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해 나아가는 더디지만 끈기있는 움직임, 그 움직임에 땅과 건물의 균열을 자아내는 식물들의 힘. 그 힘처럼 한강의 글들은 조금씩 견고한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었나보다. 내 유년기, 청년기에 발표된 글들을 읽어가며 그 시절 거리에 흐르던 설익은 번영과 혼란을 되짚어 보았다. 2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디에 와 있고 작가는 어디에 와 있으며 나는 어디에 있는가.
설자은의 행보가 한반도 구석구석을 향한다.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은데 설자은을 만날 때는 언제나 그리하였다. 작가 역시 신이 나 써내려 간 것이 문장마다 느껴진다. 새 시리즈가 어서 나오길, 읽는 신열에 하루가 쉬이 지나가는 기분을 다시 느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