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지나는 273번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길가에 붙은 포스터에 눈을 뺐겨 냉큼 버스에서 내려 알게 된 연극 ''Man From Earth''. 영화를 보고는 며칠 동안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들에 빠져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 주저하지 않고 다시금 연극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원작 영화 자체도 한 공간에서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서만 만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역사와 신화를 넘나드는 빼어난 구성을 자랑했기에, 이를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일단 원작은 잊기로 했다. 처음 스토리를 접하는 신선한 시각을 다시 갖고 싶었다. 그러한 바램을 충족시켜주는 배우들의 열연. 존 올드맨을 맡은 박해수 배우 뿐만 아니라, 조연들을 맡은 교수들의 열연은 원작보다 더 강렬하게 플롯을 따라가게끔 관객들을 이끌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윌 교수 역을 맡은 김재건 배우님의 연륜과 열정이 배어나는 열연은 시종일관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토리는 원작을 따라가지만, 원작에서 인용되고 사용된 역사적 사실들과 성경을 둘러싼 일화들에 더하여 보다 풍부한 변주와 확장이 이루어졌다. 신화적 상상력과 학문적인 근거 인용들이 추가됨에 따라, 원작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스토리를 보는 듯한 신선함과,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보다 충격적인 반전을 경험하는 경이감을 안겨주었으리라 짐작한다.
무엇보다 살아 숨쉬는 무대위에서 바로 내 앞에 다가오는 배우들의 힘과 열정은 역시 모든 공연예술의 밑바탕은 연극, 그것이 다름아니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다음 주, 다시 그 무대로 찾아가 열정이 빚은 경이로운 스토리를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