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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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외할머니의 옛 이야기, 마을 이야기, 친척 이야기 등. 저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예전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를 만났어요. 일본 할머니인 사노 요코의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의 이름은 '문제가 있습니다'예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책 안에 가득 있어요. 어릴 적 중국에서의 이야기. 전쟁 끝났 후에 일본에서 살았던 이야기, 가난한 미대생이었던 이야기,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이야기, 책 이야기 등.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변변찮은 경험이 아닌 타인의 귀중한 경험을 나눠 받기 위해서이고, 보통 사람에겐 없는 재능을 접함으로써 나의 가난한 마음을 잊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빨간 재능에 푹 잠긴 채 빨간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고, 내일이면 파란 재능에 물들어 ‘와, 세상이 이렇게 파랗구나’ 감탄할지도 모른다. 아마 모레는 시커먼 책을 읽을 것이다. 그렇게 책은 쌓여간다.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 -149쪽.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공감이 가는 글이에요. 특히 '자꾸자꾸 쌓여간다. 성가시다. 집이 좁다'라는 글이 꼭! 제 마음 같아요.


 '봄이 끝날 무렵엔 산이 온통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산이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새싹이 하룻밤 사이에 1센티나 자란 걸 확인했을 땐 정말 놀랐다. 신기하게도 매년 놀란다. 놀라움은 기쁨이다. 그 기쁨은 공짜다.' -191쪽.


 하룻밤 사이에 자란 새싹! 그 기쁨을 누리시는 요코 할머니! 그렇게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사신 할머니!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 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201~202쪽.


 삶을 즐길 줄 아셨던 요코 할머니! 부자가 되어,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요. 아깝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장난기가 가득한 할머니의 말씀이에요.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 이 책의 작은 이름은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예요. 정말 솔직하고, 삐딱한 요코 할머니세요. 할머니께서는 산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세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숙명이라든지 운명 같은 것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된다(210쪽)'고 말씀하세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때론 엉뚱하게 때론 강하게 나아가신 할머니! 생텍쥐페리도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해요. '스스로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해요. 요코 할머니께서는 생텍쥐페리의 글대로 사신 것 같아요. 자신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신 요코 할머니! 나름대로 열심히 사신 요코 할머니!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정말 잘 들었어요. 감사해요.

 요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이 책! 저는 오랜만에 외할머니 댁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친근해요. 손자를 귀여워해주시며,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아요. 그 귀여움 듬뿍 받으며, 어리광 부리며, 읽을 수 있는 이 책! 좋아요!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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