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 김광현 교수의 건축 수업
김광현 지음 / 뜨인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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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축을 전공으로 하지도 않았고 그 비슷한 언저리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관심만 있을 뿐.

7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용은  나 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저자 김광현 교수는 서울시립대와 서울대학에서 40년 넘게 건축을 가르쳐 왔고 올해 2월 정년퇴직을 했다. 이 책은 그러니까 그동안 가르쳐온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한권으로 정리하였다는 의의가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한 우물을 오래 판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한 우물 오래 판 결과 어떤 깊이와 통찰력을 주었을지, 또 한편으로는 하나의 관점에 가두어 시야를 좁게 하지는 않았을지, 아직 그 경지까지 가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갖는 호기심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집을 왜 짓는가>라는 제목의 1장을 시작으로 건축의 역사, 건축과 사회, 건축과 도시, 건축과 제도, 정보화 시대에 따른 건축의 미래 등 10장에 걸쳐 광범위한 건축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려운 용어나 해설때문이 아니라 워낙 광범위한 내용때문에 한 페이지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다.

건축은 그것을 목적으로 하든 하지 않든 그 결과물에서 미적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예술, 즉 디자인의 한 분야로 보려는 경향도 있겠지만 건축은 어디까지나 실용적인 목적이 우선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건축이라는 것이 있기 이전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피난 공간으로서 건축 행위를 해야했으며 그것이 건축의 근원이라는 것. 이후로 건축에는 사회는 물론이고 역사, 사상, 종교, 경제, 법률 등등 너무나 많은 요인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도 여러 분야의 배경 지식이 인용될 수 밖에 없다. 즉, 건축은 혼자 있지 않다.

이 책에서도 다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여러 건축가가 거론되었다. 특히 저자가 자주 언급한 건축가는 루이스 칸이며, 근대 건축의 거장이라고 보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에서는 건축의 근본이 추구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 놓친 점이 무엇인지 지적하면서 건축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실제 그 건축을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음을 강조하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건축물들이 사실은 건축가 없는 건축으로 만들어졌다. 전문가가 설계하지 않은 건축이라는 뜻이다. 마을이 그렇고 다양한 지역의 토착 건축들이 그렇다. 하지만 전문가가 설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은근히 낮추어 보면 안되는 이유는, 유행에 걸리는 것도 없고 완전히 그 지역이나 집단의 목적에 맞기 때문에 더 지혜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급변하는 현대의 정보화 네트웤은 건축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건물이나 건축의 필요성이 점차 정보화 수단으로 대체되어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역이 필요 없어지고, 서점, 도서관, 학교, 모이는 장소 등이 예전만큼 필요 없게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의 필요성이 사라져가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단지 건축이 가야할 방향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뿐이다.

아무리 작은 건물일지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기술, 예술, 역사, 철학, 정치, 제도, 환경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은 그 자체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라고 했다. 그리스 시대의 정치가, 영웅은 사라졌지만 그 시대의 건축물은 남아서 뭔가를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남아 인간의 행적을 말해주는 것이 건축이 아닐까.

마음이 착한 아이는 마을의 길에서 자란다는 서양 속담을 저자도 책에서 여러 번 인용했다. 건축은 모든 사람을 가르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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