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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되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폭넑은 대상으로 쓰였다. 예전에 글을 잘 썼고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이 실현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필요하며 성공한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재능과 열정과 절제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책이다.-출판사 서평

 

 

 

 

 

 

 

 

한때 ‘고독이라는 병’이 유행어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런 말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홀로 남겨지면 낙오자, 또는 패배자라는 느낌에 사로잡히며 지독한 감기를 앓듯이 끙끙거린다. ‘혼자’라는 말이 ‘패배’나 ‘절망’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간주되는 오늘, 현대인들은 그렇기에 죽어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사람들 속에 섞이려고 한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겉으로는 키득거려도 마음으로는 웃게 되지 않는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가질 수 없는 무엇, 우리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면서 상실감에 시달린다. 그로 인한 통증을 난치병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삶에서 고독이 갖는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줄 필요가 그래서 있다. -출판사 서평-

원재훈 시인의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와 <바다와 커피> 이후 오랜만의 신작이다. 소설과 시에서 묻어나는 감성이 참 좋았던 시인이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치유의 글로 돌아왔다. 시인의 글은 치유와 위로의 산문으로서 충분한 기능을 한다. 그의 신작이 무척이나 반갑다.

 

『호(號), 조선 선비의 자존심』은 정약용, 이이, 김홍도, 이황, 정도전, 박지원, 김시습, 정조 등 조선의 역사를 이끌어간 천재들의 호(號)를 최초로 분석하고 집대성한 책이다. 그들은 세상에 초연해지고자 하는 바람과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다짐을 호(號)에 담아서 표현했다. 중간 중간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선비들의 아름다운 시와 산문은 이 책의 백미(白眉)다. 선비들은 시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산문을 통해 왜 자신이 이러한 호를 쓰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또한 이 책은 조선 선비들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에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인물들의 호 또한 소개하고 있다. 현대 국어를 다듬은 한힌샘 주시경 선생부터 대한민국의 기반을 마련한 백범 김구, 가까이에는 대통력을 역임한 후광 김대중 대통령과 거산 김영삼 대통령까지 바야흐로 대한민국 인물들의 모든 호(號)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출판사 서평-

 

봄에 호를 지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이름자 앞에 호를 붙여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일면식도 없는 분이 호로 인사하신 분이 계셨다. 놀라웠다. SNS의 힘이다. (그뒤로 SNS하기가 싫어졌다 ㅋ)..옛 어른들은 이름자에 꼭 호를 붙이셨다고 하는데 그 호를 집대성한 책이라니 무척 궁금하다. 신간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책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냉전 말 극한의 무기 경쟁 속에서 인류 절멸의 공포와 정면으로 대결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데이비드 E. 호프먼은 크렘린의 비밀문서를 포함해 기밀 해제된 각종 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공식적인 외교전은 물론 밀실 외교와 첩보전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사람들은 체제 논리에 압도되지만은 않았다. 무기 경쟁이라는 폭주 기관차에 제동을 걸려고 노력한 이들―정치가와 과학자, 외교관과 군인,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스릴 만점의 서스펜스 영화처럼 펼쳐진다. 주인공은 단연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다. 둘은 냉전의 한복판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천천히 벗겨가며 ‘인류 최후의 날 무기’를 폐기하자는 결정에 다가간다. -출판사 서평-

 

『워싱턴포스트』 27년 경력의 기자가 쓴 냉전 무기 경쟁의 역사!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읽고 싶은 책이다.

 

 미국 역사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만남은 종종 세기의 만남으로 불린다. 역사상 핵 강대국이 해체된 것은 소련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위대한 순간들을 르포르타주로 생생하게 재현해 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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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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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제목처럼 팔 미터가 넘는 긴 가로 화폭을 따라서 강산은 끝이 없이 펼쳐져 있었다. 눈으로 본 강산과 꿈에 본 강산, 꿈에도 보지 못한 강산들이 포개지고 잇닿으면서 출렁거렸다. 산들이 잦아지는 골짜기마다 마을이 들어섰고,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들이 펼쳐졌고, 들판 가장자리에서 다시 산맥이 일어섰다. 윤곽선을 풀어헤친 산맥은 연기처럼 엉키고 또 흩어지면서 허공 속을 흘러갔고, 기진해서 소멸해가는 산맥들이 하늘 속으로 빨려드는 잔영 너머에서 바다는 시작되고 있었다.바다가 뿜어내는 안개가 먼 잔산(殘山)들의 밑동을 휘감았고, 그 안개 속에는 내가 모르는 시간의 입자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번창했다.-p338  

 

 문학의 아름다움은 삶의 리얼리티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 있다. 롤랑 바르트가 '현재'라는 시간이 바로 소설이라고 하였던 것은 문학만이 지닐 수 있는 삶의 핍진성(리얼리티)을 가리킨다. 이 말은 곧 문학의 미는 삶의 핍진성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가가 좋은 글의 척도임을 알 수 있다. 김훈의 글은 바로 이 삶의 핍진을 바탕으로 한다. 문학 용어이기도 한  핍진성은 한마디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뼈대 , 먹고 자고 싸는 매우 생래적인 일들을 얼마나 치열한 사유의 미학으로 그려내는가에 있다.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강산무진>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재의 시간들을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배경들은 살풍경하다 싶을 정도로 무심하다. 주인공들 또한 '사납금 구만오천원의 고지를 넘어서 다시 뛰고 또 뛰어서 뛴 만큼만 벌어먹고 산다는 일은 잔혹했지만 선명한.’ 택시업을 하고 있고 <배웅>,  전립선에 걸려 뇌종양 아내를 간호하는 오상무<화장>의 이야기가 처연하게 그려진다. 논문 쓸 능력도 안되면서 만년 대학원생인 오문수는 대학가에서 여대생들과 숱한 염문을 뿌린다.  <뼈> , 비행기 사고로 형부가 죽은 이후 시도때도 없이 생리혈을 흘리며 우는 언니와 이혼 후 유부남을 사귀며 홀로서기를 하는 자매<언니의 폐경>에게서 노년의 쓸쓸한 풍경을  , 자식들이 장성하고 아내와 이혼 후 통보 받은 간암 판정에 혼자 신변정리를 하는 <강산무진>의 주인공이 등푸른 생선을 먹으라는 의사의 권유로 식당에서 혼자 고등어 구이를 먹는 모습에서 짙은 페이소스를 읽는다.  '강산무진도'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사이로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지듯,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현실의 시간들은 김훈의 <강산무진>에서 다소 메마르고 냉정하게 재현되어 흐른다. 

 

2편 <화장>은 같은 제목으로 상영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원작이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지만 뇌종양으로 투병하는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오상무가 그리는 관념의 롤리타(여성성)이다. 김훈 작가가 그려내는 사유의 미학이 가장 돋보이는 단편이었다. 전립선에 걸려 성기 끝에서 고드름 녹듯 겨우 몇 방울 떨어지는 오줌을 누는 주인공과 항문 괄약근이 열려서 비실비실 흐르는 똥을 싸는 아내와는 대조적으로 그려지는 여직원 추은주는 '빗장뼈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과 노을빛 살' 을 가졌다. 자신에게 결핍 된 생명을 추은주라는 관념적 대상을 통해 채워가는 주인공의 눈물겨운 사랑은, 이루지 못하는 꿈을 꾸는 현대인들의 결핍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강산무진도가 무릉도원을 꿈꾸던 이상향을 그려낸 것처럼 추은주는 이상과 관념의 마돈나로서 다가온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김훈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삶의 핍진성은 노년의 페이소스다. 관조하며 흐르는 소설의 시간들이 이제 폐경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어 버린 현재의 시간들과 겹쳐졌다. 오십대에 이른 주인공들에게서 보여지는 육체의 변화와 무력한 단상들은 나도 모르게 큰 숨을 들이쉬게 했고,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노화의 징후들을 확인케 하였다.  뇌종양으로 마멸해 가는 아내의 육체에 대한 묘사는 너무 리얼하여 생명이 빠져나가는 황량함를 느끼게 했고 그 생명조차도 ' 생명에서 생명으로 건너갈 수 없고, 이 건너갈 수 없음은 생명현상'이라 말하는 작가의 순응에 슬며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노년의 사랑은 관념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추은주를 향한 사랑조차도, 늙어가는 처지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삶의 편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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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패설, 밀애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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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져서 매일 반팔을 입고 출근한다. 더욱 놀라운 건 그래도 덥다는 거다. 땀에 젖은 티를 보면서 황당하고 작렬하는 태양이 너무 뜨거워 당황하는 나날이다. 아무리 온난화라지만 이건 너무한다. 여름을 우에 보내라고 한단 말이냐....

이 책은 음 그러니까 봄날에 읽은 책이다. 서평에 날씨 이야기를 쓰니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서평 앞머리에 일기처럼 날씨를 써볼까?

 

 『봄날치고는 쌀쌀한 날씨, 비까지 연이어 내리니 절로 로맨스 소설에 손이 갔다. 잠깐 머리도 식힐 겸 센치한 감성 놀이도 할 겸 읽기 시작한 월우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역사라는 씨줄과 로맨스라는 날줄 사이를 탄탄히 받쳐 주는 추리를 방불케 할 정도의 박진감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야기는 조선시대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홍지언과 차갑고 도도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여인 혜방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양반으로 아녀자들 상대로 패설을 읽어주는 남자치고는 자존심 강하고 잘생겼던 홍지언은 전기수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런 홍지언을 짝사랑하는 여인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런 여인들 가운데에는 당대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최참판의 외동딸 동희도 있었다. 병판의 여식인 혜방과 참판의 여식 동희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고 그런 동희를 위해서 혜방은 동희를 홍지언과 이어주려고 하는데..

 

 

 양반의 여식이지만 혼자 초라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혜방의 모습은 지언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런 혜방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검은 삿갓의 사내 '쾌'에게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끼게 되면서 지언의 가슴속에는 혜방의 자리가 조금씩 커져만 가던 중 참판의 딸 동희를 유혹해달라는 혜방의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마음을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사실 혜방은 최참판의 음모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부모를 여의고 집안 노비였던 공노비에 의해서 절벽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던 감진사의 딸 이연이다.  절벽에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 직전 야인으로 살던 쾌'에게 구출되었다. 이후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에 신음하던 이연을 가족처럼 돌봐주었던 것도 쾌였다.  이연과 쾌, 둘은 남녀간의 애정을 초월하고 더 끈끈한  정情 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이연을 우연히 산에서 만나게 된 병판은 어린 나이에 요절한 자신의 딸로 둔갑시켜 키우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이연이 보고 싶어 산에서 내려 온 쾌를 보게 된 혜방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찾는 동시에 자신의 양아버지 병판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 감진사를 죽이는 데 일조를 하였던 무리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이연이 혜방으로 되었다가 다시 이연의 과거를 찾게 되면서 복수의 포문이 열리고 혜방은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을 향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전기수들이 하나 둘 씩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과거 감진사 사건에 가담하였던 이들이 하나 둘 시체로 발견되자 최참판은 일경에게 조사를 맡긴다.

 

일반 로맨스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서사구조 안에서 역사 속 전기수들이 등장한다.  전기수의 시대가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양반족보의 매매행위를 통해 조선 후기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역사와 로맨스가 촘촘하게 맞물려 이어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호기심을 증폭하게 하는 미스터리 요소가 있어 지루할 짬을 주질 않는다.  게다가 혜방과 지언, 쾌라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에  얼룩져 있는 권력과의 싸움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 부분은 상상의 허를 찌르기까지 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지난 봄에 읽고 끄적거린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 그 재미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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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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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개고기 혐오 문화로 인해 88올림픽 당시에는 개고기 집이 문을 닫았다. 반대로 20세기 초까지 프랑스에서는 개고기는 즐겨 먹는 요리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웃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20세기 초까지 자신의 나라 프랑스에 개고기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허언을 해 빈축을 샀다. 혐오라는 감정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가끔 우리는 혐오에 휩싸여 비이성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를 왕왕 보곤 한다. 먹는 것에 대한 혐오가 우리의 일상적인 규범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도 혐오의 기제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세계적인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은 이런 혐오라는 감정은 '인지적 능력'에 따른 것이며 이러한 감정은 사회의 표준적인 규범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우선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평소 자신이 속한 사회의 표준적인 규범 기준에 맞춰 평가하는 관점을 가진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믿는 사회의 표준적인 규범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함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함의에는 평소 이성적이고 독립적이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자신의 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여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인간 삶을 특징짓는 구조 자체가 비이성적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삶 속에는 ] 이성적 감정을 가로막는 일정한 구조적 장애물이 놓여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감정을 성취하려는 몸부림은 모든 인간에게 힘겨운 투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혐오와 수치심에 관해 이야기할 장들에서 내가 주장하려는 바다.-p75

  

그렇다면 이런 혐오와 수치심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법이다.  어린 아이의 뺨을 이쁘다고 쓰다듬었는데 아이가 이것을 혐오스럽게 받아들인다면 법에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의 뺨과 팔을 쓰다듬어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는 판례가 있다. 누군가에게 혐오라는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역겨운 기억을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수치심까지 포함한다. 그렇다면 수치심이라는 것은 어떠할까. 정신분석학에서는 수치심을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런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와 같은 감정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감정을 말한다.    

 

저자는  한사회가 갖는 악덕과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증오는 필연적으로 혐오를 수반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혐오 없이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혐오가 현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동체주의적이지만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법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는 사회규범은 중요한 것에 대한 타당한 시각을 배경으로 해서, 발생한 일을 가지고 이러한 감정을 정당화하는 것에 있다고 하며 법에서 합리성을 담고 있는 판단은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가상적인 像()을 이용하고 있는 규범적 판단임을 명시한다. 이러한 상들은 규범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강화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며 현존하는 감정적 규범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규범화되어 가는 것이 법이라 정의한다.  특히 수치심과 혐오는 독특한 내적 구도로 인하여 분노나 두려움과 다른 감정으로 구분하는데 ,   혐오와 수치심은 규범적으로 왜곡되기 쉬우며 이런 점에서 공적 실행의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수치심을 억제하고 혐오를 겪지 않도록 보호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사회의 공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단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함과 동시에 다양한 판례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분석적 설명을 더해간다.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혐오이다.  동성애자들은 일반인들의 가상적인 상에 갇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혐오와 수치심은 이렇게  서로 다른 규범을 두고 대립되는 감정이지만 

이 감정으로 인하여 법의 경중이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골자이기도 하다.  동성결혼에 대한 문제도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잣대로 판단하기보다는 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랑스 여배우가 자문화의 개고기 문화는 보지 못한 채  남의 나라 개고기문화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것처럼  혐오와 수치심은 고착화 된 사고와 규범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철학과 정치, 정신분석, 법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여 고찰하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을 하지만, 지나치게 현학적이라 읽기 어려운 부분이 다소 많았다. 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의 틀을 깨는데에는 최고의 책이었다. 인식의 틀을 깨어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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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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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인강으로 듣기도 하고 주말에는 교수님께 지도를 받기도 하는 수업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해도 글쓰기 수업을 받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였었다. 그런데 수업을 받으러 간 첫날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들을 보니 반대로 내가 가장 어린 학생이었다. 나처럼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들도 있지만 나름 글 꽤나 쓰시는 분들 틈에서 나름 고투를 벌이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즐거움으로 사는 요즈음이다.

 

그동안 나도 블로그를 하면서 글쓰기 책을 꽤나 읽어왔지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유난히 간결 명료해서 읽기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을 쓰는데다가 주로 인문계열의 글쓰기를 해 온 이유라 본다. 글쓰기 책은 시중에 넘쳐나지만 하나같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이라하여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 외에는 글을 잘쓰는 비결이 없다고, 사실 그 말이 정답이기도 하다. 

 

유시민도 그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시민은 이 책에서 다독과 다작 , 다상량을 위한 워밍업과 같은 기초를 조목조목 짚어준다는 점?  좋은 책을 선별하는 방법과 기술, 좋은 책을 기르는 기준과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최고의 꿀팁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하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있다.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목적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잘 하려면 상대를 설득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는 데 그치지만 주장은 반드시 근거를 제시하여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 과정이 논증의 미학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논증의 미학이 살아있는 글을 짚어주며 그 가운데에는 한때 논쟁의 대상이었던 백승우 전 사무총장의 유시민 아메리카노를 두고 폭로한 사설도 들어있다. 완벽할 뻔했던 사설은 감정에 치우치는 바람에 논리에서 벗어난 글이 되어버렸는데 저자는 논증의 미학이 살아있는 글을 쓰려면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할 것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몇가지 저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조언은 책을 읽고 텍스트를 요약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p65) 는 것이다.   

 

또한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서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이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책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아는 게 많을수록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타고난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쓰는 기술만 공부해서 잘 쓰는 사람도 물론 없다."

 

붓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총은 붓 역할을 못한다.' 중국이 일본과의 전쟁중에서도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붓'의 힘이 총칼의 힘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글쓰기가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글쓰기가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곤 한다. 정치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보니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논리적인 글쓰기나 인문사회계열의 글쓰기를 쓰는 분들께는 지침서나 다름없지만 문학적인 감성의 글쓰기를 원하는 분들은 패쓰해도 좋다.

  

* 책을 고르는 기준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오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릅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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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5-05-14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읽었습니다.^^ 지금도 이리 잘쓰시는데 글쓰기 강의를 따로 들으신다니... 그 열정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

드림모노로그 2015-05-14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과찬을 ㅎㅎㅎ 너무 부족하여 듣는 걸요..
오타와 비문이 많음에도 늘 격려해주시는 분들로 정식으로 배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ㅎㅎㅎ~~눈부신 5월의 푸르름과 늘 함께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