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류신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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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울은 비정한 사실주의와 불온한 초현실주의가 길항하는 난해한 텍스트였다. 광활해서 방위를 가늠할 수 없이 막연했고 조밀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몽롱했다.”

 

서울을 떠나온지 얼추 십년 더하기 일년이 되어간다. 시골에 와서 한동안 서울을 너무도 그리워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딱히 내게 친절하지 않았음에도 서울이 남겨준 그리움의 병은 꽤 깊었다. 시골의 일상은 너무 외로웠고 따분했고 나른했다. 지금은 시골이 주는 안락과 평안에 익숙해져 도시가 갑갑하게 느껴지지만, 불과 십년 전만해도 서울에 가고 싶어 밤새 베갯잇을 적시곤 하였다. 그러나, 서울이 왜, 그리웠고 무엇때문에 그렇게 오매불망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명동거리에서 데이트 하다가  인파에 밟혀 죽을 뻔하였고  명동 지하도에서 출입구를 찾지 못해 수십번 헤매다가 울었던 기억,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에서 4강 신화를 목격한 직후, 기쁨에 취해 난생처음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홀린 듯 프리허그를 하고 다녔던 기억과  민주주의 투쟁의 성지나 다름없는 명동성당앞에서 항시 대기중이었던 전경들이 아직 머릿 속에 남겨져있는 서울의 풍경이다.

 

 그런 서울을 하나의 난해한 텍스트로서 읽는 독창적인 실험  글쓰기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문화평론가 류신스타일 문화비평이다. 저자 류신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을 오가며 느껴지는 서울의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죽기 전 1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연구이자 미완의 작품인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벤야민이 파리의 물신적 성격을 읽어내었듯이 자본주의의 원초적 트라우마를 벤야민의 눈으로 서울의 아케이드를 탐색하고 벤야민의 사유이미지를 그려보며  '21세기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색다른 문화비평 포스트모더니즘을 완성하고 있다.  여기서 아케이드는 본래 열주(列柱)로 지탱되는 아치형의 천장을 가진 구조물과 그것이 조성하는 개방된 통로를 일컫는다. 이 아케이드는 19세기 초반 파리 도심의 상가 모델로 도입되어 번성하다가 백화점의 등장으로 몰락했다. (이 책에서 아케이드는 자본주의의 문화적 뿌리라 할 수 있다.)

 

벤야민은 아케이드의 본질을 이렇게 직시했다.

"유리 아케이드는 꿈과 같인 외계(外界)를 갖지 않은 건축물이나 보행 공간을 말한다.(아케이드 프로젝트)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아케이드는 도시민의 일상이 영위되는 중요한 공공 영역이다. 가로를 실내로 포섭하는 아케이드는 대중이 거주하는 거리의 집이다. 이곳으로 자본의 욕망이 침투하고, 이곳에서 집단의 꿈이 전시된다.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한다. 이곳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싫든 좋든, 우리는 거의 매일 아케이드에 산다. 서울을 이해하기 위해 아케이드를 관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p12

  

서울이라는 텍스트를 벤야민화 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인물은  '도시속 이방인'이자  한국 최고의 거리 산책자인 '구보씨' 이다.  소설도 아니고 평론도 아닌 글, 소설이면서 동시에 평론인 글, '창작과 비평'을 합체하여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있는 문학평론을 쓰기 위해 벤야민의 눈으로 서울을 보고 벤야민처럼 사유하기 위해 적합한 역할을 해줄 화자인 구보씨와 함께 서울을 산책하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는 것처럼, 서울을 이루고 있는 뼈대들 -영등포에서는 타임스퀘어, 버스, 63빌딩,  경북궁에서는 근정전 화랑과 통인시장, 광화문, 청계천, 서울광장 분수대, 롯데호텔에서는 백화점과 지하도, 이동통신대리점, 세운상가, 홍대입구에서는 르네상스 안경점, 편의점, 주유소, 롯데월드, 코엑스몰에서는 네일숍, 헤어숍 메가박스, 강남역에서 강남대로와 엔제리너스- 을  기존의 만들어진 이미지의 서울이 아닌, 우연하게 포착된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진짜 서울의 풍경을 독해한다.  경북궁에서 치욕의 역사를 지닌 아케이드로서 , 자본주의의 신화와 영광이 좌절된 유토피아의 세운상가 아케이드를 편의점, 가두판매점에서 읽어내는 피로 사회의 아케이드를 , 화려한 도시의 외관에 감춰진 맨얼굴의 진실들이 요소요소 파헤쳐진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 비평의 과정은  잠들어 있던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며 새롭게 사유이미지가 생성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마치 벤야민이 대도시가 소비한 것, 소홀히 한 것, 망각한 것, 망가뜨린 것, 버린 것을 수집하고 분류해서, 그 파편 속에서 의미를 구원하려고 하는 과정과도 같다. 구보씨는 이렇게 자본주의의 심장, 서울을 해체하고 조립하여 전혀 다른 의미의 서울을 만들고 있다, 

 

파리의 시인이자 도시의 외로운 산책자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읽고 있던 중 이 책을 만났다.  구보씨의 걸음에서 보들레르가 , 벤야민이 노래하고 있었다. 도시의 일상이 주는 허무와 공허, 자본주의의 물신이 대중에 주입하는 현혹의 이미지를 벗어나 창작과 비평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서울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그 어떤 철학서보다 더 흥미로운 사유의 장을 선보인다. 저자는 서울을 외면할 도리가 없다면 서울을 이해하는 것이 삶을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듯  서울의 뼈대를  파헤쳐 자본주의 삶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서울 곳곳에 감추어져 있던  자본주의의 공공 영역인 아케이드가  바로 우리의 삶의 본질이자 무늬이며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아케이드'  실체라는 것을 마주할 때, 우리는 모두 보들레르가 되어 노래할 것이다.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오 더러운 수도여! ' 라고 ~-파리의 우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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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수첩 : 미술 명작 수첩
앤디 팽크허스트.루신다 혹슬리 지음, 박상은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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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동안 알랭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 빠져 지냈는데, 워낙 판형이 크다보니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이번 서울나들이에 들고 간 책이다. 알랭드 보통은 예술이 인간에게 영향을-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 이해, 성장 , 감상 -으로 나누었다. 내게 예술이 미치는 영향은 아무래도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별 즐거울 것이 없는 일상인데다가 연말이다 보니 심신이 마치 물먹은 솜방망이다. 이번 서울 나들이를 할 때 읽으려고 무심코 가방에 챙겨 넣었는데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서 한 장 넘기고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은 그냥 그림책이라기 보다,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위.대.한.예.술. 그.림.책.

 

저자는 단순한 작품이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중점으로 예술의 위대한 부분을 콕 짚어주고 있는데 일반과 위대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책은 작지만, 구성이 알차고 미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련된 해설과 정보, 어느 것하나 놓치지 않는 아주 알차고 찰진, 그야말로 쫀득쫀득한, 말랑말랑한 그림책이다.

 

 

"아주 옛날에 예술을 하던 사람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최대한 공들여 작업했다. 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헨리 롱펠로, 시인 

 

일반 책 반 정도 되는 싸이즈인데 내용과 구성은 정말 좋다.  전 세계의 뛰어난 조각과 명화 총 80여종을 실어놓았고 기원전 1400년경에 제작된 프랑스 동굴벽화에서부터 현대의 로스코 예배당까지 미술사 연대표로 정리하였고 작품들을 이 '위대한 예술'이 지닌 특성을 열 가지로 구분 - 표현, 아름다움, 내러티브, 드라마, 에로틱, 사실주의, 형식, 움직임, 왜곡, 상징주의-하여 작품이 지닌 특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 놓았다. 매우 꼼꼼하고 세밀하게 명작의 위대함을 짚어주고 있어 감탄하며 보게 되었는데 마지막장 수록작가 소개와 미술사 연대표, 작품 소장처를 보면서 미술사 개론으로 읽어도 좋을 책이라 보여진다. 그리고 더 좋은 부분은 '화가의 명언' 이 실려있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그림이해와 함께 묘한 교감을 불러 일으켜 예술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는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명작 수첩_미술》은 좋은 예술 작품과 진정으로 위대한 작품을 차별화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알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라 명시하고 있다. 원제 ‘무엇이 위대한 예술을 만드는가(What Makes Great Art)’는 이러한 평범과 비범의 한 끗차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맛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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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4-01-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 책의 반 정도라면 그림들이 좀 작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내용이 정말 좋은가봅니다, 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늦은 새해인사를 이제야 합니다

드림모노로그 2014-01-07 15:49   좋아요 0 | URL
한쪽 면을 그림에 지면을 할애하였기 때문에 그림이 작지는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홈쇼핑 빰치는 구성이라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
가연님 댓글 보자마자 인사 슝 하러 갔었어요 ㅎㅎ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 - 엘리트 삼형제를 키워 낸 자녀교육 리얼 스토리
에제키엘 이매뉴얼 지음, 김정희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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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대통령 시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흑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기적을 외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본 기억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미국에서의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기에 그들이 느끼는 ‘기적’과도 같은 감회에 백프로 공감을 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흑인의 흑인에 의한 , 흑인을 위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프란츠 파농의《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고는 흑인들이 느껴왔을 인종차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민족수는 많지 않지만 전세계에 가장 영향력있는 민족이 유대인이라는 데에는 별이견이 없어보인다. 그만큼 유대인의 우수성은 예로부터 알려져왔고 그 가운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녀교육이다.

 

이 책은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이자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생명윤리와 종양학계를 이끌어가는 세계적인 석학 에제키엘 이매뉴얼의 저서이다. 한때  오바마 행정부 관리예산처장의 보건의료정책 특별자문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대인으로서 엘리트층에 한 사람도 아니고 삼형제가 고루 각분야(의학, 정치, 엔터테인먼트)에서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유대인 부모님들의 자녀교육 비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현재 시카고 시장으로 람 이매뉴얼이고 셋째는  헐리우드에서 대형 에이전트를 하고 있는 아리 이매뉴얼이다. 이들 형제의 리얼 성장스토리 《유대인의 형제교육법》이 바로 이 책이다. 유대인으로서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부모님의 특별한 유대인식 교육법이 바탕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책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유대인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홀로코스트 세대 유대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전쟁과 도피, 차별과 배척이라는 멍에를 지면서도 전쟁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셨던 아버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스라엘에서의 생활, 헌신으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세상으로부터의 편견과 차별에 저항할 줄 아셨던 지혜로운 어머니의 이야기와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떠나오면서 조국과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느껴야 했던 예측 불가능한 삶의 본질과 선택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겪어야 했던 파란만장한 이민이야기, 게다가 삼형제가 어렸을 때 모두 난독증과 주의력 결핍장애를 앓았었고 백인 주류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며 느껴야 했던 비주류 차별과 배척등의 이야기들은 그러한 차별과 배척, 결함등이 삶에서 자양분이 되는 과정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생명학자인 저자는 유전자가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특성에도 영향을 받으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은 본성이나 양육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기에 부모님께 물려받은 특성들은 결함인 동시에 선물이었으며 그 특성에 적응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면서 성장함으로 결함은 축복으로 변화된다. 이러한 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내면의 성장을 할 수 있는 문화교육이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저자의 성장기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은 바쁘게 사셨다. 나는 지금도 우리 부모님들의 성실함과 끈기, 절약정신을 본받으려 애쓰고 있다.  부모님처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혜가 여러모로 부족하기에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자녀교육이 가장 힘든 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저자의 《유대인의 형제교육법》을 읽으면서 자녀교육이 자식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부모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문화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참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여행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으며  여행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가장 최고의 교육법이라고 한다. 저자의 부모는 생활비를 아껴서라도 여행을 하였으며 그 여행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커다란 맥락 안에서 자기 자신을 깨달아가도록 배려하였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스스로 세상속의 자아를 터득해나가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 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하고, 우리에게 이 마지막 교훈을 준 것은 우리 부모님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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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학생 적부터 미국프로농구를 보았어요.
에이에프케이엔으로 보았어요 ^^;

제가 중학생이던 1988~1990년에도
미국프로농구에서는 흑인선수가 솜씨가 더 빼어나지만
그무렵에도 인종차별이 있었어요.
요즈음은? 요즈음은 거의 다 흑인선수가 뛰니
인종차별을 하고 싶어도 못하겠지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이던 그무렵에도
신문이나 방송에는 '흑인을 때리거나 죽이는 미국 경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한국에서도 보도가 되었어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도 무언가 많이 느끼겠지요.

드림모노로그 2013-12-31 18:46   좋아요 0 | URL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음을 절감하겠지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중산층이 많이 붕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오히려 사회에서 차별과 배척을 받아온 히스패닉계들의 신분이 상승하고 있으니
흑인대통령 시대가 주는 변화로도 볼 수있겠지요.

흑인으로 산다는 것,프란츠 파농의 책을 읽으면서
그 비애와 비장함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에 충격받았었어요 ~ ^^
 
역사스페셜 - 전7권 세트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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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구매하려다가 드디어 큰맘 먹고 구입.(반값 흐흐흐) 사진이 크게 나와서 일반 책보다 작은 판형일 줄은 몰랐는데...받고 보니 작네 , 그래도 참으로 뿌듯함이 드는 책!! 구성 , 편집 최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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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 1 -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1
심경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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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라서 그런지 새해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소란스럽다. 새해에는 그래도 새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지, 마음을 차분하게 다잡아주는 책이 필요했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논어》(전 3권)가 민음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자, 딱 새마음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논어의 학이, 위정, 팔일, 이인, 공야장 ,옹야, 술이, 태백편으로 동양고전을 어렵게 생각하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로 『논어』의 한 구절마다 한 장씩 설명하는 형식으로 보다 쉬운 논어 읽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한 강에 번역 및 해설 부분과 원문 및 주석 부분으로 한자와 제목에 대한 풀이까지 세세한 설명으로 원문에 대한 이해에도 독자들을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학이] 편은 학문의 필요성과 [팔일]은 예(禮(예), [이인]편은 仁(인), [공야장] 편과 [옹야] 편은 제자들의 사람됨과 [향당]편은 역대 성인의 정치적 이상을 설명했다. 논어에는 사람이 지켜야할 도리로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실려있다. 주희의 [논어집주]에 따를 경우 《논어》전체는 498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자는 이 중에서 禮(예)와 仁(인)를 가장 중요시 하였는데 교양과 지식을 쌓아 나가되 인간관계의 도덕률인 예법을 가장 잘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즉 박문과 약례를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온전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군자가 글을 널리 배우고 예로써 요약한다면 역시 도에서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博文約禮(박문약례)

 

夫仁者(부인자)는 己欲立而立人(기욕립이립인)하며

己欲達而達人(기욕달이달인)이니라.

能近取譬(능근취비)면 可謂仁之方也已(가위인지방야이) 니라.

- 논어 옹야편 28장 박시제중(博施濟衆 )- 

 

어진 사람은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자신이 통달하고자 하면 남도 통달하게 한다. 가까운데서 미루어 빗대 볼 수 있다면 인을 추구하는 방법이라 이를 만하다.

 

사대 경전중의 하나인 논어는 2500년이라는 시공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생전의 공자의 삶을 녹록치 않았지만, 사후에도 문혁의 탄압대상이 되어 수많은 저서를 불태웠고 공자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탄압의 대상이었다. 중국인들의 통일을 위해서 다시 부활시켜야 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공자의 입지와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한 경쟁시대에 남을 세워주는 일이 내가 서게 되는 일이라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았던 공자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성(도덕성) 회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이는 서양의  공리주의자 벤담의 ‘공공의 선’이라는 철학을 훨씬 앞서는 사상이다. 그런 점에서 [논어]는 동서양을 막론하는 위대한 철학서임은 틀림없다.  

 

내가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논어 원문에 眞(진)이라는 글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참된 본성을 가르키는 한자로서 眞(진)이 아니라 直(직)이라는 한자가 쓰였다는 것에 무척 의아해 했는데,  며칠 전 읽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에서 인정세계(사회)이 가치를 正(정)이고 義(의), 直(직)으로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이때 直(직)이라는 단어가 무척 생소하였기에 기억해 두었었는데 뒷면의 설명을 보고 조금 이해가 가는 듯했다. ‘직’자의 기원은 시라카와 시즈카의 설에 따르면 ‘直(직)은 省(성)과 은으로 이루어져 있다. ’省(성)‘은 눈이 지닌 주술의 힘을 더 크게 하려고 눈썹에 칠을 한 모습이다. 후에 지역을 순찰하며 부정을 단속하는 일을 가리키게 되었다. ’은‘은 담으로 둘러싸인 은신처를 뜻한다. 곧 直(직)은 몰래 조사해서 부정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주로 正直(정직)이라는 복합어로 쓰인다. 인간의 참본성이 정직이라고 주장한 것이 [논어]이다. 인간이 인을 실천하는 이유는 누구나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정직은 곧 개인의 도덕적 주체성과 관계가 있다. 인은 바로 예,  박문과 약례를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온전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는 공자의 말씀으로 인의예지신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한자를 무척이나 싫어했었는데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면서 한자를 접하는 횟수가 많아지다보니 본의아니게 한자공부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자공부를 하다보니 한자의  한음 한음에 생각외로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음을 보고는 그 싫어했던 한자공부를 다시 시작하였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부분만 보게 된다는 말처럼, 신기하게 한자에 관심을 갖게 되자 , 한자에 관한 책만 눈에 띄곤 한다. 이 책은 논어에 대한 뜻풀이를 쉽게 하였고 구절의 의미 또한 반추할 수 있도록 해놓아 동양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뜻풀이와 함께 논어 원문에 관한 해석까지 곁들여 두루두루 유익한 책이다. 무엇보다 한자에 대한 뜻풀이가 가장 잘 되어있다.(그러고보니 한문학과 교수님 ^^) 논어를 읽고 나니 소란스러운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것 같다.  마지막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마무리.. ^^ 

                               

    지지자(知之者) 가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요.

 호지자(好之者)가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니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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