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 내 빵 생활 이야기 보리 만화밥 7
김홍모 지음 / 보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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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이라는 제목 아래 '내 빵 생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 위의 표지 그림엔 창살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들은 모두 창문 밖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며칠 전에 본 택배 종사자의 이야기 <까대기>를 읽고 좋아서 보리만화밥 시리즈에서 두번째로 고른 책인데 김홍모라는 만화가의 역시 자전 만화이다.

홀아버지 슬하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삼수 끝에 미술대학에 들어갔으나 기대와는 너무 다른 수업에 흥미를 못붙이던 중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고 시위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끌려간 후배의 석방을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이듬해 미술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이 되었고 지명수배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 책은 작가가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어 지낸 8개월 동안의 생활을 그린 만화이다.

그가 구치소에 들어가 만나게 된 사람들 모두가 범죄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초범방, 누범방, 조폭방, 여러 방을 경험하면서 과연 저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을까 싶은 사람, 자기와 같이 학생 신분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들어온 사람, 심지어 아는 선배등, 여러 사람을 만난다.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겠지만 감시와 제재 속 그 제한된 환경에서도 같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성공 여부도 그렇지만 뜻이 모아져서 함께 행동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곳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게 비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이 만화에서는 1990년대 학생운동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학생운동의 절정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던 나로서, 그냥 추억으로만 떠올리기에 아픈 이야기들이 많았다. 망각의 힘은 어쩔 수가 없어서 그 시절을 많이 잊고 살고 있다가 이렇게 만화로 다시 보게 되니 바로 내가 다니는 학교, 내 학우의 이야기들, 뉴스나 신문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학교 다니던 때의 기억이 다시금 솟아올라 뭉클했다.

맘껏 먹이지 못했고 가르치지 못하여 가슴 아팠을 작가의 아버지가 수감중인 아들의 면회를 오셔서, 탈퇴서 안썼다는 아들에게 쓸것을 강요하기 보다 '그래, 잘 생각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저놈들한테 그런 걸 쓰냐?' 라고 하신다. 옆에서 교도관이 면회 내용을 받아 적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따뜻한 감성은 저런 아버지의 성품이나 응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빵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따뜻했다.

이 만화를 작업하며서 지금의 나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어쩌 살고 있나......

선배, 동료들의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223쪽)

 

만화에선 자기의 성격을 발랄하게 그린 감이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진지한 성격이었다고 후기에 쓰고 있다. 내가 찾아본 인터뷰 동영상에서 본 김홍모 만화가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 같았다. 이 만화 외에 다른 종이 만화들이 꽤 나와있다. 동양화 전공이기 때문일까. 그림이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다.

지금은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작가를 응원한다. 그가 그린 다른 만화도 몇권 더 구입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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