분명 그곳에서 사람들이 만들었을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 일들을 흘러가는 시간에서 찾기란 힘들었습니다. 자취조차 없었습니다. 통풍이 잘되고 볕이 잘 드는 그 집에 사람이 더불어 살고 함께 나누고 있다면 분명 윤기나고 향내나는 집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내용이 없고 덩그마니 건물만 있는 그 곳은 이렇게 좋은 가을 햇볕을 맞으며 한 번 거닐어 봄직한 곳에 불과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한가지 같습니다. 서로 만나 아름다운 곳에 터를 잡고 멋진 집을 지었건만 더불어 함께하고, 할일과 사람이 없다면 조금씩 황폐해지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지리라 생각됩니다. 가끔씩 덧칠하면서, 초대의 시간도 만들어 보고, 행복하고 멋진 집이 여전히 당신의 맘에 있길 이 가을 빌어 봅니다.  

오늘의 경복궁은 정말 다르다. 다시 한번 천천히 걷고 싶다. http://www.royalpalace.go.kr 눈으로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장바구니담기


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는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5쪽

경복궁의 각 권역을 이어주는 길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버드나무, 때죽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등 각 건물에 어울리는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 종류가 100종이 넘는다. 경복궁과 자금성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연과의 어울림이다. 자금성은 자금성이고 경복궁은 경복궁이다. -17쪽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르켜라.(씽떽쥐뻬리의 말)

왕조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에 왕궁이 남아 있지 않으면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베를린왕궁 복원사업이 웅변해준다. 왕궁은 그 민족, 그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정통성에 대한 확인이자 상징이다. 우리에게 경복궁은 정년 그런 존재다. 이 점은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보는 시각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의 자금성, 프랑스 베르쌰유 궁전, 오스크리아 빈왕궁, 헝가리의 부다왕궁 앞에서 느낀 감정과 똑같은 맥락에서 외국인들은 경복궁을 보면서 우리 역사의 만만치 않은 저력과 현재적 삶의 역사적 뿌리를 보게 된다. 상처받은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후손된 자의 임무이며 그 임무를 다함으로써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밝게 드러난다. 경복궁을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20-121쪽

선암사의 사계절
선암사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 춘삼월 생강나무, 산수유의 노란 꽃이 새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매화 살구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 자두 배 사과 영산홍 자산홍 철쭉이 시차를 두고 연이어 피어난다. 그것도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늠름한 고목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히 예쁘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선암사는 열흘마다 몸단장을 달리한 것처럼 우리를 새롭게 맞이한다. 봄의 빛깔이란 어제와 오늘은 비슷해도 열흘을 두고 보면 확연히 다르다......-177-1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끔씩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그림과 사진을 주로 본다. 요리, 패션, 그림, 커피, 여행지등등...요즘이 그렇다.    

요리책을 넘겨봐라, 그림만 봐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지 않는가. 또한 예쁜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내고 뚜벅. 걷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는가...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모습을 스캔해서 올렸다가 지웠다...보기만 해도 멋지다. 무지하게 바빠, 손 닿으면 있는 책도, 펼쳐도 도무지 글이 읽히지 않는 요즘이다.  그러고 보니 봄날도 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사토리얼리스트에 올라오는 댓글이야말로 블로그를 살아 있게 해준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같은 것을 보더라도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내가 한 젊은 여성의 헤어스타일에 완전히 반했다면, 어떤 사람은 그녀가 신은 플립플랍이 멋지다고 생각한다.-5쪽

멋진 스타일을 결정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는 멋진 스타일이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완벽하게 아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조심스레 의견을 달리한다. 내 생각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야말로 종종 더 흥미로운 자기표현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나 더러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의 패션이 흥미진진한 것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패션을 발전시킨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7쪽

나는 사람들이 소라게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사회적인 역할로 가장하기 위해 겉껍질을 갈아입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역할'을 입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패션을 볼 때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탐욕'을 챙기게 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느냐보다는 어떤 요소가 내 스타일에 맞는가를 찾는 것이다. -27쪽

사람들의 기본 욕구 중 하나가 남들이 자길 이해해 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가 옷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어떤 부분을 이해했고, 그가 사진 찍는 데 동의한건 그 때문이었다. -215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스타일이란 눈에 띄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만의 멋진 스타일을 갖기 위해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말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263쪽

무릎 위에 잡지를 펴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룩을 하나, 둘, 셋과 동시에 손가락으로 짚는 놀이다. 이번에는 혼자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진정으로' 좋아하는 룩에 표시를 했다. 나이를 먹었어도, 옆에 친구가 없어도, 이 놀이는 여전히 재미있다. 이 놀이를 하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멋진 룩이란 결코 옷이나 가방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화창한 미소, 발목의 타투, 예상치 못한 위트, 아니면 삶에 대한 어떤 태도가 될 수도 있다. -5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국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틀동안 만났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상담이다. 이렇게 하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성공(?) 할거야. 이러저러한 개인의 경험을 나누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자인 '우리'들이다. 상담자의 노력에 따라 내담자가 변화될 수 있다면, 상담자의 노력은 상담자의 능력이겠다. 타고난 자, 오랜 훈련을 통하여 빚어진자, 그 누구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한 영역에서 철저하게 오랜시간동안 경험하고, 실습하고, 성찰과 직관을 통해서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41 | 24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