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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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다. 일본 사람들은 유독 사후세계에 집착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선이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닉이 유별스럽다. 그렇게 탄생되는 세계는 때론 상식을 과감히 깨뜨려주는 비상식의  세계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작가의 손에서 창조된 세계 역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상상의 세계를 그린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악과 가면의 룰>에서 사라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마치 그런 세계의 완성을 말하는 것처럼 책의 제목 《왕국》도 사邪의 왕국이다. 어쩌면 작가의 사邪란 세계에 천착한 사유의 공간을 <왕국>이라 칭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邪) 란 이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야.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                                                                                           -<악과 가면의 룰>

 

창녀 유키리가 소설에서 자신과 동일시하여 등장하는 객체는 프리네와 달이다. 고대 그리스의 창부 프리네가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알몸으로 섰을 때 ‘여자의 아름다움은 무죄’라는 배심원 판결을 받은 여인이다. 작가는 프리네를 통해서 유키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키리는 프리네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으로 유키리의 아름다움 앞에 남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짓밟힌다. 그러나, 유키리는 매춘이 목적이 아닌 남자들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 목적이며 남자들의 약점을 빌미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유키리는 요다의 지시를 받는 일종의 요원이며 비밀리에 일을 시키는 요다와 유키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의 지배자 기자키와의 만남으로 인해 유키리의 인생에 커다란 해일이 덮치게 된다. 서로 반목하고 있는 두 세계, 요다와 기자키 사이에 졸지에 이중첩자가 되어버린 유키리. 양쪽에 속할 수도 없고 한쪽을 택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몰래 외국으로 도망가기로 하는데....

 

 

<법정의 다프네>

 

<1Q84>의 달처럼 <왕국>의 달 역시 몽환의 상대이다. 유키리의 세계가 꿈과 환상이 믹스되어 있는 세계인 것처럼 유키리의 달은 유키리의 또 다른 자아로 등장한다. 유키리는 달빛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의 변화는 곧 유키리의 변화로 이어진다.

 

네가 가장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드시 네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이란 그런 것이야. 

 

기자키가 지배하는 세계는 인간 내면의 감정움직임을 맛보는 세계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이 창조된 기자키의 왕국은 ‘상반되는 두 개의 무수한 다이너미즘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에서 인간 내면에 그려지는 감정을 즐기는 캐릭터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성향의 캐릭터이다. 매우 독특한 캐릭터였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는 ’사‘의 존재’‘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창조한 세계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이 세계에는 인간의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즐길 수 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왕국은 인간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담아놓고 있는 내면세계의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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