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일기 - 마음으로 그린 열두 달 꽃 살림
이귀란 지음 / 스윙밴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런 책 한권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해본다.

지면을 채운 그림과 글 뿐이랴. 오히려 이 책의 내용이 된 식물들을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며 가꾼데 들인 땀과 시간과 수고가 책 한권으로 달랑 압축되는건 너무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왕 그렇다면, 되도록 그런 축적된 애정과 노력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책 한권이 만들어져 나오면 좋을 것이다.

20여년 동안 미술 선생님으로 있다가 퇴직하고도 저자는 전공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고 자수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하며 꽃과 나무 가득한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이기도 하다. 어쩌면 퇴직하고서 일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가꾸는 꽃과 나무를 자세히 관찰해서 그리고 거기에 느낌글을 적었다.

열두달로 장을 나누고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의 모습을 담았다. 9월을 보면 루드베키아, 해국, 쑥부쟁이, 들국화, 층층이꽃이 들어가 있고, 10월도 한번 펼쳐 볼까? 여기도 역시 쑥부쟁이, 맥문동 열매, 분홍구절초, 소국, 산국, 블루베리 잎사귀, 공작초, 그리고 이 즈음 심기 시작했다는 식물의 구근 그림이 들어가 있다.

그림은 및그림이 보이는 투명 수채화. 명암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명도의 색을 쓰기보다 단촐하고 과하지 않은 종류의 색을, 아껴서 썼다. 간간이 손글씨도 들어가 있어서 정원일기라는 책의 성격과 구성이 더없이 잘 맞는다.

아쉬운 점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 예쁜 그림과 예쁜 저자의 마음결을 함께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는 약 한 시간. 가볍게 스르륵 넘기며 읽고서 더 마음에 담아둘 생각거리가 남지는 않는다. 작은 구석이라도 나의 어떤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별점은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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