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문정희 산문집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정희라는 이름. 한국 시단에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시인으로서의 삶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많이 쓰기도 했다. 대외적인 활동도 부지런히 하는 시인이다. 50대에 이르러서까지 시인으로서의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니 거칠 것 없는 활보는 계속 될 것 으로 예상되는 시인.

그런 시인으로서의 문정희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도끼' 삼아 녹녹치만은 않았을 생을 부여잡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것은 늘 나를 궁금하게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시인 문정희에게 그것은 '문학'이었다. 자신을 자신으로 유지시켜주는 것,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헤치고 나가게 해주는 수단, 끝까지 놓지 않고 손에 꼭 쥐고 가야하는 물건. 도끼.

책의 내용은 기대만큼 무겁진 않았다 (!). 열심히 활동하는 시인이니 외유의 경험도 많을 터. 거기서 얻은 감상과 나름대로의 깨우침이 얼마나 많았으랴. 책 첫장의 작가의 말에 이 책은 고독과 자유와 방황, 그리고 만남과 감각에 대한 산문이라고 했는데 너무나 뻔한 단어들의 나열이기에 눈여겨 보지 않았다가, 책을 다 읽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겠다. 고독의 댓가로 치루어야 하는 자유. 고독하지 않은 동안 인간은 자유를 갈망한다. 자유를 누리는 동안은 고독에 운다.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가진 '만남', 삶이라는 여정 속의 '만남'. 저자에게 그 중 제일은 미당 서정주와의 만남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시인의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져 있으니 절대 지루할 리 없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거침없이, 보통사람들의 감각으로는 힘든 감정의 색깔을 시원하게 터뜨려 주는 저자의 문학성은 대단하지만, 뭔가 익어갈수록 그 표현이 화려하고 시원시원하기보다는 더 절제되고 단순해지는, 깊이 있고 무게가 있지만 결코 장황하지 않은, 그런 멋은 느끼지 못했다. 내가 바라는 문학은, 글은, 그렇게 읽혀지는 문학이고 글인가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10/10 정도 초감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시인이 되는 것일까? 남들보다 확실히 더 예민한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타고난나고들 하지 않나. 그리고 이것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초감도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표현할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른 시인들의 글을 읽으며 해소한다.

"누가 승리를 말할 수 있으랴-극복이 전부인 것을!"

살면서 이런 생각을 안하며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릴케 정도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너무 스르륵 읽혀서, 기대한만큼만 느낄 수 있었기에, 별점을 세개 주고 끝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