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쇼크 -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2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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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석학들을 모아 놓고 지식의 최전선에 접근한다는 엣지재단의 과학시리즈 2권이 나왔다. 엣지 재단의 멤버는 특별한 사람또는 비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지식인 현재 지적 세계와 공학계와 과학계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과학자와 공학자, 예술가와 철학자, 기업가들이 엣지의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이 베스트 오브 엣지(THE BEST OF EDGE 시리즈 2)에서 다룰 주제는 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다.

 

문화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의 총칭이다. 따라서, 문화는 시대와 함께 한다. 컬쳐 쇼크는 엣지 멤버들이 문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았는데 이는 곧 바로 지금 시대를 읽는 것과 같다. 또한 한 시대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로 퓰리처상과 영국 과학출판상을 수상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과거 역사에서 실패한 사례들을 통해 한 문화의 존패여부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문제 예측의 실패,

2)문제가 발생한 후에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실패

3)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실패

4)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연속적인 이유로 재앙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

이런 과정을 거친 문화는 실패하였고 인간 사회에서 문제를 예측하고 인지하며 해결하고 노력한 사회집단은 성공했다.

 

데니스 더턴은 인간은 유전자와 문화, 둘의 합작품으로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유기체이지만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고 정의한다. 인지과학과 심리철학의 세계적 석학으로 대니얼 데닛은 문화는 진화한다.’ 는 주장을 바탕으로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인 으로 문화적 매개물에 대한 설명을 한다. 대니얼 대닛은 인간의 창조력을 밈으로 설명해야만 우리가 인간 정신의 산물들과 일체감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영국 출신 작곡가이자 가수, 미술가, 음반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이노는 밈이 문화적 구성요소를 가리키며 문화는 밈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라고 한다. 브라이언이 밈에 주목하는 이유는 문화의 가치가 인간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며 인간들 사이에 형성된 시스템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며 대상물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문화에의 참여는 이런 이해에 도달하는 첩경이다.

 

가치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치를 창조해서 그 자리에 둔 것일 뿐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망을 이루는 현대의 네트워크는 오프라인의 연결망뿐이 아닌 인터넷과 관련되 컴퓨터 사용자들 모두를 총칭한 소셜 네트워크까지 포함한다. 이런 테크놀로지의 출현은 또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이런 네트워크 문화는 사회의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사회의 근간을 이루었던 개인 민주주의를 오픈소스 민주주의로 변화시켰다. 사회이론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작가 칼럼리스트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네트워크화 된 오픈소스 시대는 신화에서 벗어나 실제로 행동하는 기회의 시대로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는 진정한 참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예일대학 컴퓨터과학부 교수인 데이비드 겔런터는 현재 당면한 테크널리지의 역사에 대하여 36가지로 정리하고 있는데 인터넷이 현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집중분석한 글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현대 개인이 컴퓨터를 함에 있어서 단순하고 통일된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를 지녀야한다는 부분과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현재성의 문화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현재성은 현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현상 중 하나로서 지금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 인터넷 문화이지만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에 대한 정보의 홍수가 과거를 들여다보는 문을 닫아버렸다.

인터넷에서 최선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에서 개인의 창조적 자율성으로 인해 집단 형성이 수월해졌다. 인터넷 집단주의를 일컫는 디지털 마오이즘은 집단은 항상 옳다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기도 한다. 제런 래니어는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의 것으로 인식되곤 하는 현상에 대해서 어떤 언어 행위가완전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개성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컴퓨터는 상호보완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문화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의 총칭이다. 현대는 아무래도 컴퓨터와 인간의 공생 시대 이다보니 문화를 말함에 있어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가 문화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며칠 전에 우연히 홈쇼핑을 보다가 최신 컴퓨터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책에 미래의 컴퓨터는 화면의 대형화가 될 것이며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포기하고 화면이 큰 컴퓨터를 선택하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부분과 일치하는 대형 화면의 컴퓨터가 첫 선을 보이고 있었다. 컴퓨터가 우리 일상에 차지하고 있는 부분들은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것이다. 인터넷 중심의 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의 속도가 빠르고 예측불가능하다. 컬쳐 쇼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문화 자화상이며 미래의 대비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석학들의 선견지명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엣지 재단의 담론들은 과도기적인 사회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데에 상당한 기여를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담론들이다. 베스트 오브 엣지(THE BEST OF EDGE 시리즈 2)문화에 대한 담론 또한 21세기를 이끌어줄 지식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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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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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모시고 인근 숲으로 마실을 다녀왔다. 어머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받고 다시 모셔 올 때까지만 해도 볼이 홀쭉해 지시고 얼굴은 검게 타 병색이 완연하였는데 이제는 병세가 호전되어 얼굴에서도 병색이 옅어지고 움푹 파였던 볼에도 살이 붙고 혈색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공황장애와 당뇨가 있으셨던 어머니는 우울증까지 겹쳐 첫 날부터 과거를 회상하시며 자꾸 눈물을 보이셨다. 평소 너무도 밝고 건강하셨던 기억만 있어서 오히려 아프신 어머님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였는데, 어머니는 잊으셔도 될 법한 이야기를 애써 기억하며 우시곤 하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문득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어머님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그렇게 기운이 없으셨던 분이 이야기를 하실 때는 없던 기운도 생기시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시는 듯 했다. 인근 숲에 가서도 어머니는 이야기의 꽃을 피우셨는데 의외의 말씀을 하신다. “야야, 내가 지금 아픈 게 차라리 감사한 일이다. 이 나이에 아프다고 하니 모두 나를 걱정하고 생각해 주는구나... ” 매일 우시며 절망가운데 계시던 분이 희망이라는 지푸라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감사함에서 오히려 나는 절망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파발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동엽 신부님의 희망찬가의 새 책은 《희망의 귀환》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다스베이더의 귀환처럼 반가웠던 이 책을 보며 차동엽 신부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속에 희망이란 꽃씨를 심는 일과 다름없다는 것을 떠올려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희망을 품는 존재다.”

“희망은 인간의 운명이다.”

“나도 희망한다(Spero). 너도 희망하라(Spera).”

“겨울은 언제나 봄 속에서 끝난다.”

 

 

책에는 희망의 메시지로 넘쳐나는 이야기들과 과학적으로도 희망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증명과 희망놀이가 인류사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사실들을 열거하며 희망에 대한 차동엽 신부님의 집요한 탐구로 시작된다. 무책임한 희망 부추기가 아닌 희망의 원리들을 역사와 문학에서 성공한 이들에게서 찾아내어 희망의 엑기스들을 추출하며 오로지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심도 깊은 과학이론과 역사의 검증을 받은 희망의 이야기에 대한 귀납적 진술을 하는 ‘희망’의 대화이다. 세상의 모든 것의 원리와 규명이 있듯이 희망원리에 대한 저자의 집요한 탐닉을 읽다보면 마치 희망이 전이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는 홀로 다섯 형제를 키우시면서 겪으셨던 생활의 고통을 지금도 기억하고 계신다. 없는 살림에 다섯 명이 모두 대학에 다니게 되자, 끼니 거르는 것은 기본이고 당장 먹고 사는 일 걱정으로 막막하였던 지난날들을 떠올리시며 눈물을 보이시곤 한다. 치통으로 매일 밤 괴로워 잠 못 이루시면서 돈이 없어 치과에 가지 못해 앓던 이를 일부러 흔들어 빼시곤 하였는데 결국에는 윗니가 다 없어지더라 하시며 자식들은 아직도 모르는 일이다 하신다. 내가 처음 어머니를 뵈었을 때 어머니는 윗니가 하나도 없으셨다. 지금은 의치를 하고 다니시지만, 그때는 돈이 생기면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자식들에게 무조건 부쳐줘야 했기에 생니를 모두 흔들어 빼셨던 이십 년 전의 어머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런 곤궁함에도 어머님은 자식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말씀하신다. 차동엽 신부님이 말하는 희망과 어머님의 희망은 닮아있다. 희망으로 가득 차 절망이 조금의 틈새도 엿볼 수 없는 맹목적이고도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뚝심이라는 점이, 병 앞에서도 희망을 다시 부여잡고 일어서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통해서 , 그리고 차동엽 신부님의 희망 충전제로 나는 다시 희망하게 되었다. 차동엽 신부님의  희망꽃씨가 우리에게 있는 한,  꽃씨가  울울창창 숲을 이루는 그날이 우리에게도 머지않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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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불행하다고 해서 남을 원망하느라

기운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어느 누구도 당신 인생의 질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오직 당신뿐이다.

모든 것은 타인의 행동에 반응하는

자신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자신과 다른,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 당신은 이미 중요한 사람이다.

당신은 당신이다.

 

당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 본연의 모습에 평안을 느끼지 못한다면

절대 진정한 만족을 얻지 못한다.

 

자부심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만이 당신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말고

심지어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도

더 당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삶은 언제나 당신 자신과 연애하듯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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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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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철이 있었다. 가을은 공원에 이별을 고했다. 나무는 맨몸이 되었다. -11쪽

그 밤의 세계가 얼마나 인정머리 없고 고요하던지, 서둘러 대소변을 보는 우리를 얼마나 웃음거리로 만들던지. 왼쪽에서 트루디 펠리칸이 종 모양의 외투를 겨드랑이까지 추어올리고 바지를 발목까지 내리던 모습, 그녀의 신발 사이에서 졸졸거리던 소리, 뒤에서 법무사 파울 가스트가 끙끙거리던 소리, 그의 아내 하이드룬 가스트의 배 속에서 설사병 난 장기들이 꾸르륵 거리던 소리. 지린내가 나는 뜨뜻한 김은 공중에서 삽시간에 말갛게 얼어붙었다. 눈밭은 우리를 어찌나 혹독하게 다루던지, 맨엉덩이를 드러낸 우리를 아랫도리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외롭게 버려두었다. 그 유대 속에서 우리의 오장육부가 얼마나 초라하던지-24쪽

명아주는 희한하게도 색이 변하고 먹을 수 없게 되어서야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움으로 무장하고 길 가장자리에 서 있다. 명아주를 먹는 철이 지나도 제 몸뚱이보다 커져가는 배고픔은 떠나지 않는다-28쪽

시멘트와 배고픈 천사는 공범이다. 허기가 땀구멍을 열어젖히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허기가 파고들면 시멘트가 땀구멍을 봉해버린다. 사람이 시멘트 상(像)이 된다-43쪽

배고픈 천사가 내 빰을 그의 턱 위에 맞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 눈을 올려 뜨면 저 위로 조용한 여름솜, 구름의 뜨개질, 내 뇌는 바늘 끝에 꿰여 하을에 고정된 채 꿈틀거린다. 뇌는 오로지 바늘 끝 그 한 점만을 지배한다. 그 점은 음식을 그린다. 어느 새 흰 식탁보가 깔린 식탁이 보이고, 발밑에서 자갈돌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솔방울 샘 사이로 해가 환하게 비친다. 배고픈 천사가 저울을 보며 말한다.--98쪽

어디에 있든지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배고픔의 외연이 되었다. 하늘이라는 이불과 땅의 먼지 사이 모든 장소가 각기 다른 음식 냄새를 풍겼다. 수용소 부지는 캐러맬, 수용소 입구는 갓 구운 빵, 수용소를 가로질러 공장으로 향하는 길은 따뜻한 살구, 공장의 나무 울타리는 설탕 입힌 견과, 공장 입구는 오믈렛, 야마는 데친 파프리카, 폐석 더미의 슬래그는 토마토수프,냉각탑은 볶은 가지, 증기를 내뿜는 연통의 미로는 바닐라롤케이트 냄새를 풍겼다. 잡초 속의 송진 덩어리에서는 설탕에 절인 모과 냄새가, 코트스 가마에서는 맬론 냄새가 났다. 그것은 마법인 동시에 고통이었다. 바람조차 허기를 먹여 키웠다. 바람은 추상이 아닌, 눈에 보이는 음식들을 싣고 왔다. -179쪽

불변하는 것들은 저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다. 세상과 영원히 똑같은 관계를 지속할 뿐이다. 세상과 스텝의 관계는 매복이고, 세상과 달의 관계는 밝힘이며, 들개는 도주, 풀은 흔들림이다. 세상과 나의 관계는 먹는 것이다.-221쪽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또다시 강제추방을 당한다면, 나는 알아야 했다. 어떤 처음들은 내가 원치 않아도 다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 이어짐 속으로 나를 밀어넣는 것은 무엇일까. 왜 나는 밤이면 다시 처참해질 권리를 가지려는 것일까. 왜 나는 자유로워질 수 없을까. 어째서 나는 수용소가 내 것이기를 강요할까. 향수. 마치 그것이 필요하다는 듯-266쪽

내 보물 중 가장 무거운 것은 노동강박이다. 그것은 강제노동으로의 귀환이고 구조바꿈이다. 배고픈 천사와 닮은, 경허함을 강요하는 누군가가 내 안에 있다. 그는 다른 보물들을 조련하는 방법을 안다. 그는 내가 자유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내 뇌를 타고 올라가 강박이라는 마법을 건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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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 - 독일인이 바라본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구당 보고서
하네스 B. 모슬러 지음 / 인간사랑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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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정치권에서는 새롭게 주목되는 사안들이 많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안들은 아무래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와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지구당의 부활이다. 여전한 갑론을박 중에 《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이 책은 무척이나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저자 하네스 B.모슬러는 독일에서 태어나 사회문화학과 한국학학사를 공부한 후, 서울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자가 독일인이라 번역된 원서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약력을 보니 책을 번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은 2004년 3월 여야 합의로 감행된 지구당폐지가 민주주의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초래한 결과들을 분석한 논문이다.

 

저자는 포스트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1, 형식적 수준에서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존재하고, 그것이 정치의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정책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한 점.

2, 정당정치와 득표를 위한 정당 간의 경쟁은 선거공약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의무에서 자유롭고, 구체적인 정책과 그것의 실천 여부에 대한 토론 대신에 인물 중심적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점.

3,정치적, 경제적 행위자들의 보다 밀접해진 상호작용으로 정치의 경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

4,헌법에는 주권재민의 원칙이 명기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권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선진국에 나타나는 포스트 민주주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이 후발민주주의 국가인 한국 정치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당의 관계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지구당 제도가 매우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이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의, 참여, 민주주의의 주요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의 기초조직인 지구당은 정당의 삼각구도의 일각으로써 여론수렴, 민원상담, 의상형성, 목적설정, 정책개발, 공직후보자 공천, 지도층 선발, 충원, 투표유도, 선거운동, 이익 집약, 대표, 집단통합, 민주시민교육 및 정치적 사회화, 정책선전, 지지호소, 국민동원, 정책정당화 등 정당의 다양한 핵심적인 역할들을 현장에서 담당한다.

이렇게 지구당은 유권자로서의 일반국민과 대의적 지배구조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일차적 장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당은 정당의 핵심적 교차지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004년 지구당제도가 폐지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로 설계되어 있다. 즉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천하는 데 정당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정당법 개정과 이 개정에 대한 위헌소송을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심각하게 도전을 받았다.

셋째, 정당법이 개정되고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그리고 헌재가 판결을 공개한 몇 개월 후 - 국회에서 2005년에 정당법을 다시 개정해서 지구당의 완전한 폐지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

넷째, 정치개형위원회의 소위원회에서 지구당 폐지를 직접적으로 촉진시킨 핵심 행위자들도 사후에는 지구당의 완전한 폐지는 본인의 원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다섯째, 만장일치로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10여 년 동안 형성되어 온 지구당 이슈에 대한 논의과정의 복합성과 애매함에 비춰 보았을 때 매우 간결하고 확실해 보인다.

여섯째, 지구당 폐지 이후에 이루어진 연구결과와 언론보도는 당내 부정부패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여준다.

 

2005년에 새로운 정당법 개정에 의해 지구당이 당원협의회 형태로 부분적으로 복구되었다. 개정된 법 또한 지구당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당의 자유’에 대한 관한 조항(제37조)에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다는 내용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지구당의 폐지는 국민의 참여를 통한 개혁이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방향의  정치개혁을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으로 만들었다.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의 공저자들은 한국 정치의 성숙을 위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민주적 문화의 혁명을 이루어야 하며 신좌파와 구좌파의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수-진보 양 세력 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돈먹는 하마, 부패와 비리의 원인으로 폐지된 지구당이 사라진 뒤의 선거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격돌로 이어졌고 세대간의 불통으로 인한 대립의 양상을 보였다. 여러 가지 정치구조의 복합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민주주의 성숙과정에서 지구당 제도가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과소평가 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정치체제와 사회를 매개하는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계급’은 대중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게 되자 시민사회와 연대와 소통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당폐지는  한국 정치가 떠안은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의 중심에는 정치 계급이 갖고 있는 민주주의에 관한 이해의 문제라고 하며 이로 인해 정치와 사회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 폐지된 지 5년만에 정치권에서는 다시  지구당 부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당 폐지의 결과인지 모르나 정치와 시민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구당의 부활을 앞두고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구당’에 관한 심층 분석의  《사라진 지구당, 공전하는 정당개혁》은 작금의 정치현실에 무척이나 시의적절한 책이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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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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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 일본 사람들은 유독 사후세계에 집착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선이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닉이 유별스럽다. 그렇게 탄생되는 세계는 때론 상식을 과감히 깨뜨려주는 비상식의  세계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의 손에서 창조된 세계 역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상상의 세계를 그린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악과 가면의 룰>에서 사라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마치 그런 세계의 완성을 말하는 것처럼 책의 제목 《왕국》도 사邪의 왕국이다. 어쩌면 작가의 사邪란 세계에 천착한 사유의 공간을 <왕국>이라 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邪) 란 이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야.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                                                                                           -<악과 가면의 룰>

 

창녀 유키리가 소설에서 자신과 동일시하여 등장하는 객체는 프리네와 달이다. 고대 그리스의 창부 프리네가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알몸으로 섰을 때 ‘여자의 아름다움은 무죄’라는 배심원 판결을 받은 여인이다. 작가는 프리네를 통해서 유키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키리는 프리네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으로 유키리의 아름다움 앞에 남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짓밟힌다. 그러나, 유키리는 매춘이 목적이 아닌 남자들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 목적이며 남자들의 약점을 빌미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유키리는 요다의 지시를 받는 일종의 요원이며 비밀리에 일을 시키는 요다와 유키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의 지배자 기자키와의 만남으로 인해 유키리의 인생에 커다란 해일이 덮치게 된다. 서로 반목하고 있는 두 세계, 요다와 기자키 사이에 졸지에 이중첩자가 되어버린 유키리. 양쪽에 속할 수도 없고 한쪽을 택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몰래 외국으로 도망가기로 하는데....

 

 

<법정의 다프네>

 

<1Q84>의 달처럼 <왕국>의 달 역시 몽환의 상대이다. 유키리의 세계가 꿈과 환상이 믹스되어 있는 세계인 것처럼 유키리의 달은 유키리의 또 다른 자아로 등장한다. 유키리는 달빛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의 변화는 곧 유키리의 변화로 이어진다.

 

네가 가장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드시 네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이란 그런 것이야. 

 

기자키가 지배하는 세계는 인간 내면의 감정움직임을 맛보는 세계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이 창조된 기자키의 왕국은 ‘상반되는 두 개의 무수한 다이너미즘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에서 인간 내면에 그려지는 감정을 즐기는 캐릭터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성향의 캐릭터이다. 매우 독특한 캐릭터였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는 ’사‘의 존재’‘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창조한 세계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이 세계에는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즐길 수 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왕국은 인간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담아놓고 있는 내면세계의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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