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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패설, 밀애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5년 3월
평점 :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져서 매일 반팔을 입고 출근한다. 더욱 놀라운 건 그래도 덥다는 거다. 땀에 젖은 티를 보면서 황당하고 작렬하는 태양이 너무 뜨거워 당황하는 나날이다. 아무리 온난화라지만 이건 너무한다. 여름을 우에 보내라고 한단 말이냐....
이 책은 음 그러니까 봄날에 읽은 책이다. 서평에 날씨 이야기를 쓰니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서평 앞머리에 일기처럼 날씨를 써볼까?
『봄날치고는 쌀쌀한 날씨, 비까지 연이어 내리니 절로 로맨스 소설에 손이 갔다. 잠깐 머리도 식힐 겸 센치한 감성 놀이도 할 겸 읽기 시작한 《월우》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역사라는 씨줄과 로맨스라는 날줄 사이를 탄탄히 받쳐 주는 추리를 방불케 할 정도의 박진감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야기는 조선시대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 홍지언과 차갑고 도도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품고 있는 여인 혜방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양반으로 아녀자들 상대로 패설을 읽어주는 남자치고는 자존심 강하고 잘생겼던 홍지언은 전기수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런 홍지언을 짝사랑하는 여인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런 여인들 가운데에는 당대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최참판의 외동딸 동희도 있었다. 병판의 여식인 혜방과 참판의 여식 동희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고 그런 동희를 위해서 혜방은 동희를 홍지언과 이어주려고 하는데..
양반의 여식이지만 혼자 초라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혜방의 모습은 지언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런 혜방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검은 삿갓의 사내 '쾌'에게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끼게 되면서 지언의 가슴속에는 혜방의 자리가 조금씩 커져만 가던 중 참판의 딸 동희를 유혹해달라는 혜방의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마음을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사실 혜방은 최참판의 음모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부모를 여의고 집안 노비였던 공노비에 의해서 절벽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던 감진사의 딸 이연이다. 절벽에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 직전 야인으로 살던 ‘쾌'에게 구출되었다. 이후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에 신음하던 이연을 가족처럼 돌봐주었던 것도 쾌였다. 이연과 쾌, 둘은 남녀간의 애정을 초월하고 더 끈끈한 정情 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이연을 우연히 산에서 만나게 된 병판은 어린 나이에 요절한 자신의 딸로 둔갑시켜 키우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이연이 보고 싶어 산에서 내려 온 쾌를 보게 된 혜방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찾는 동시에 자신의 양아버지 병판 역시도 자신의 아버지 감진사를 죽이는 데 일조를 하였던 무리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이연이 혜방으로 되었다가 다시 이연의 과거를 찾게 되면서 복수의 포문이 열리고 혜방은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을 향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전기수들이 하나 둘 씩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과거 감진사 사건에 가담하였던 이들이 하나 둘 시체로 발견되자 최참판은 일경에게 조사를 맡긴다.
일반 로맨스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서사구조 안에서 역사 속 전기수들이 등장한다. 전기수의 시대가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양반족보의 매매행위를 통해 조선 후기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역사와 로맨스가 촘촘하게 맞물려 이어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호기심을 증폭하게 하는 미스터리 요소가 있어 지루할 짬을 주질 않는다. 게다가 혜방과 지언, 쾌라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에 얼룩져 있는 권력과의 싸움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 부분은 상상의 허를 찌르기까지 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지난 봄에 읽고 끄적거린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 그 재미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