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 힘껏 굴러가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
최필조 지음 / 알파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자꾸 자기를 한번 봐달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말할 수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진기를 누구나 손에 늘 들고 다니는 요즘 사진 찍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라기 보다 일상이 되었다. 사진이 기록을 대신 하여 사용되는 일이 대부분일지라도, 특별한 느낌과 감동, 깨우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사진 찍을 때가 여전히 있노라고 이 책 저자는 일깨워주는 듯하다.





내 또래덜은 어릴 적에는

병으로 그렇게 죽더니

스무 살 넘어서는 전쟁통에

또 반은 죽었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여

나부더 세 발 앞서간 놈은 죽고

난 살더라니까



그럼! 오래 살아야지

그놈들 몫까지



- 내가 아흔이네 -  (29쪽)



이것은 저자의 말은 아니고 사진 찍기 위해 취재한 아흔 노인의 지나가는 말이다. 아흔을 살아온 노인의 말은 일부러 꾸미고 지으려 하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마음에 쑥 들어온다. 



아내는 나이가 들수록 강해진다.

그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다.

남편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 아, 어여와! - (25쪽)



남편이 약해질때 호르몬 때문이든 무엇때문이든 아내를 강해지게 만든 자연의 섭리가 무서울 뿐이다.

견디고 살아온 세월이 준 그 강함은 축복일까, 마지막 관문일까.


아쉬운 것은 사진보다 오히려 글이 더 감동적인 페이지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사진들은 의외로 평범했다.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담았을지언정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다른 작가들의 사진과는 다른 개성과 인성이 드러나는 독창적인 사진을 기대했나보다. 

뒷모습, 손, 밤골, 길 위에서, 이렇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손을 찍은 사진에서 33, 34쪽의 손은 무엇을 하고 있는 손인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어중간하게 잘려 있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홍시를 들고 있는 사진에서는 홍시만 칼라로 처리한 것이 주제인 손의 이미지를 누르는 결과를 낳아 손이라는 애초의 의도를 모호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함께 실려 있는 글은 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빠진 이와 맛에 대한 것이라 더 그랬다.


평범하지도 못할 정도로 더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의 사진을 찍어온, 이제는 작고한 최민식 사진 작가의 사진들이 자꾸 떠올랐다. 사진을 보노라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새 눈물이 나게하는 사진들을 보며 그야말로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동으로 마음이 꽉 차오르던 사진들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면서도 사진 찍기를 그 무엇보다 즐기고 좋아하시는 최필조님의 사진집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은데, 본인만이 담을 수 있는 사진들을 많이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면서 이전의 다른 사진 작가의 사진들을 떠올릴 틈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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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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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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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 1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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