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눈 이야기 - 우리가 알고 싶었던 또 다른 눈의 세계
이은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눈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책 한권이 오로지 한 기관에 대한 내용. 저자 이름에 대한 신뢰도가 아니더라고 수박 겉핥기 식 내용은 아니겠다고 예상했다.

심장이면 심장, 뇌면 뇌. 신체에서 중요하지 않은 기관이 없지만 눈의 소중함은 의학이 발달하기 이전 부터 잘 알려져 있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듯이 '보다'라는 말이 꼭 눈을 통해 보는 행위를 떠나  확장적인 의미로 얼마나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지 (무려 28가지 용법이라고 한다).

이 책은 눈에 관한 과학적 이야기라기 보다는 눈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자의 서투른 관찰기라고 저자는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읽어보면 과학적 이야기로 손색이 없으며 책의 여기 저기서 저자의 성실한 집필 태도와 책임감, 한 문장도 허투르 쓰지 않겠다는 노력이 보여, 제대로 만들어진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요즘 같이 인터넷 상으로 자료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지만, 저자는 직접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을 찾아가 수업 참관을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센터의 부검실을 찾았다. 별 다섯개가 결코 아깝지 않은 책, 전공에 상관없이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 뒷껍데기에 책 내용 요약을 대신하는 질문이 아홉개 나와있어서 복습겸 답을 적어보았다. 물론 한번 읽고 내용을 다 기억해서 답을 적은 건 아니고, 문제를 보고 해당 부분을 다시 찾아보면서 답을 적어보았는데 이중 한 문제는 기억도 안나고 어디서 나온 내용인지 조차 찾지 못했다 ㅠㅠ 혹시 읽으신 분 계시면 알려주시면 좋겠는데.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인 걸까?

(뭐 이런 걸 다 묻냐고 하지 마시고)

눈의 개수가 늘어나면 각각의 눈이 수집한 정보들을 통합하여 의미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파악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정보처리 능력이 뇌에 요구될 것이고, 그러려면 뇌가 지금보다 더 커지고 복잡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뇌라는 기관은 에너지 측면에서 본다면 꽤 비싸고 유지가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에, 눈이 세개, 네개 되어 얻는 잇점 보다는 이걸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져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아마도 눈이 두개일때 최적의 타협수에 도달하는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48쪽)

 

TV를 많이 보면 정말 눈이 나빠질까?

확실한 증거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하지만 TV가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때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시청 시간보다는 TV와의 거리다. 즉 TV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시력에 악영향을 비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63쪽)

 

왜 하늘은 파랗게 보이는 걸까?

혼합광인 태양빛은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는 중 대기 중의 작은 입자들에 의해 각 파장의 빛들이 부딪혀 산란된다. 파장이 짧다는 건 에너지가 높다는 뜻이기에 같은 각도로 부딪쳐도 더 강하게 반발한다는 뜻이 된다. 색깔 중에 파란 빛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기에 그만큼 대기 중 입자들과 더 강하게 부딪혀 산란하며, 이렇게 부딪쳐 나온 빛이 다시 다른 미세입자들과 부딪치며 하늘 전체를 푸르게 물들이는 것이다. (123쪽)

 

아기들은 우는데 왜 눈물이 나지 않는 걸까?

(답 못 찾음 ㅠㅠ)

 

피곤하면 눈부터 피로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체에서 직접적인 움직임을 담당하는 것은 근육이지만, 근육이 제 할 일을 하도록 조정하는 것은 신경이다. 따라서 신경과 근육은 협동 관계에 놓여있다. 실제 신경섬유 하나가 10~1,000여개의 근섬유를 관장한다. 그런데 눈에서만은 다르다. 안근에 존재하는 신경과 근육의 비율은 1:1이며 많아도 1:5를 넘기지 않는다. 근육섬유 하나하나를 신경섬유가 하나씩 전담 마크해서 조절하기 때문에 안근은 우리 몸의 근육 중에서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른 근육 중 하나가 되었고, 이처럼 눈의 신경과 근육의 협업이 매우 미세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 결과 눈 근육은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해 매우 쉽게 피로해진다. (186쪽)

 

악어의 눈물을 거짓 눈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먹잇감을 물어뜯는 순간 흐르는 악어의 눈물은 자신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존재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턱에 강한 힘을 주면서 발생하는 반사작용일 뿐이다. (172쪽)

 

비둘기들은 왜 쉴 새 없이 머리를 움직이는 걸까?

답은 눈, 정확히는 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에 있다.

비둘기는 사람과 달리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안구를 움직일 수 없다. 안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릴 수 없다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걷거나 움직이면서도 특정 대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걸어가며 가로수를 본다고 가로수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평형 센서가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에 맞춰 끊임없이 안근을 움직여 시야를 재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둘기는 다르다. 비둘기는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초점이 맞지 않아 시야가 흐려 질 수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비둘기가 선택한 전략은 '눈 대신 머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면 비둘기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일차적으로 비둘기는 이를 피하기 위해 목을 뒤쪽으로 쭉 뺀다. 하지만 머리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어깨 위에 얹혀 있으므로 길게 늘이는 건 곧 한계에 부딪친다. 그럼 비둘기는 다시 고개를 재빨리 앞으로 잡아 당겨 몸과 같은 선에 가져다 놓는데 이 과정에서 시야를 재조정해 다시 뚜렷한 시야를 확보한다. 그래서 비둘기는 걸을 때마다 발걸음에 맞춰 리드미컬한 목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184쪽)

 

홍채주름이 개인을 구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홍채의 1차적 역할은 동공의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고 눈 안으로 들어가는 광량을 조절해 우리가 제대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빛이 약하면 홍채를 열어 동공을 크게 하고, 빛이 강하면 홍채를 닫아 동공을 줄여야 눈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홍채는 이렇게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기 위한 '주름'을 가지고 있으며 홍채 주름이 개인을 구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동공괄약근에는 무늬가 복잡하게 나타나는데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덟 살 정도가 되면 홍채 주름이 완전히 자리 잡히면서 그 패턴이 일정하게 정해진다.

지문은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개인 인식 방법이지만, 손을 많이 사용하거나 습진을 앓게 되면 마모되고 상처를 입기 쉽고 손의 특성상 흉터 등으로 인해 변형되기도 쉽다. 하지만 눈은 상대적으로 다치거나 변형되는 일이 적은 부위이므로 마모되기 쉬운 지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홍채가 이처럼 개인의 구별 기준이 된다는 사실에 기반해 근래에는 홍채진단학이라 하여 홍채의 주름 패턴을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거나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128쪽)

 

백내장이 모네의 그림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것이 눈의 수정체이고, 수정체의 얼룩짐과 혼탁함은 곧바로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

수정체가 투명성을 잃는 대표적인 현상이 백내장이다.

빛의 화가라고 불렸을 만큼 눈부실 정도로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았던 모네였기에 노년에 찾아온 백내장이 그에게 미친 영향을 매우 컸다. 가장 큰 변화는 그가 더 이상 다양한 빛과 색을 화폭에 담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모네를 비롯한 안과 질환이 환자에게 미친 영향을 연구한 스탠퍼드 대학교의 안과 의사 마이클 마머 교수는 같은 장소를 전혀 다르게 그린 모네의 화풍 변화를 심리적이거나 예술적인 변화 대신 백내장이라는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이 변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결국 모네는 실명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의사의 권유로 수정체 적출술을 받게 되었고 모네의 눈에서 안개를 걷어냈지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의 느낌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수정체가 흐려지거나 수정체 적출술을 받은 사람은 마치 파란 선글라스를 낀 것 처럼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고 한다. 즉, 눈 내부에 파란색이 갇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장소를 그린 그림에서 백내장을 앓던 때 그린 모네의 그림이 이전에 비해 모두 붉은 색으로 바뀐것은 파란 색이 잘 투과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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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반부엔 확대경의 발명으로 인해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의심이 생겨나게 되어, 지금껏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신념에 결정타를 날리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의 고찰까지, 참으로 성실하게 쓴 책이다.

정보나 지식 전달 목적의 이런 책들은 재미있게 읽히는게 일차적 목적은 아니다. 얼마나 성실하게 조사하고 보여주었느냐 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즉, 이 책은 '눈'에 대해 알기 위한 '눈'이 되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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