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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깊다
이혜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평점 :
그녀의 전작 <길 위의 집>을 시작으로 <꽃그늘 아래>를 읽었고 <틈새>를 읽있고 <너 없는 그 자리>를 읽었다. 산문집도 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설가로서의 이혜경을 좋아하는 나는 산문집은 미뤄두고 있었을 뿐 그녀가 낸 대표적인 소설은 찾아 읽어온 편이다. 이유는 물론 그녀의 소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문장력도 뛰어나지만 그것으로만 쓰는 것 같지 않아야 한다는 나의 소설을 택하는 기준에 그녀의 소설은 딱 맞았다. 깊은 우물에서 떠올린 한바가지 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작년 9월에 나온 이 책은 표지마저 매혹적이지 않은가. 저녁이 깊다라는 제목 또한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
중단편 모음집이 아니라 장편이다.
누구 한 사람이 주인공이라기 보다, 작은 시골 소읍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나오고 있다. 한 마을에서 자랐으니 어느 정도 배경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각기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고향을 떠나 겪는 인생의 행로도 그렇게 각기 다르다. 하지만 각기 다른 그 인생의 행로라는 것이 독자들이 예상하는 그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 작가가 1960년 생. 그 시대 회고담이 소설의 배경에서 끝나야할 것 같은데 읽다보면 배경을 넘어서 그 이상의 서사로 발전하지 못함을 알게 된다.
가족의 문제, 인간의 문제, 그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슬픔을 용케 찾아내어 보여주고, 그 슬픔도 끌어안자고 가자는 깊은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던 작가. 이번엔 전작들에 비해 그 목소리의 울림과 깊이가 덜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가 단지 누군가의 어릴 적 일기장에서 시작하여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노련한 작가의 손으로 다시 탄생시키고자 했던 의도때문이었다고 보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그동안 읽어온 그녀의 소설들에 대한 나의 애정이 더 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