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 - 성과와 과제
조기숙.정태호 외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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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최근 읽은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의 역사의 저자 로저 오스본이 " 민주주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 라는 것을 민주주의의 오랜 역사를 통해 방증하였듯이,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시련과 도전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며칠 전 각시탈에서 독립투쟁을 하는 목담사리에게 이강토가

대일본을 상대로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

바위는 세월이 가면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언젠가 그 모래를 밟고 계란 속에서 깨어날 병아리가 있을 걸세. 살인적인 압박과 일본제국주의의 폭력도 계란 하나를 이길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올 걸세.“

 

 

이 대목에서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정착 또한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계란에 바위치기처럼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렇게 힘들게 이룩해놓은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역행하고 있다. 다행이도 민주주의의 역주행을 촛불시민의 헌신과 언론인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막아내었지만, 역행의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 책의 공저자들은 2008년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하 미래연)의 탄생이후 함께 해온 민주주의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다. 미래연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마음껏 진보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참모들과 함께 설립한 싱크테크이다(p9).그러나 민주주의 연구회가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노 대통령이 이 세상을 떠났다. 연구회원들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는가 하는 문제에 천착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이루어 낸 것은 무엇이고,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놀랍게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엄청난 진보를 하였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는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국민과 시민사회가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위기에 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VS. 실질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중요시되는 만큼 자유민주주의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반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결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에 따라 평가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는 결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에 따라 평가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민주주의라고 불리기도 하면 평등을 강조한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사회주의로서 자유민주주의가 정치적 차원에 집중된다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차원을 다룬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사회주의) 가 동시에 민주주의라 불리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야기시킨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남한이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북한이 국가 이름에 민주주의를 붙이는 건 서로 다른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시민주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주권에 있기 때문이다. 리얼 유토피아의 저자 에릭 올린 라이트는 시민이 사회권력의 주체로서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것이야말로 리얼 유토피아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시민이라는 단어는 깨어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시민에 의한 정치를 한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는 자동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무관심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민주주의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가운데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이 민주주의 30년 되는 해이다. 30년 사이에 놀라운 변화를 겪으며 발전하여 왔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적(파시즘,공산주의,독재권력)이 사라지자, 국민들은 안심과 무관심으로 더 이상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지배, 정권의 언론지배 등 새로운 지배구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그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지만, 반대로 시민의식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를 정치학자들은 위협이론으로 설명한다. 민주주의의 적이 사라지면 국민이 민주주의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등장하면 시민들은 다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탈물질주의는 고도의 산업화를 경험한 서구의 선진 민주국가에서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권, 자유,자아실현,환경,생태,삶의 질 등 탈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고학력,중산층, 젊은 세대 성향이 지니는 핵심 사상을 일컫는다. -P35

 

21세기는 탈근대의 시기로서 서구 민주 각국에서는 탈물질주의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탈근대는 근대적 합리성을 부정한다. 따라서 탈물질주의 운동의 특징은 권위와 위계질서를 부정하고 시민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다. 탈물질주의 운동은 탈권위주의적이라 부당한 권위에 도전하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운동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만이 아닌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개념이나 대통령제의 특성과 역대 대통령에 대한 비교 평가, 한국 정당의 발전과 정당개혁의 한계와 대안, 선거제도와 형식, 검찰개혁의 필요성 아울러 선진국가 건설의 새로운 방향과 모색, 시민주권론, 한국민주주의의 전개와 평가까지 민주주의에 관한 모든 것을 각 분야의 참모격인 교수진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모두 하나같이 글을 간결하고도 핵심적으로 써서 지루하지 않으며, 무척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현재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민주적 문화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고, 또 하나의 도전은 신좌파와 구좌파의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수-진보 양 세력 간에 균형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 일변도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보의 연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에릭 류(클린턴 전 미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

진보주의자들이 '우리나라는 비판할 것이 너무 많아 애국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고 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은 조국을 사랑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해서는 안된다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양쪽 다 문제다.

참다운 애국주의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비판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월간중앙 7월호 인터뷰에서->

 

나는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애국주의자는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에 쓰여져 있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처럼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라는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한 민주주의 교양서로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 나아갈 방향까지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이 민주주의의 밑거름으로 뿌려져 계란 하나가 바위를 이길 수 있다는 저력으로 성숙된 민주주의가 이 땅에 심어지길 고대하며, 저자들의 노고에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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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 -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책 쓰기 교과서
김태광 지음 / 글로세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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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 선물처럼 이 책을 받아놓고 제목을 보는데 작년 처음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시작된 글쓰기가 떠올랐다. 글쓰기에 대해 막연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 부터 책은  좋아했지만, 문학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 온 사십년이었는데, 요즘 글을 쓸때 제법 나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한때 꿈많던 여고시절을 함께 한 친구가 내가 언제가는 글을 쓸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자꾸 기억이 나는 요즘이다. 첫 시작의 어리숙함과 함께 근 2년을 읽고 쓰고 하였는데 내게 지금 남는 것은 뿌듯함이다. 내 삶의 궤적처럼 책이 존재해 왔다는 증명이기도 하고, 부끄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내 모습같아 솔직히 내 블로그를 보면 행복한 미소가 나온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하는 사람도 많고 주변에도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글을 쓴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글쓰기가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비루한 글솜씨를 비웃지는 않을까,문맥에 맞지 않는다고 누군가 비난하지 않을까. 세련된 언어구사를 하지 못한다고 조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겁먹으며 했던 생각들이었다. 왜냐 , 그전에는 책을 읽는 거 외에는 쓴다는 것과는 상관없는 생활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고, 하다못해 페이스북이나 , 각종 SNS의 발달로 쓰기는 곧 말하기와 같은 개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쓰기'는 말하기보다 더 중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110권이라는 책을 내 기네스북에 올랐고, 현재 대한민국 대표 책 쓰기 코치로, 출판프로듀서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은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써야 하는 시대이며 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떨쳐버리라고 한다.작가가 되기 위해 젊은 날 치열하게 살았던 이야기들과 대부분이 글을 잘 쓰는 것을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자는 글을 잘 쓰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과 시련을 견뎌내며 노력하는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한다. 따라서,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작가 김수현이 후배 양성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는 오로지 스스로의 재능과 성실함, 노력으로 스스로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듯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작가의 꿈과 독서 습관화, 고군분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 세가지가 작가로 거듭나는데 있어 필수 준비물이다.

 

 

대부분이 또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세 가지 고민을 하는데

첫째, 어떻게 쓸 것인가?

둘째, 무엇을 쓸 것인가?

셋째, 어떻게 하면 더 잘 쓸수 있는가? 를 고민한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그들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며, 게으르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글은 절박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써야 하므로, 절박함이 없기에 쓰지 못한다고 한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저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쓰기의 비결을  '무조건, 닥치고 쓰라' 로 축약한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가 자기부정에 빠지게 되므로 거침없이 쓰고 손을 쉬게 하지 말고 쓰다보면 계속 쓸수있는 열망이 생긴다고 한다.

 

열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에게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닥치고, 징징대지 않고 일단 쓰는 것이다.'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글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세상에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작가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PART.2 까지는 이렇게 글을 쓰라는 희망과 더불어 독려를 해주며 PART 3부터는 책을 어떻게 써야 하며, 기획하며 섹시한  제목 짓기와   출판사의 눈길을 끄는 콘셉트 차별화하기, 세련된 목차 만들기, 출판 계획서 쓰기, 원고매수 계산하기, 샘플원고 만들기, 저자 프로필 쓰기, 출판사 사로잡는 출간 제안서 쓰기, 출간 전후 입소문 마케팅하기 등 책 쓰기의 전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고 쓴다는 것에 대한 기본 틀을 잡아주는 기분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계발서와 같은 맥락에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 ' 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희망찬 말들은 처진 어깨를 세워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어떤 이들은 자기계발서가 다 똑같은 말이고 ,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힘들었던 젊은 날, 좌절과 시련속에서 자기계발서 30권을 읽고 삶에 희망을 찾았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희망에 부푸는 기분은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의 희망을 심어주는 책이며,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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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왜 부조리한가 - 경제학.철학.통계학.정치학으로 풀어낸 법의 모순
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금태섭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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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테러사건(사법부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2007년 담당판사의 집에 찾아가 석궁으로 테러를 가해 우리사회에 충격을 던졌던 사건)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을 보며 엉뚱하게도 절대 상소에는 휘말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더랬다.(ㅋ) 그 영화를 보면서 법으로 정의를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법은 국가를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과대포장지를 싸고 있을 뿐이다.  과거 법치로 나라를 세우려했던 진시황이나 한무제시대 국민들은 그 어떤 때보다  더 궁핍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 전 내가 사는 곳의 초등생 아이가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사고의 원인은 교통법에 의거해 모든 사거리의 신호등을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꾸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아도 법은 요지부동이다. 《법은 왜 부조리한가》의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로스쿨 레오 카츠 교수는 이처럼 우리가  불편하게만 여겼던 법의 부조리한 측면을 제시하며 대부분이 이런 법의 모순과 허점을 알면서도 그저 간과해야만 하는 현실과  일반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현행법 제도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 두루두루 살펴본다.

 

 

 

제 1부 법은 왜 상생 거래를 거부하는가

법이란 것이 거래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거래 -장기매매, 대리모 계약,성매매-등이 불법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당장 신장이 없어 죽는 사람이나, 점점 증가하는 불임부부를 위해 합법적인 제도가 될 수 있음에도 사고 팔 수 없게 규정되어 있는 이유를 살펴보며, 왜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어떤 일에 동의하거나 승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가를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이렇게 별 이유없이 동의나 승낙이 무시되는 이유를 저자는 악의가 보이지도 않고, 반박하기도 힘든 한 가지 놀라운 전제로부터 도출되며,그것은 단지 X가 어떤 것을 Y보다 더 강렬하게 욕구한다고 해서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Y보다 더 강략하게 권리주장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요구와 욕구, 이익과 선호는 다르다는 말인데 좀 더  쉽게 말하면, 저자는 법이 어떤 요구를 인정할 때 거기에는 암묵적으로 가치 또는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한 맥락에서는 이 가격으로, 또 다른 맥락에서는 저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두 개의 가치가 공존하는 갈등이 생기기 십상이고, 경우에 따라 순환론에 빠지기 때문이다.

 

 

제 2부 법은 왜 허점투성이인가.

법에는 허점이 많으며 이를 알면서도 허점을 없애지 못하는 이유와 변호사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행위에 반감을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살펴보는 장인데 가장 쉬운 사례로 선거 조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변호사가 허점을 이용하는 행위가 때론 도덕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경우를 비단조성이라 한다.

 

 

제 3부 법은 왜 그렇게 이분법적인가

법적 판결은 이분법적이다. 유죄 아니면 무죄, 유책 아니면 무책, 계약이 맞거나, 혹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명쾌하게 나뉘지 않으며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법은 왜 절충적, 중도적 판결을 내리지 않고 이분법적 판결을 고집하는가. 여기에 대해 저자는 법은 기어코 경계를 나누려는 지독한 속성이 있다고 한다. (예를 시리우스 별에서 온 사람을 들어 설명하는데 , 참 놀라운 이야기였다.)

 

제 4부 우리는 왜 악행을 모두 처벌하지 않는가

법에서는 사람들이 극히 혐오하는 데도 딱히 처벌하지 않는 행위가 있고, 사소해 보이는 데도 엄중하게 처벌하는 행위가 있다. 법은 왜 우리가 직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느낀 혐오감이나 도덕관념에 비례하여 처벌하지 않는가? 에 대해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법이 부조리한 이유는 첫 번째로 법의 부조리한 특성, 승낙의 한계를 논하면서 반복했던 논증과 유사하다. 개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회 구성원에게 그 모든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것을 요구하게 되면서, 하게 되는 논증을 말한다. (책에는 응급실 사례와 콩에 대한 논증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로 다룬 법의 부조리한 특성은 법의 허점이다. 우리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자들의 핵심 전략은 겉보기에는 ‘무관한’요소를 도입해 ‘유관한’ 선택 대안들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법의 허점을 제거할 수 없는 이유, 또는 허점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의 관행을 강하게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애로의 정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며 애로의 정리는 무엇보다 선택 대안을 조작할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제거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변호사들이 허점을 이용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체스 선수가 일부러 말을 희생시키는 전략을 비난하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세 번째 법의 부조리한 특성은 이분법적 성격과 네 번째 부조리 특성은 과소범죄화 문제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법의 허점을 인지하고도 시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없으며, 어쩔 수 없는 일로 마무리하는 부분은 맛난 음식을 먹다만 느낌이 든다.

 

 

법은 부조리하다.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지만, 저자의 주장에 조금  당황한 부분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가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하였다. 이런 시장사회가 준 부도덕과 부패로 인하여 도덕적인 가치가 하락하고 무조건 돈으로 사고 팔려하는 인식이 팽배하는 사회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로스쿨의  레오 카츠 교수는 오히려  시장사회에 대한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보여지며 도덕적인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의아함이 들었다. 점점 도덕적인 관점이 모호해지는 시대에 성매매, 장기매매, 대리모에 대한 마이클 샌델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는데 마이클 샌델이 비상업적인 것으로 규정한 -성매매,장기매매,대리모-에 대해 돈으로 사고 팔아도 되는 상업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부연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기업들의 탄소 배출에 대한 거래를 옹호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논증과 이론에만 강한 법학자들의 단면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불편함이 드는 부분이었다.  괴테가 “모든 이론은 회색이지만, 생명의 황금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한 말이 떠올랐는데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이론은 회색에 지나지 않는다. 진수성찬이 차려져 맛을 보는데 화려하기만 하지 간은 되어있지 않은 잔치음식처럼 부조리한 법을 설명하는데 급급해 어떤 대안이나 제시가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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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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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을 본 순간부터 자꾸 귓가에 맴돌던 책이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후회한다는 뜻 아니면, 재치가 있거나, 둘 중 하나로 생각했었다. 물론 후회하지 않았으니까, 사회학과 관련된 책을 냈겠지. 했는데 역시 작가의 재치와 유머가 곳곳에 넘쳐난다. 사회학에 대한 애정이 넘치기도 한 학자이기도 하고, 사회 탐구에 관련하여 수많은 저작을 출간한 다작가로 미국에서는 가장 명망있는 사회사상가이다. 이런 학자들의 단점은 자신들의 이론에 갇혀 책을 재미없게 쓴다는 것이 단점이라 하면 단점인데 피터 버거는 자신의 학력이나 지위에 갇히지 않고 매우 위트 있게 사회학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나의 지적 이력은 착각에서 시작됐다.

 

 

사회학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학의 대상에 따라 어떠한 방법으로 연구하는 가에 따라 학문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하고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피터 버거가 군대에 가서 사회학자라고 하자 상관이 그게 뭔데?” 라고 묻는 걸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대부분이 사회학자에 대한 반응이지 싶다.  피터 버거는 그런 사회학에 대한 모든 것을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를 통해 아주 유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이 조금 온다. ^^

 

좋은 사회학은 좋은 소설과 유사하다. 좋은 소설을 읽으면 사회에 관해 많이 알 수 있으니까.

 

저자는 뉴욕의 뉴스쿨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세 명의 은사가  그에게 미친 영향으로 사회학자로서의 영구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세 은사에게 배운  사회학의 이론이 그의 기초 이론을 확립해주었다고 한다. 세 명의 은사( 잘로몬, 쉬츠,마이어) 중 한명인 잘몬에게서는 관념사에서 사회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게 되었고, 쉬츠에게서는 현상학을 마이어에게서는 종교사회학과 베버에 관하여 철저하게 배웠다고 한다. 이런 이론을 통해 탄생한 책이 현재의 사회적 구성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회학을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여 저술했다고 하는데

첫째가 사회학이 학대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신화들의 정체를 폭로함으로써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고,

둘째가 사회학은 곧 인문학의 하나로 역사와 철학과 가까울 뿐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이 갖는 직관적 통찰과도 밀접하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비전을 저술하면서는 종교인이었던 저자가 종교와 사회와의 관계를 가치 중립적으로 저술한 다음 다시 종교적인 관점으로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해야 했던 이유를 저자는 사회학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허구에 부여되는 종교적 정당성의 정체를 폭로하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이라며 , 종교가 가지고 있는 자기기만의 정체를 폭로하게 해야 하는 것이 사회학이라고 한다.

 

사회에 종교가 필요한 것은 인간에게 자기기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학은 사회적 허구의 실체를 폭로하기 때문에 코미디와 유사하다. 그래서 우리를 해방할 수도 있다.

 

사회학에의 초대에서는 사회학을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의식의 한 형태, 즉 인간 조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독특한 관점이라고 밝히는데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 즉, 사회적 역할 바깥에 설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우리가 자유를 깨닫게 해주는 것, 이 발견이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뉴욕으로 독일로 다시 뉴욕으로 뉴스쿨 대학원의 정교수가 되었을 때, 저자는 다작의 책을 내고 그 사이 사회학에 대한 특정한 접근 방식의 토대를 탄탄히 하게 되었으며, 이론적 토대 또한 장족의 발전을 한 상태였다. 사회적으로나 지위면으로 보나, 평온하기 그지 없는 삶에서 그는 모든 지루함은 악마를 불러들이는 법이라며 소설 엔클레이브스를 집필한다. 모든 첫 소설은 자전적이라고 했듯이 그는 이 소설에 자신의 사회상을 투영해 넣었다고 하는데 뭐. 쉽게 절판되어 아쉽다고 하는 거 보니 , 피터 버거는 작가로도 꽤 성공을 이룬 듯 하다. ^^

   

저자는 베버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베버에 대한 충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사회학자로서 그동안 사회현상을 연구하다보니 베버에 대한 충심을 거스르게 되는 반대되는 이론을 내놓게 되는데 ( 마음아파도 어쩔 수 없다나) 베버의 세계의 탈주술화라는 이론이다. 주술은 사라지고 근대인은 만연한 합리성의 철창에 갇혀버렸다는 것인데 거기에 저자는 근대 세계의 특징은 세속화가 아니라 다원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베버의 세속화 이론은 유지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다원성에 대해서는 저자가 온몸으로 부딪혀 얻은 경험 때문이었는데 그는 제 3세계와 반체제 문화, 그리고 복음주의와의 만남으로 인해 더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이런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서 다닌 나라만해도 수십 군데이다. 온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며, 사회학과 연결지어서 자신의 책에서 주장한 이론을 설명해주는데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중국에 갔을 때 중국 경제의 급부상한 이유를 유학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조금 내비치기도 한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었는데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한국 경제 기적의 비결로 보고 우스개 소리로 독일 백 년전 모습이라고 한다. (한국이 아무리 경제 성장을 했다 해도 독일과는 한참 뒤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서 베버의 현세적 금욕주의로 이 현상을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부유한 나라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낳는다나.... ....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읽은 필 주커먼의 신 없는 사회에 피터 버거의 말이 인용이 많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신 없는 사회는 듣기 나름이겠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을 무척 살기 좋은 나라로 보며  종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유일한 사회로서 두 나라를 사회학 관점에서 연구한 책이다.필 주커먼은 종교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가 사회를 더 살기 좋게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에서 저자 피터 버거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회학이란 학문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미국이란 사회에서 종교는 워낙 밀접한 관계라 그가 저술한 책과 사상의 바탕은 거의 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어서 앞서 말한 필 주커먼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고백처럼 실려 있는 말은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져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 저자는  자신을 처음 가슴 뛰게 만들었던 사회학과 현재  전문분야로서 사회학을 연구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기에 전문분야를 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사회학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이 하고자 했던 사회학에 대한 첫마음은 아직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 고백을 통해 사회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아주 재미있었다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 내 인생 마지막에  내 인생을 돌아보며 아주 재미있었어...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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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레드 로드
모이라 영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루가 앞장선다.

언제나 앞장서고,

나는 그 뒤를 따른다.

그래도 괜찮다.그게 옳은 거니까.

원래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거니까.

 

루는 아름답고, 나는 못생겼다.루는 강인하고, 나는 비쩍 말랐다.그는 나의 빛이다. 나는 그의 그림자고.루는 태양처럼 빛난다.그래서 그들이 그를 찾아내는 게 그렇게 쉬웠을 것이다.그냥 그의 빛만 따라서 오면 되니까.

 

 

루(오빠)는 금발, 나는 검은 머리,루는 파란 눈, 나는 갈색 눈, 루는 강인하고, 나는 비쩍 말랐다. 루는 빛이고 나는 그림자, 루라는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내 이름은 사바.

 

 

쌍둥이인 루와 사바는 정반대의 모습을 지닌 믿기 힘들겠지만, 쌍둥이다.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사바는 루의 뒷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좋다. 점점 메말라가는 은빛호수에서 아버지와 살고 있는 루와 사바에게는 동생 에미도 있다. 에미를 낳자마자 돌아가신 엄마생각에 사바는 루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동생 에미에게는 이상하게 심술맞다. 잘해주고 싶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비비꼬이는 이유를 사바도 알 수가 없다. 에미를 보면 엄마의 다정한 모습이 떠오르고, 풍족하였던 은빛호수가 떠오르지만, 지금 은빛호수는 가물다 못해 메말라가고 있는데, 에미가 보일 때마다 알 수 없는 짜증이 밀려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모래 바람과 함께 나타난 다섯 명의 남자들이 고요한 이 가족의 삶에서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 루를 납치하고,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세상이 끝난 것 같아......

 

 

살아남은 사바와 에미는 루를 구하기 위해 길고 긴 여정이자 붉디 붉은 모험의 세계를 향해 출발한다. 한번도 은빛호수를 벗어난 적도 없거니와 오빠 루만 의지하고 살아왔던 소녀 사바에게는 아버지의 복수이자, 루를 되찾아와야 하는 목숨을 건 사투를 할 수 밖에 없는 모험이었기에 에미를 두고 가야 했지만, 머시아줌마에게 맡긴 에미는 말을 타고 쫓아와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평원에서 우연히 만난 핀치부부에게 속아 사바는 희망의 시로 이송되어 철장에 갇힌 채 콜로세움에서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천사라고 부른다.

 

 

그렇게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 싸움의 일인자가 된 사바에게 다가 온 한 소녀 헬렌으로부터 루가 납치된 이유를 듣게 되고, 왕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동짓날에 태어난 아기를 찾아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감시한 후 납치해 제물로 삼아왔으며, 루가 곧 이 미치광이 왕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사바에게 다가온 은밀한 집단 ‘자유의 매’ 와 잭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사바의 모험중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이다.

 

 

책표지에 등장한 까마귀는 사바의 동행자 네로이다. 이 모험에 유일하게 처음이자 끝을 함께 해주는 네로와 아버지가 죽고 루가 납치되자, 연약하고 나약한 소녀 사바의 눈부신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그토록 미워했던 동생 에미를 돌봐주는 보호자로서, 루를 구출해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콜로세움에서 최고의 여전사로 등극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한편으로 약하다는 것은 강해질 수 있다는 여지가 있는 것이고, 강하다는 것은 또한 약해질 수 있는 역설적인 비유를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 아닌가 했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역설적 표현에 작가가 무척 센스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 메말라서 강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호수 이름이 은빛호수이고, 살인과 약탈이 넘쳐나는 도시의 이름은 희망의 도시이다. 《블러드 레드 로드》전반에 흐르는 이 역설적인 표현들은 읽으면서 재미와 동시에 모험의 생생함을 더해주는 기분이다. 사바가 나약한 소녀였지만, 절망의 세계를 구하는 구원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야말로 핏빛여정임으로... 역설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갔다. (p.497)

 이제 사바는 루의 그림자가 아닌 빛이기에 ...

 

 

이 소설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글래디에이터」등을 만든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흥행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정식 출간 전부터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고 하는데 이 책은 일명 '더스트랜드 3부작'의 첫 번째 권이다. 최근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마법사나 마술을 부리지는 않아서인지, 의외로 몰입도 잘되고, 그림처럼 여정이 펼쳐져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점으로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왠지 소설에서 펼쳐지는 자유평원은 영화에서 많이 접해온 공간으로 느껴졌다. 영화로 만들면 아마도 사바가 콜로세움에서 하는 격투기가 단연 으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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