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 엄마와 떠나는 음악여행
임후남.이재영 지음, 백은하 그림 / 생각을담는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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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주 올레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던 때임에도 그 책은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엄마의 마음이 담담하게 전해져 꽤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 책에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언급되어 있고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저자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보통 이상이구나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작심하고 음악 얘기를 가지고 책을 내었다. '아들과'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예감.
꽃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백 은하의 하늘하늘한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고, 책 속의 음악들중 일부가 수록되어 있는 CD도 껴 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비발디의 사계, 헨델의 메시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 누구나 최소한 제목은 다 들어봤음 직한 친근한 곡들을 간단한 작곡가 소개와 함께 저자의 곡 해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의 느낌을 글로 표현한 중학교 1학년인 저자 아들의 감상글, 이렇게 한꼭지가 구성되어 있다. 좋아하는 노래도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고 들으면 더 절절하게 와 닿듯이 클래식도 마찬가지. 그 곡의 배경, 즉 왜 작곡되었고, 작곡가의 어떤 심정이 담겨 있고, 초연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고, 그 곡을 특히 잘 연주해낸 연주자에는 누가 있고, 작곡가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이었고, 뭐 이런 배경을 알면서 들으면 훨씬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배경 지식을 아주 쉬운 말로, 마치 옆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아들에게 설명해준 것을 그대로 적은 양 조곤조곤 말소리 같은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미 클래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을 뒤집은 단점이 되겠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서른 다섯 곡이 작곡가 연대순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제일 첫 곡 (바로크 음악)으로 소개되어 있고, 프로코피에프, 에릭 사티 (근, 현대 음악)등은 거의 끝에 소개되어 있는 식이다. 그리고 오페라 작품은 시대순서와 상관없이 뒷부분에 한꺼번에 몰아서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관한 상식을 넓히기 위한 책이라는 점 보다는, 아이에게 음악을 어떻게 소개하고 친구로 만들어주는가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는 책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전작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에서도 그랬지만 저자는 아이만 홀로 어떤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함께 들으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듣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것에 아이가 익숙해지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일주일에 몇번씩 피아노 학원에 아이를 보내어 일정 수준이 되도록 배우게 하는 방법보다는 음악을 듣고 느끼고 그 느낌을 자기 식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준다. 음악 뿐 아니라 무엇을 새로 접하든 일방적인 기교나 기술 습득보다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도 쉽고 저자의 자연스런 문체 덕에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기는 하지만 좀 심심하달까?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진 책들이 가질 수 있는 함정, 즉 피상적인 소개, 수박 겉 핥는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함정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예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례를 많이 실던가, 아니면 음악에 대한 소개를 좀더 심도 있게 하던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보면 대학 교재 표지를 연상시키는 지금의 표지보다는 말랑말랑한 책의 성격이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책 표지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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