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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 카미노 데 산티아고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순례자의 길을 걷다
신석교.최미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월
평점 :
최미선, 신석교. 저자 이름을 보고 골랐다. 도보여행가로 많이 알려져있는 황안나님의 아들과 며느리.
글은 주로 최미선님이 쓰고 사진기자 출신 신석교님이 사진을 담당했을 것이다.
산티아고로의 800km, 30일 여행에 이 두사람 외에 한사람이 더 동행했으니 바로 황안나님이다. 하지만 황안나님 얘기는 아주 가끔만 나온다.
2007년 9월 11일 프랑스 남부 생 장 피드포르 출발을 1일로 해서 29일째인 2007년 10월 9일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할때까지, 그리고 거기서 피니스테레까지 버스를 타고 마침표를 찍고 오기까지의 일정을 일기 형식으로 잘 정리하였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기때문일까. 필요한 정보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감상도 적당히 들어가있다. 감상과 정보가 적당한 균형을 이룬 여행문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산티아고"가 성서속의 인물 야고보를 가리키는 명칭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는 뜻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명칭이 생겼다는 것을.
이들이 산티아고를 걸은 것이 2007년이고 이 책이 나온 것이 2009년. 내가 산티아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처음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읽을 땐 그저 한줄 한줄 읽어나가는 것으로도 재미있어 그렇게 한권을 읽어치웠는데 그렇게 몇권을 이미 섭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책의 저자가 워낙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서 썼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엔 마치 내가 1일째, 2일째, 헤아려가며 마치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 실감할 수 있었다.
인상 깊은 구절,
이 길은 특히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함께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남자가, 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체력은 물론 대인 관계,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이나 배려, 인내심,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어 종합적인 인간성을 엿볼 수 있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82쪽)
함께 살아보고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렇게 함께 오랜 여정을 걸어보면 결혼 상대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알릴 수 있으리라는 말에 백배 공감.
나는 이미 결혼을 했으니 오히려 혼자 걸어보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작은 결정은 우유부단 하면서 큰 결정은 오히려 옆에서 보면 충동적이랄 만큼 질러버리는 나란 사람. 어느 날 어떤 계기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게 되는 건 아닐지.
예상하겠지만 이 책엔 멋진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있다. 그중 가장 보고 싶게 하는 사진이 있는데, 243쪽, 불빛 반짝이는 리에고 데 암브로스라는 마을을 산자락에서 내려보고 찍은 사진이다.
한 장 더 넘겨서 있는 어마어마한 나무도 보고 싶다. 연초록으로 매달린 것은 꽃인지 열매인지.
한 곳을 향해 오랜 시간을 걷다 보면 잊고 있던 자신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게 되어 퍽이나 심각하고 심오한 여정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더 절감할 수 있고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행의 끝은 결국 사람이고, 사랑이고, 정이다. (321쪽)
그렇구나! 여행의 끝이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결론도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