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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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국책 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반발하며, 어떤 여성 모임에서 지난 2월 27일에 항변한 말이라고 해요. 그 국책 연구기관은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라고 하구요. ‘고소득, 고학력 여성의 눈을 낮춰 결혼 유도’ 등 부적절한 출산율 제고 대책이 그 내용이라고 해요.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요. 고소득, 고학력 여성들이 늘어나면요. 그녀들이 결혼하여 아이를 즐겁게 낳고, 잘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옳지요. 저는 얼마 전, 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육아 책을 만났어요. 다섯 살, 세 살의 두 아이 아빠인 그! 이런 세상에 그가 말하는 육아! 그의 이야기에 기를 기울여 보네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라는 말은 TV에서 해녀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요.


 '자식을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많이 필요하다. 아이가 없거나 이미 장성했을 때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맞춰 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아기가 태어나 한참 부모의 손을 타며 자랄 때는 이런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는, 그런 삶이 한국에서의 평균적 부모들의 삶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평균적 삶을 살게 되었다. 내 아이들 또래의 아빠들 평균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이 다를 뿐. 내일 나가게 될 두 푼을 생각하면서 벌써 머리가 아파 온다.' -30쪽.


 부모가 된다는 건 이런 거네요. 프랑스에서 공부한 그! 이런 이야기도 해요.


 '프랑스식 육아의 핵심 개념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행되는 급식과 식사 예절, 이런 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용이다. ‘어린이 입맛과 식사 예절 정도는 국가가 맡아서 돌보고 지도한다’는 게 프랑스식 육아의 핵심이다.
프랑스식 육아와 관련해 프랑스 엄마들끼리 하는 농담이 하나 있다. 출산이 끝나고 원래의 몸매를 회복하지 못한 여성에게, 여성들끼리 서로 좀 핀잔을 주고 흉을 보는 일이 있나 보다. 너무 아기한테만 매달려서 스스로의 삶을 돌보지 않으면 헌신적인 엄마라고 우러러 보는 게 아니라 게으르다고 흉을 본다. 미국식 육아에서 신사임당이 롤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86~87쪽.


 ''엄마가 행복한 것', 그게 프랑스식 육아에 담긴 최고의 가치다.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 2를 넘어선 곳은 프랑스밖에 없다.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고 백날 얘기해 봐야 공염불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일단 행복해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데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엄마에게만 지워 놓고, "애 잘 키우라"는 무책임한 말만 툭 던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98쪽.


 프랑스는 합계 출산율이 2가 넘는 나라라고 해요. 프랑스는 육아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크다고 하네요.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고 하구요. 우리나라는 엄마의 희생으로 아이들을 키우잖아요.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우리는 '무자식이 상팔자'인 시대예요. 결혼도 어렵지만, 아이 키우기도 어려운 시대인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돈 놓고는 못 웃어도 아이 놓고는 웃는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되어야겠지요. 우석훈은 엄마를 배려하는 육아를 말해요. 즉, 여성이 결혼, 육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나라에서 이끌어야 한다고 해요. 실효성 없는 남성 육아 휴직 같은 정책은 다시 생각해야 하겠구요. 여성들에게만 짐이 되는 가사 노동, 돌봄 노동, 그리고 여성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사회적 관계 단절 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또 두 푼 나갈 것이다. 나도 한 푼 두 푼 벌면서 틈틈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기왕이면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한다. 그렇게 나는 조금은 더 능숙한 아빠가 되고, 아이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자기 안에서 만들어갈 것이다. 지나치게 힘쓰지 않고, 과하게 돈쓰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지 않는 게 내가 생각하는 육아의 방법이다.' -384쪽.


 우석훈의 육아 방법이에요. 저는 미혼에, 이이도 없어요. 다만, 조카가 있어서 어렴풋이 육아를 봤을 뿐이에요. 그래서 육아를 잘 몰라요. 그런데, 이 책! 우석훈의 육아와 그에 따르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물론, 그의 개인적인 육아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빠인 그의 마음! 그건 확실히 그려져 있어요. 아이에게 협업(協業)을 가르치겠다는 그! 아빠의 목소리가 담긴 그의 이야기. 싫증나지 않는 아이 키우기 이야기네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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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7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 육아 휴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 여성에게 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태도가 우스워요.

사과나비🍎 2017-03-07 21:36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 댓글 감사해요~^^* 예~ 정부가 좀 더 여성분들을 위한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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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외할머니의 옛 이야기, 마을 이야기, 친척 이야기 등. 저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예전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를 만났어요. 일본 할머니인 사노 요코의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의 이름은 '문제가 있습니다'예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책 안에 가득 있어요. 어릴 적 중국에서의 이야기. 전쟁 끝났 후에 일본에서 살았던 이야기, 가난한 미대생이었던 이야기,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이야기, 책 이야기 등.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변변찮은 경험이 아닌 타인의 귀중한 경험을 나눠 받기 위해서이고, 보통 사람에겐 없는 재능을 접함으로써 나의 가난한 마음을 잊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빨간 재능에 푹 잠긴 채 빨간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내일이면 파란 재능에 물들어 ‘와, 세상이 이렇게 파랗구나’ 감탄할지도 모른다. 아마 모레는 시커먼 책을 읽을 것이다. 그렇게 책은 쌓여간다.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 -149쪽.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공감이 가는 글이에요. 특히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라는 글이 꼭! 제 마음 같아요.


 '봄이 끝날 무렵엔 산이 온통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산이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새싹이 하룻밤 사이에 1센티나 자란 걸 확인했을 땐 정말 놀랐다. 신기하게도 매년 놀란다. 놀라움은 기쁨이다. 그 기쁨은 공짜다.' -191쪽.


 하룻밤 사이에 자란 새싹! 그 기쁨을 누리시는 요코 할머니! 그렇게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사신 할머니!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 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201~202쪽.


 삶을 즐길 줄 아셨던 요코 할머니! 부자가 되어,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요. 아깝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장난기가 가득한 할머니의 말씀이에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 이 책의 작은 이름은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예요. 정말 솔직하고, 삐딱한 요코 할머니세요. 할머니께서는 산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세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숙명이라든지 운명 같은 것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된다(210쪽)'고 말씀하세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때론 엉뚱하게 때론 강하게 나아가신 할머니! 생텍쥐페리도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해요.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해요. 요코 할머니께서는 생텍쥐페리의 글대로 사신 것 같아요. 자신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신 요코 할머니! 나름대로 열심히 사신 요코 할머니!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어요. 감사해요.

 요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이 책! 저는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친근해요. 손자를 귀여워해주시며,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아요. 그 귀여움 듬뿍 받으며, 어리광 부리며, 읽을 수 있는 이 책! 좋아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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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
히라이 쇼슈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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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있는 글이에요.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어린 왕자'의 뜻과 이어진 책을 만나게 됐어요.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라는 책이에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이라는 작은 이름을 단 이 책! 소중한 것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요.


 이 책은요. 크게 세 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첫 장은 '소중한 것을 무엇일까?'예요.


 '소중한 것은 변합니다.

 무엇이든 소중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결코 소홀이 여기지 마세요.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항상 내 안에서 '소중한 것이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해가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나가는 방법입니다.'

-25~26쪽


 이렇게 말해요. 저도 끊임없이 소중한 것을 찾으며,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두 번째 장은요.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방법들'이에요.


 '아침 일찍 기분 좋게 일어나 소리를 내고 아침 청소를 해보세요.  
 등, 가슴, 얼굴을 점검하여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세요.
 인사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해보세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식사하세요.
 해야 할 일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세요.
 외롭고 힘들 때 지금 장소에서 멀어져 보세요.
 일상생활에서 오감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보세요.
 배려하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세요.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서 물건을 정리해보세요.
 돈을 쓸 때, 품위가 드러난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심을 버리세요.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으세요.
 사소한 것에 마음을 써보세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마움을 놓치지 마세요.' 


 지은이가 말하는 이 방법들! 하나하나 해보고 싶어져요.


 세 번째 장은요. ''소중한 것을 깨닫기 위해 마주하는 고민들'이에요.

 돈, 사랑 등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민들에 대해 친근하게 말해줘요.


 일본 선불교의 스님인 지은이! 우리에게 따뜻하고 쉽게 들려줘요. 중요한 곳은 밑줄이 있어, 소곤소곤 말해주는 것 같아요. '소중한 것'에 대해서요. 소중한 것일수록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너무 고민하지 말고,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안내서! 선불교의 깨달음이 깃든 말씀으로 그 향기가 멀리 가네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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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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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민감하고 예민해요. 둔감하고 무디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고쳐야 한다고 해서 그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었어요. 저는 여전히 민감하고 예민해요. 그런 저에게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이라는 작은 이름을 가진 책이 다가왔어요. 그 책의 큰 이름은 '센서티브'예요.


 “극도의 민감성은 인격을 풍요롭게 만든다. 단지 비정상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만 이러한 장점이 매우 심각한 단점으로 바뀐다. 그것은 민감한 사람들의 침착하고 신중한 성향이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도의 민감성을 본질적으로 병적인 성격의 구성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류의 4분의 1을 병적인 사람으로 규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는 프롤로그의 마지막에서 이 글을 인용해요. 지은이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어요.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한계도 갖고 있지만,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바꾸려 하지 말고, 그 민감함과 예민함을 인정하라고 해요. 게다가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라고 말해요. 창의력, 통찰력, 열정은 민감함이라는 재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요.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데요. 이러한 수많은 입력은 머릿속에서 무수한 상상으로 이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창의력이 있는 사람은 민감한 사람이 많다고 해요. 또 민감한 사람은 한 가지 일에서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해요. 그건 통찰력으로 이어지구요. 그리고 민감한 사람은 풍부한 내면의 삶을 갖고 있다고 해요. 자신에게 집중할 줄도 알구요. 그렇게 열정으로 이어진다고 하구요.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대개 까다롭고, 비사교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바꾸고 싶었어요. 그런데, 바꿀 수 없었어요. '교각살우(牛)',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草家三間) 다 태운다'였던 거예요.

 '남들보다 민감한 성향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있고, 내게 기대하는 일들을 왜 내가 할 수 없는지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나 자신에 대해 남들과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극을 받아서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수잔나, 35세

 에필로그 끝에 인용된 말이에요. 이 책을 읽은 저의 이야기였어요. 몽테뉴도 자신만의 공간인 '치타델레(Zitadelle)'가 있었고,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이야기했지요. 이제 저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덴마크에서 온 심리치료사의 이 이야기. 고마웠어요. 민감한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특히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 중에 30퍼센트는 외향적이라고 하네요. 민감하다고 다 내향적이라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민감한 것과 내향적인 것은 다르다고 하구요. 제가 민감하다고 하면, 그저 내향적이라고 예단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오해라는 거예요. 새로운 깨달음이었네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덴마크에서 개발된 민감성 테스트하는 설문지가 있구요. 예민한 사람들이 더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 목록도 실려 있네요.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해요.

 민감한 사람이 쓴 민감한 사람을 위한 이 책! 깨달음과 도움을 주는 이 책! 제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知音) 같은 책이에요. 오랫동안 대화를 하며, 제 민감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고 싶네요. 제게 고마운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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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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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요. 남녀가 만나, 가상부부가 되어 생활하는 거예요. 가상부부의 알콩달콩한 사랑에 웃기도 하구요. '칼로 물 베기'하는 가상부부의 싸움과 화해에 흐뭇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결국 가상이더라구요. 그리고, '가상가족놀이'라는 소설을 만났어요.


 한 남자, 도코로다 료스케가 공사 현장에서 발견돼요. 잔인함을 담은 변사체로요. 그런데, 사흘 전에 일어난 21세 여대생 이마이 나오코 살인사건과 이어져 있다는 걸 경찰이 알아내요. 수사를 하면서 'A코'로 불리는 여성이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데요. 그녀는 이마이 나오코의 연적이었던 거예요. 이마이 나오코의 남자 친구가 'A코'의 전 남자 친구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도코로다 료스케가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가상가족놀이'를 했다는 걸 경찰이 밝혀내구요. 인터넷에서 모여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로 놀이를 했던 거예요. 게다가 '가상가족놀이'에서 딸의 별명은 '가즈미'로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 이름과 같구요. 결국 경찰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돼요.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인 가즈미가 취조실의 거울 너머로 '가상가족놀이'를 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거예요.


 '이 책에는 몇 명의 형사가 등장하는데, 주요한 두 사람인 다케가미 형사와 치카코 형사는 각각 졸작인 『모방범』과 『크로스파이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인물입니다. 전자와 후자는 상당히 세계 설정이 다른 작품이라 이번에 이 두 사람의 ‘공동 출연’은 사실 작가로서 약간의 저항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임과 동시에 짧은 시간이나마 취조실 안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도 완수할 필요가 있는 이번 캐릭터에 역시 이 두 사람이 적임이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나란히 다시 등판시켰습니다.' _작가 후기 중에서


 그렇게 가상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케가미 형사, 취조실 거울 너머의 가즈미에게는 치카코 형사가 있어요. 가상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친딸 가즈미의 마음을 자세히 그리고 있지요. 날카로운 직관력과 따뜻한 다정함으로 감정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잘 스며들어요.


 이 책, '가상가족놀이'는요. 『R.P.G.』(2011년)의 개정판이에요. R.P.G(Role Playing Game)는요. 사용자가 게임 속 인물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수행게임이지요. 비디오 게임 마니아로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미미) 여사님이기에,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역할연기가 더 빛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이 일본에서의 출간된 때가 2001년이에요.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 채팅은 아무래도 지금은 구식이에요. 휴대폰으로 하는 인터넷 채팅에 익숙해져 있지요.


 '가즈미​는 말했다. 인터넷 속의 가족놀이는 즐거웠다고.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고. 소중했다고. 어머니도 말했다. 그곳에는 고독한 인생을 위로해주는 상대가 있었다고. 미노루가 삐딱하게 굴면서도 가상가족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도 '말이 통하는 아버지도 좀 있었으면 했다'라는 소소한 꿈을 그곳에서라면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 277쪽.


 그래도 인터넷은 지금도 가즈미, 어머니, 미노루​가 말하는 그런 공간이기도 해요. 다만,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로 인해 현실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겠지요.

 '정의요.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는 거야. 그뿐이에요. 당연한 일이죠.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 275쪽.


 범인이 한 말이에요.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사이조 야소의 시, '나비' 중에서

 범인이 쫓았던 건 범인이 내세운 정의라는 나비였지만, 마지막에는 그 정의라는 나비의 잔해만 남았지요. 허무해요.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도 마지막에 위의 시를 인용했을 거예요.


 아프리카 풀라니족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해요. '혀와 이(치아)는 다른 무엇들보다도 서로 가깝다. 그러나 이는 언제고 혀에 상처를 낼 수 있다'구요. 그래요.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언제고 상처를 낼 수 있어요. 이 소설, '가상가족놀이'를 만나서, 가깝다고 상처를 주었던 가족에게 미안함을 갖게 됐어요. 가까울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네요.

 

 이 소설! '가상가족놀이'는요. 정말 미야베 미유키 여사님다운 소설이에요. 인터넷의 가상가족놀이로 상처 받은 사람의 얼굴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그리고 있어요. 그 그림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네요. 날카로움과 따뜻함을 가진 그 그림! 눈에 담긴 그 그림 안에 가족의 얼굴이 겹쳐지네요.  





 덧붙이는 말.

 

 (사진 출처: 북로드 네이버 포스트)


'가상가족놀이' 띠지 날개 퀴즈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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