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 - 성과와 과제
조기숙.정태호 외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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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최근 읽은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의 역사의 저자 로저 오스본이 " 민주주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 라는 것을 민주주의의 오랜 역사를 통해 방증하였듯이,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시련과 도전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며칠 전 각시탈에서 독립투쟁을 하는 목담사리에게 이강토가

대일본을 상대로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

바위는 세월이 가면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언젠가 그 모래를 밟고 계란 속에서 깨어날 병아리가 있을 걸세. 살인적인 압박과 일본제국주의의 폭력도 계란 하나를 이길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올 걸세.“

 

 

이 대목에서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정착 또한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계란에 바위치기처럼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렇게 힘들게 이룩해놓은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역행하고 있다. 다행이도 민주주의의 역주행을 촛불시민의 헌신과 언론인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막아내었지만, 역행의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 책의 공저자들은 2008년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하 미래연)의 탄생이후 함께 해온 민주주의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다. 미래연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마음껏 진보정책을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참모들과 함께 설립한 싱크테크이다(p9).그러나 민주주의 연구회가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노 대통령이 이 세상을 떠났다. 연구회원들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왔는가 하는 문제에 천착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이루어 낸 것은 무엇이고,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놀랍게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엄청난 진보를 하였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는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국민과 시민사회가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위기에 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VS. 실질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가 중요시되는 만큼 자유민주주의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반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결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에 따라 평가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는 결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에 따라 평가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민주주의라고 불리기도 하면 평등을 강조한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사회주의로서 자유민주주의가 정치적 차원에 집중된다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차원을 다룬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사회주의) 가 동시에 민주주의라 불리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야기시킨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남한이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북한이 국가 이름에 민주주의를 붙이는 건 서로 다른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시민주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주권에 있기 때문이다. 리얼 유토피아의 저자 에릭 올린 라이트는 시민이 사회권력의 주체로서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것이야말로 리얼 유토피아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시민이라는 단어는 깨어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시민에 의한 정치를 한다면 국민을 위한 정치는 자동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무관심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민주주의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가운데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이 민주주의 30년 되는 해이다. 30년 사이에 놀라운 변화를 겪으며 발전하여 왔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외부의 적(파시즘,공산주의,독재권력)이 사라지자, 국민들은 안심과 무관심으로 더 이상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시장의 지배, 정권의 언론지배 등 새로운 지배구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그 위험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지만, 반대로 시민의식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를 정치학자들은 위협이론으로 설명한다. 민주주의의 적이 사라지면 국민이 민주주의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등장하면 시민들은 다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탈물질주의는 고도의 산업화를 경험한 서구의 선진 민주국가에서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권, 자유,자아실현,환경,생태,삶의 질 등 탈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고학력,중산층, 젊은 세대 성향이 지니는 핵심 사상을 일컫는다. -P35

 

21세기는 탈근대의 시기로서 서구 민주 각국에서는 탈물질주의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탈근대는 근대적 합리성을 부정한다. 따라서 탈물질주의 운동의 특징은 권위와 위계질서를 부정하고 시민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다. 탈물질주의 운동은 탈권위주의적이라 부당한 권위에 도전하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운동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만이 아닌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개념이나 대통령제의 특성과 역대 대통령에 대한 비교 평가, 한국 정당의 발전과 정당개혁의 한계와 대안, 선거제도와 형식, 검찰개혁의 필요성 아울러 선진국가 건설의 새로운 방향과 모색, 시민주권론, 한국민주주의의 전개와 평가까지 민주주의에 관한 모든 것을 각 분야의 참모격인 교수진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모두 하나같이 글을 간결하고도 핵심적으로 써서 지루하지 않으며, 무척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현재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민주적 문화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고, 또 하나의 도전은 신좌파와 구좌파의 분열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수-진보 양 세력 간에 균형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보수 일변도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보의 연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에릭 류(클린턴 전 미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

진보주의자들이 '우리나라는 비판할 것이 너무 많아 애국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고 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은 조국을 사랑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해서는 안된다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양쪽 다 문제다.

참다운 애국주의는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비판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월간중앙 7월호 인터뷰에서->

 

나는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애국주의자는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에 쓰여져 있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처럼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라는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한 민주주의 교양서로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 나아갈 방향까지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이 민주주의의 밑거름으로 뿌려져 계란 하나가 바위를 이길 수 있다는 저력으로 성숙된 민주주의가 이 땅에 심어지길 고대하며, 저자들의 노고에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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