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서다 푸른도서관 14
임정진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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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관한 소개글을 신문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었다. 겨우 열두살 소녀 재인이의 얘기이지만 나의 이런 저런 경험과 겹쳐지면서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까 궁금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붕 낮은 집>의 임 정진 작가의 성장소설.
소설 속의 재인이는 겨우 열두살 나이에 발레리나의 꿈을 안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좋아하는 발레 공부를 위해 떠나온 유학이지만,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동안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식구들이 보고 싶어 울기도 많이 운다. 점차 적응이 되어 갈 무렵 한국의 집에서는 예상치 못하던 일이 벌어지고. 여러 가지를 극복하면서 학교룰 마치고 또다른 도전을 결심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본다는 것이 인생 전체에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단지 학문적으로 어떤 것을 더 배운다는 것보다, 그 시간 자체가 이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책 속의 주인공처럼 십대의 어느 한 때였든, 이 삼십대의 어느 한때였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국, 중국, 일본은 다 거기가 거기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음에도 중국말을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외국인은 어디까지나 외국인 대우를 하기에 친해지기 어려웠던 경험,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가로 지식 수준 전반을 결정하는 분위기, 적응 안 되던 오전, 오후 두 차례나 되는 티 타임, 재인이가 겪은 바로 그 과정을 언젠가 똑같이 겪었으니 읽으면서 어찌 감정 이입이 안되었으랴. 나도 그때 발레를 공부하러 왔던 친한 동생을 알고 있었는데, 가끔 만나 한국 음식을 해먹으며 실컷 한국말로 수다를 떨던 기억까지 보태져 읽으면서 그 동생의 소식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너무나 어려워, 과연 이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늘 걱정하던 그 아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3월의 어느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오를때 그 시원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던 복잡한 심정을 오랜만에 되돌려 볼수 있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때를.

글 속의 재인이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어른이 되어 소녀시절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말하기를, 소녀시절, 자신은 발레가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으나 어른이 된 지금 자기에게는 발레만큼 소중한 것들이 더 많아졌다고.

지금의 나는 무엇이 되어 있는가. 단순한 줄거리의 책이 가져다 주는 뒷끝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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