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다시 손에 든 것이 17년만이다. 작가도 나도 벌써 기나긴 시간동안 달라졌건만 소설은 여전히 지독한 외로움과 고뇌에 가득차 있다. 여수를 떠나 한강이 흐르는 서울살이 시작할 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강이 쓴 여수에 대한 소설로 달랬던 내 18살 2000년에 바친다.
80년 광주를 향해 숨가쁘게 치닫는 그의 펜이 그리는 한국의 현대사. 그리고 그의 문학. 역사를 살아낸 거장의 삶은 20여년의 숙성을 거쳐서야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 이후의 삶의 궤적은 또 얼마만큼의 숙성을 거쳐 제 2의 자전으로 다가올까. 부디 그의 눈이, 어깨가, 그리고 펜 끝이 거침없이 가 닿을 수 있도록 건강하시기만을 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