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섬입니다.

2015년 1월~6월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로 활동합니다.

담당분야는 인문/사회/과학/예술

알라딘의 비문학 고전, 인문, 역사, 사회과학, 과학, 예술/대중문화, 만화>교양만화 카테고리에 업데이트 되는 신간들을 반년 동안 매의 눈으로 모니터합니다.

 

그래서 제 서재에서는

매월 초(웬만하면 산뜻하게 1일 목표!!) 제가 고른 지난 달 신간 베스트 5를 페이퍼로

그 중에서 그룹원끼리 토의 끝에 고른 궁극의 신간 1권을 리뷰로

만나보실 수 있겠습니다. 반년 동안 잘 부탁드려요!! 북플 친구 대 환영!!

 

그럼 이섬이 고르고 고른

2015년 3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 BEST 5 출발!!

매월 인문,사회,과학,예술에서 각각 한권씩 고르고

다섯번째 책은 비문학 고전, 역사, 만화>교양만화에서 한권을 고릅니다.



moon_and_james-34

검토한 2월 신간은

인문 360↑+사회 240↑+과학 290↑+예술 240↑+다섯번째 책 선택을 위한 알파 검색

2015년 2월 인문/사회/예술/과학 출간 경향은

인문학이 미쳤어요

세 보면 그렇게 총 발행 종수가 줄어든 것은 아닌데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달이었음

특히 과학책이 풍요 속의 빈곤으로 전공서와 너무 가벼운 책이 대부분

예술은 여전히 컬러링북도 많지만 미학, 디자인, 연극 등 전분야에서

일반인도 읽어도 되는 좋은 전문서적이 많이 나왔던 달

그래서 일반 교양서만 놓고 보면 3월 건질 책은 사회 so so, 과학과 예술 쪽박

그.런.데

사회, 과학, 예술 다 합친만큼의 양의 건질 책이!! 인문에서 나옴

학교에서나 회사에서 인문학은 시체, 병신, 왕따 등 별 모욕을 다 당하는데

책세상으로 오면 여전히 주목할 신인 저자도 계속 나오고, 좁고 깊은 책도 잘 나오며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

희망일까 발악일까 한참 생각에 빠지게 합니다.


p.s.-아들러는 출판계가 만들어낸 이슈일까요 독자들의 니즈일까요.

아무튼 계속 나오는 아들러 책,

3월부터는 현재 인기 있는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아들러 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난 달 충격으로 3월은 이슈 브리핑으로 갑니다

이달의 인문/사회/과학/예술 핫북은

<심리정치(3/2,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그림의 힘(3/2, 김선현, 8.0)>,

<소셜 미디어 시대의 출판마케팅(3/2, 김류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마크 로스코(3/23, 강신주, 민음사)>

앞 두 책은 좋은 책인데, 뒤 두 책은 내용의 질보다 기획적 의의에서 더 의미가 큰 책이라 좀 아쉽습니다.


1/4분기 단 하나의 출판 키워드를 꼽으라면 저는 '팟북'(팟캐스트의 단행본화)을 꼽겠습니다.

이달의 주목할 만한 팟북은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3/25, 진중권, 창비>


이달 롱테일의 끝판왕, 책쟁이만 알기 아쉬운 책으로는

<노예의 역사(3/13,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예지)>를 꼽고 싶습니다.

출판사도 저자도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는 프랑스 철학자인데

 '인류의 역사 내내 있었던 차별'을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2013년에 나왔던 <인종차별의 역사>에 이어 이달 <노예의 역사>가 출간되면서

차별에 대한 그의 사유를 좀 더 확실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뒤늦게 책덕후들이 빨고(?) 있는 책입니다. 관심받는 데 2년! 만세! 


 

moon_and_james-1자 그럼 이달의 인사과예 이섬 BEST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인문] 음식의 언어/댄 주래프스키/어크로스/2015.03.25

[사회] 13가지 죽음/이준일/지식프레임/2015.03.16

[과학] 맛의 원리/최낙언/예문당/2015.03.21

[예술] 그림 읽어주는 시간/서정욱/RHK/2015.03.30

[만화]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김경일/함께읽는책/2015.03.09

 

취업 때문에 악이 받쳐 있는 상황이라 그럴까요? 원래도 저는 꿈 때문에 읽는 책보다 출판통계나 출판뉴스 보는 게 더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분석거리, 기획거리로 보이는 요즘입니다. 출판계에서는 '8대 루키'라고 남다른 기획력으로 대형 출판사를 위협하고 있는 작은 출판사가 이슈였습니다. 비범한 출판기획자가 많이 필요하다는데, 번역서의 비중을 줄이고 좋은 저자를 발굴해야한다는데 편집자를 키울 생각이 없는 출판사가 태반이고 당장의 격무와 이직에 바쁜 편집자들이 태반인 게 우리 현실. 그런 의미에서 위의 책들은 제게 느낌표를 팍팍 안겨다 준 책이었습니다.

 

출판계가 워낙 바닥이 좁아서일까요. 순전한 우연일까요. 신간 목록을 훑다보면 전혀 이슈가 아닌데도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의 언어><맛의 원리>는 다른 영역에서 다른 관점의 음식과 식이에 대해 접근한 책입니다. 전자는 음식과 언어학을 연결한 책, 후자는 맛에 대한 과학이론서입니다.

 

한 책 모임에서 고독사에 대한 토론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무연사회>, <죽어가는 자의 고독> 등의 괜찮은 책을 발견하였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 저자의 책 중엔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 없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삶과 사랑만큼 관심이 많은 '죽음'이고 죽음에 대한 책은 꾸준히 나오고 싶은데 너무 평이하거나 너무 종교적이거나 하는 등 아쉽더라구요. 이달 드디어 느낌표가 생기는 우리의 '죽음'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13가지 죽음>입니다. 법학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나는 법학자의 죽음 사유서지요.

 

처음 출판사들은 QR코드를 단순히 띠지 등에 새겨 독자가 북트레일러나 책정보를 열람하게끔 홍보용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인문학>, <모멸감> 등에서 본문에도 QR코드를 넣어 본문 이상의 무언가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등장합니다. 한발 더 진화한 <그림 읽어주는 시간>, QR코드를 활용한 큐레이팅북을 표방합니다. 일종의 동영상 품은 북으로 큐레이터의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며 전시회를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지난 달 저희 그룹에서 언급된 책 중에 <모든 것은 노래한다>는 책이 있었습니다. 무려 지리학자가 쓴 괴상한 지도책이죠. 기발한 콘셉트만큼 남다른 본문을 보여주었던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오늘도 저는 아이디어를 줍습니다. 득템입니다.

 

저는 남들 다 가는 만화대여점을 간 적이 없습니다. 오타쿠와도 거리가 멉니다. 소장 만화도 이제 200, 300권될까요. 하지만 만화를 좋아한다고, 만화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합니다. 일부 만화는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몸값을 올립니다. 그래픽 노블, 한국에도 해외 진출할만한 좋은 그래픽 노블 작가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시사 만화, 사회 만화, 그래픽 노블의 교집합이더군요. 궁금합니다. 탐하고 싶어졌습니다. 

 

 

 

brown_and_cony-35자, 저의 추천은 끝났습니다.

어떤 책이 최종 선정 책이 될까요? 두구두구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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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4-02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식의 언어 사려고 땡스투까지 눌렀는데, 여차저차 네이버 책쿠폰이 안먹는 바람에 나중에 리뷰잘써서 포인트 모아지면 사기로..이번엔 책파우치더라구요. 새의감각 표지가 너무 멋졌는데 내용도 재밌더라구요. 그게 이번 책파우치 상품에 선정. 놓칠 수 없죠.

i사의 서평단은 어떤 책 위주로 선정되는지도 궁금해요 ~

이섬 2015-04-02 19:05   좋아요 0 | URL
i사는 각 분야 md가 정해주는 책 매주 읽는 북클럽입니다 50명 중 7명 활동 연장되었고 전 잘렸습니다 헤헤^^

CREBBP 2015-04-02 19:06   좋아요 1 | URL
아 매달 뽑는다더니 3월 한달 했군요.

CREBBP 2015-04-02 19:07   좋아요 1 | URL
4월에 신청을 또 받는 거 같던데

이섬 2015-04-02 19:09   좋아요 0 | URL
네 3월 끝나고 4월 시작되었고 지금 5월 활동자 뽑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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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_special-8거짓말할 시간도 없네! 없어!!

네, 오늘 1일이죠? 열심히 3월 신간 목록 검토 중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2월 신간 결산 글을 안 올려서 부리나케 엑셀 작업 gogo


참고로 2월 분 최종 책 선정은 2월 25일에 이루어졌고, 서평은 3월 29일에 마감되었습니다.

알라딘 독점 콘텐츠니까 제 알라딘 서재에서는 당연히 확인하실 수 있구요.

본진인 네이버 블로그에는 좀 나중에 올리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라딘, 북플 많이 하세요! 캬캬)



선정 결과를 보고 제 심정은


moon_special-18

 


이랬습니다.


자 여기서, 3월 1일에 제가 올린 2월 신간 총평을 다시 가져와 이불 차는 시간을 보내보지요.



인문 250↑+사회 350↑+과학 170↑+예술 150↑+다섯번째 책 선택을 위한 알파 검색

2015년 2월 인문/사회/예술/과학 출간 경향은

- 작은 출판사는 활발하고 큰 출판사는 몸 사리고

- 1월에 이어 대학 교재 및 리더 많이 출간

- 일수가 짧고 설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출간 책 수가 줄었음, 특히 예술과 과학 교양서

- 아들러와 컬러링북 밀기는 계속

틀리든지 말든지 재미로 해보는 2월 최종 결과 예측

이달 출판계와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던 핫북은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과 <자발적 복종> <-후보작에 그침

갑툭튀 다크호스는 드디어 완역본 나온 주커버그의 찜북 <권력의 종말> <-후보작에 그침

지금 최종 선정 책이 큰 출판사 1종, 작은 출판사 1종이 되고 있는데<-여전히 그래

워낙 이 달엔 작은 출판사의 좋은 책이 너무 많고,

큰 출판사들이 너무 안전하게 출판들을 해서

작은 출판사 책 2권으로 다 될지 아닐지 대단히 궁금해짐


 

 

 










moon_and_james-40민음사(큰)-윌컴퍼니(작은) !!!



moon_and_james-34그렇다고 핫이슈가 바뀌는 건 아니예요!(단호!정색!)



2015년 2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 추천 작업에는 17명이 참여해주셨습니다.

- 날짜와 분야가 안 맞아 제외된 책은 3권입니다

- 특이점은 이달에 7권이나 추천해주신 분이 계신가 하면 단 1권밖에 없으셨다는 분도 있었다는 것


이달엔 총 42종의 책이 언급되었습니다.

 

 

 

인문, 사회 쏠림이 심각했던 달이었습니다.

출판 비중이 인문,사회:과학,예술이 2:1.1 정도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결과가 나왔지요.

지난 달 최종 선정도서인 <시간연대기> 같은 경우도 천체물리학 책이긴 하지만 인문학적 색채가 굉장히 강한 책이었구요.

그렇다고 다음달부터 아름다운 '인사과예+알파' 조합을 깨고 과학, 예술책만 줄창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워낙 변태라.


책과 글쓰기에 관련한 책들 역시 전체 인문학서 내 비중보다 더 많이, 그리고 꾸준히 추천되고 있습니다.


<새의 감각>이 참 좋은 책인데 같은 출판사의 <시간연대기>가 지난 달 선정책이라 연거푸 읽기 모한 게 참 아쉽습니다. 이 출판사 무서워.

그리고 문학동네지만 문학동네 아닌 글항아리의 책 리스트들~무서운 부부들(이 운영하는 곳)!!


 

제 개인적 흥미 사항은 건축,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공생', '대안'을 주제로 한 책이 최근에 계속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월에도 1000종 가까운 인사과예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5권 꼽기 전에 골라 놓았던 '안 읽은 책' 44권은 훨씬 넘습니다.

끝난 일에 지저분하게 첨언하는 것 질색이라 처음 꼽은 수십 권의 책들은 5권 고른 후 다 없애곤 했는데

3개월째 결산 글을 쓰다보니 그 목록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단 한권의 책이라도 더 구하고 싶어서


저는 주로 서평으로 책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서평만으로 매달 논할 수 있는 책의 권수는 많지 않습니다.

3월에 좀 욕심을 부려 30권 정도의 책을 손댔습니다. 

작년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서평올린 적이 3개월 이상 있었으니까 자신만만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함량 미달인 서평들이 여럿 나와 전부 보류 처리하였습니다. 15권에서 20권 정도만 살리고 다 다시 써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가끔씩

제 시간과 건강과 능력이 되는 한

다른 방법으로 책을 이야기하는 시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저 때문에 안 책이 있을 수만 있다면.


모든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가 저와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책 선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가 매월 뽑은 최종 2권의 책이 이달에 나온

그 분야 가장 훌륭한 2권의 책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읽고 싶은 책 골라놓고 출판사에 책 달라고 땡깡부리는

'삥 뜯는 양아치'로 보이진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brown_and_cony-1

유쾌한 만우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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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4-01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쪽 평가단입니다만, 글 잘 읽었습니다. 보는 건 쉽지만, 이렇게 분석하려면 꽤 시간걸릴 것 같은데..아무튼 글 재미있게 쓰시네요.^^ 예술쪽 잘 안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예술쪽 책이 되었군요.

이섬 2015-04-01 16:0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3월에 가장 핫했던 책 중 하나가 <그림의 힘>인데 이게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예술책도 예술책이지만 그달 남들도 잘 알만큼 아주 인기 누린 신간도 잘 선택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5기 저희 그룹은 거의 한 분야만 파시는 분도 계시고, 전체적으로도 인문사회 선호가 압도적인 편입니다. 출판 경향 자체도 인문사회 쏠림이라 더 그렇게 결과가 나오는 것 같구요. 지금 이달 신간 계속 추리고 있는데 인문 분야 신간이 아주 박터져서 당황 중입니다.ㅋㅋㅋ사회,과학,예술 다 합친 거 이길 기세임^^

saint236 2015-04-01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안적히고 저자의 이름이 적혀있네요^^
이달에는 안나오나 기대했습니다.

이섬 2015-04-01 15:59   좋아요 0 | URL
으악 그런 실수를 후딱 수정했습니다.
이달에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미고 2015-04-05 0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렇게 보니까 거의 한 분야만 파는 사람이 전데요..ㅋㅋㅋ 하지만 발간되는 신간 도서 개수 자체가 인문학 카테고리에서 나오는 게 압도적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라 변명해 봅니다 ㅠ_ㅠ 또 데보라 태넌이나 존 메이어 같은... 심리학 쪽 도서들, 알라딘에서는 인문학 하위 분야로 나누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사회과학 분야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넴. 덧붙여 이섬님이 정리하시는 통계 자료 매달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섬 2015-04-05 04:16   좋아요 0 | URL
아 심리가 이견이 갈리긴 한데 문헌정보학에선 듀이십진 한국십진 다 인문 분류해서요. 그게 익숙한 저는 이리 처리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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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연대기 -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 / 에이도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 원제: About Time ; Cosmology and Culture at the Twilight of the Big Bang(2011;미국)

 

인문학의 감성 더한 물리학의 시간

    

인간의 시간을 최근 새롭게 이해하게 된 우주의 시간과 연관시켜 설명함으로써,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다른 시간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 애덤 프랑크, 저자 서문

 

석 달째 매월 1일이 되면 전달 출간한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신간을 모조리 검토하고 있다. 중복 포함해서 1,000권에서 1,200권 정도를 보는데 최소한 3시간에서 5시간 정도는 투자한다. 분석 글을 쓰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걸린다. 그보다 빨리 훑으면 얻는 것도 없고 책과 출판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틈틈이 신간 정보를 검색하고 괜찮은 신간들을 제목을 기억해두거나 얼른 구해 읽어보긴 하지만 신간 목록 전체를 보면 또 느낌이 다르다. 그 달의 흐름도 보이고, 그 달 출판 관련 뉴스와 잡지들이 쏟아냈던 기사들이 한 번에 정리된다. 석 달을 하니 습관 같이 느껴진다. 목록을 보면 책도 책이지만 이달에 새로 생긴 출판사도 발견하고 눈이 가는 심상치 않은 출판사도 발견하게 된다. 에이도스가 그 중 하나였다. ‘신선한 주제, 단단한 편집과 디자인, 아름다운 과학책을 표방하는 출판사. 2011년에 창립해 이제 17권의 책을 냈지만, 버릴 책 하나가 없이 괜찮은 책들만 내고 있다. 최근엔 기획회의나 언론에서 ‘8대 루키출판사로 꼽으며 주목하고 있다.

 

 

<시간 연대기>는 에이도스가 출간한 열여섯 번째 책이다. 1월 말 출간되었고,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애덤 프랭크가 2011년에 낸 About time을 번역한 책이다. 각주 포함 500쪽이 넘어가는 두툼한 책,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이라고 에이도스가 붙인 부제가 무척 인상 깊어 예사롭지 않은 두께임에도 솔깃해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이공계열 전공자들에게 철학이 그렇게 느껴질까, 물리학은 접할 때마다 놀라웠다. 이 한 학문 안에 우주가 있고 만물의 원리가 있었다. 공학에서도 수학에서도 물리학이 있었다. 흔히 만학의 근간을 철학이라고 하는데, 철학과 가장 가까운 학문을 꼽으라면 단연 물리학이 아닐까 싶다. 분량이 상당한 만큼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 비전공자, 특히 비이공계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책을 폈는데 웬걸,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과학서보다 인문서로 느껴졌다. 물리학의 시간에 관한 책이긴 한데 인문학의 감성이 더해져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시간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며, 시간의 역사는 곧 물리학과 천문학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현대 물리학 일반교양서라기보다는 천체물리학 교양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제는 천체물리학이되 문화사처럼 서술해놓았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이다. 저자는 문화를 인간과 우주의 연결고리로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 겪은 모든 시간의 역사를 다룬 책이기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간의 범위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다. 신화적이고 비과학적인 시간이 고대 철학을 거쳐 SF를 방불케 하는 현대 물리학의 치열한 쟁점을 입고 있는 현재의 과학적인 시간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러면서 계속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접근이 달라져왔듯이 지금 우리의 생각은 타당한지, 시간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말이다. 그래서 책 내용이 여러 관점에서 읽어도 흥미롭고 천체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도 읽는 데 별 문제가 없었던 책이었다. 일독은 끝났지만 한 동안 사로잡혀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책장을 덮고 싶지 않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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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3-30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연대기도 에이도스였군요. 전 새의 감각 을 읽었는데 에이도스였어요. 두 책 모두 눈여겨본 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출판사가 같네요.
 
[한자의 탄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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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文字的故事(문자적 고사;2001;대만)

 

한자를 노닐다

 

 

 

구체적인 사물을 모양을 본떠서 만든 글자 상형자,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점이나 선으로 나타낸 글자 지사자, 한자와 한자를 합쳐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글자 회의자, 뜻을 나타내는 한자와 음을 나타내는 한자를 합쳐서 일부는 뜻을 일부는 음을 나타내는 글자 형성자. 한자나 한문을 배울 때 한자의 짜임을 배운다. 한자문화권 국가인 우리나라는 점점 한자어의 비중이 줄어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전체 국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점점 한자교육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한자 자격증 응시자도 꾸준하고, 어릴 적부터 한자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다.

 

 

문자가 생겨남으로써 인류의 사유와 표현은 시간의 독재에서 벗어나 순간적으로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 않으면서 축적되기 시작하고, 점차 두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문자는 공간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를 포함하는 언어 연계의 확장력을 크게 증가시켰고, 인간의 영감, 발견과 발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인간의 사유를 지속시켜주는 중요한 근원으로서의) 곤혹감을 더 이상 고독하지 않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이고 면밀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 p.21

 

공동의 기억이 크고 두터워질수록 문자가 부담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문자를 더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p.79

 

오래된 문자들 위에 남아 있는 모든 못자국과 홈, 호도 등은 이 문자들의 유구한 역사와 사라지지 않는 경력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 p.123

 

 

책 제목과 출판사 홍보 글을 봤을 때는 갑골문자에서 현재 한자에 이르는 한자의 탄생과 역사를 논하는 책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내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한 모양새와 전혀 다른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자를 소재로 저자의 인문학적 내공을 여실히 드러낸 전 방위적 인문서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역사책이라고 하기엔 언어학 책에 가깝지만 특정 학문 교양서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 묘한 책이다. 보르헤스, 마르케스, 롤랑바르트, 벤야민이 한자와 도대체 뭔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시길. 한자를 예상치 못한 대상들과 엮으며 논하는 걸 보고 읽는 내내 감탄하였다.

 

 

갑골문에서 보면 자는 처음에는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혹형의 일종이다. 형태를 살펴보면 큰 절구 안에 놓여 있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 절망적인 표정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윗부분은 두 손으로 절굿공이를 잡고 있는 회자수로서 산 채로 사람을 내리쳐 육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사방으로 피가 튀고 있다. - p.211

 

말이나 돼지, 토끼, 코끼리, 호랑이, 코뿔소 등은 어째서 하나같이 서 있는 것일까? 해담은 너무도 시시하다. 쉬진슝 선생이 내린 해답은 글쓰기 도구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갑골문의 주요 글쓰기 도구는 이후에도 계속 사용된 죽간으로 붓에 먹물을 묻혀 그 위에 글씨를 썼다. 중국의 동물들은 죽간의 좁고 긴 형태의 제약 때문에 늘 환상적인 진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 p.245

 

문자는 완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문자를 만들려는 야망조차 갖지 않는 것이 좋다는 깨달음이다. 실질적이지 못한 부담이 문자를 긴장시키고, 보수적이게 하며, 가능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안전하고 배타적인 길로만 가게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야말로 문자가 우리의 사유에 가져다주는 가장 훌륭한 선물이자 은혜다. - p.331

 

 

<한자의 탄생>에 혹했던 이유는 탕누어라는 저자의 책 자체가 초역일뿐더러, 상대적으로 자주 접하지 않는 대만 저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역자의 말에 탕누어의 책은 번역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고 호기심이 증폭하였다. 탕누어는 대만 최고의 문화비평가로 자칭 직업 독자(professional reader)’이다. 학부 전공은 역사학이지만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인문학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의 탄생>엔 한자와 한문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 같은 것은 없다. 그와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다는 전제 하에 동서양을 넘나들고 언어 일반을 논하고 여러 학문을 논하며 한자를 이야기한다. 책 내내 한자는 장난감이다. 한자를 노닐고 한자가 노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현란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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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3-30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흥미롭게 읽었어요. 저자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골수 팬이라 백년동안의 고독 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는..

이섬 2015-03-30 05:35   좋아요 0 | URL
마르케스 뿐 아니라....어우 소재만 한자인 책이었습니다.
어찌나 현란하게 다양한 대상과 엮어 한자를 논하던지.
저도 이거 나왔을 때부터 읽는다 읽는다 벼른 책인데, 저는 한자의 탄생과 역사와 관련한 책을 보고 읽었거든요. 전혀 예상 밖의 책이었음.
작가 내공이 장난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에게 재밌지 좀 어려운 감이 있는 책이네요.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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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셜로키언이 뤼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1886, 한 젊은 영국인 의사가 생활고 때문에 연재하게 된 탐정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가 초대박이 났다. 옆 나라 프랑스에도 곧 번역되어 큰 인기를 누렸지만 프랑스인 독자들은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겁게 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우리 프랑스에는 내로라 할 만한 이런 소설이 없을까 하며 씁쓸해 한다. 항상 옆 나라를 의식했던 프랑스지만 대영제국도, 셜록 홈즈도, 그리니치 본초자오선도 죄다 못마땅했다. 의욕적인 잡지 편집장 피에르 라피트는 프랑스의 코난 도일을 만들고자 적당한 작가를 찾다가 모리스 르블랑을 발굴하였다. 그렇게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몇 편의 단편소설 연재가 끝나자 모리스 르블랑은 대놓고 셜록 홈즈를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셜록 홈즈와 왓슨을 등장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코난 도일은 자신의 캐릭터를 쓰고자하는 모리스 르블랑의 요청을 거절한다. 그래서 모리스 르블랑은 이름을 교묘하게 바꿔 에헐록 쇼메즈(헐록 숌즈)’윌슨이 등장하는 아르센 뤼팽 시리즈들을 내놓았다.

 

문제는 모리스 르블랑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한 조예가 별로 깊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시작할 때 그는 코난 도일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리고 재능 있는 작가였지만 코난 도일과 글 스타일이 정반대였고, 애초부터 셜록 홈즈를 희화화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아르센 뤼팽에서 숌즈는 외모 상으로는 셜록 홈즈지만 셜록 홈즈와 많이 다르다. 그래서 <기암성>까지 발표가 되었을 때 코난 도일은 강하게 불쾌함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셜로키언들이 뤼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아르센 뤼팽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뤼팽과 숌즈가 대결한 두 가지 사건을 다룬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는 자신이 셜로키언인지 아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책이기도 한다. 전편인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단편 헐록 숌즈, 한발 늦다에 이어 이 책까지 별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읽었다면 전체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읽고 뤼팽의 매력에 빠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에는 금발 여인이라는 장편소설과 유대식 등잔이라는 중편소설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단행본 상으로는 첫 번째 사건, 두 번째 사건해서 마치 장편 소설 하나인 것처럼 해놓았고 내용적인 연결도 어느 정도 있지만 공백을 두고 따로 연재했던 별개의 작품이다. 금발 여인은 사사건의 핵심까지 다가가는 데까지의 전개가 무척 재밌는 작품이다. 수학교사 제르부아는 딸 쉬잔에게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 중고 마호가니 책상을 사는데 한 젊은이가 자신에게 되팔라고 하는 것을 거절한다. 그런데 다음 날 책상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본격적인 불행은 두 달 후 제르부아는 복권에 당첨되는데 그 복권이 도둑맞은 책상 속에 있어 당첨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상을 다시 사려 했던 젊은이가 뤼팽이었고 뤼팽이 이 책상을 훔쳐서 복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뤼팽은 쉬잔을 납치해 당첨금을 50만 프랑씩 나누자고 협박하고, 쉬잔 때문에 당첨금 절반을 뺐긴 제르부아는 이를 간다.

 

한편 도트렉 남작을 죽이고 그가 갖고 있던 푸른 다이아몬드가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푸른 다이아몬드는 경매에 붙여져 크로종 백작 소유가 되는데 크로종 백작 역시 도난을 당한다. 두 사건에는 모두 뤼팽의 한 패인 금발 여인이 있었다. 복권 사건에서 쉬잔을 납치했고 뤼팽과 함께 사라졌던 여인이 푸른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래서 크로종 백작 부부와 도트렉 남작의 상속자, 제르부아는 뤼팽을 잡기 위해 가니마르 형사 외에 숌즈와 윌슨을 부른다. 이미 전작에서도 모리스 르블랑은 뤼팽과 여성 캐릭터들을 잘 엮는 편이었지만 이 장편을 통해 뤼팽 시리즈 전개에 있어 뤼팽의 여인들역시 주요한 코드임을 분명히 한다. 유대식 등잔에서는 금발 여인 사건 후로 별다른 사건 의뢰가 없어 심심해하던 숌즈와 윌슨이 도둑맞은 유대식 등잔과 그 안에 든 보석을 찾아달라는 앵블방 남작의 의뢰와 이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뤼팽의 경고장을 동시에 받고 다시 프랑스로 오면서 뤼팽과 대결한다. 그리고 뤼팽 때문이라기보다는 한 여자의 의리 때문에 어이 없이 숌즈가 당한다.

 

뤼팽 씨, 무슨 일을 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나고, 다른 한 명은 당신입니다.”

이들 사이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숌즈는 아르센 뤼팽을 체포하지 못했다. 숌즈에게 위팽은 체포를 포기해야 할 만큼 어려운 적수였으며 맞붙는 과정에서 번번이 뤼팽에게 우위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영국 탐정은 끈질긴 집념으로 결국 유대식 등잔을 찾아냈다. 푸른 다이아몬드를 찾아냈던 일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서 숌즈의 공적은 덜 빛났다. 유대식 등잔을 되찾은 정황도 그렇고 범인의 이름도 모른다고 발표해야 했으므로 대중이 보기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사나이 대 사나이, 뤼팽 대 숌즈, 도적 대 탐정으로서 볼 때 이 대결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막상막하의 싸움이었다. 두 사람 모두 승리자인 셈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서로의 정당한 가치를 알아보는 맞수로서 점잖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p.297

 

코난 도일은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작가의 소설에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에 기분 나빠 했지만, 모리스 르블랑은 다른 작가의 캐릭터를 자기 작품에 쓰면서 어쨌든 뤼팽과 숌즈는 서로 인정했다고 하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자 하였다.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원래 연재분에 없던 에필로그가 추가되었다고 하는 게 이 부분을 말하는 것 같다. 제목은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인데 의외로 여인들의 활약에 더 눈이 갔던 책이었다. 문득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이 사이좋게 교류하며 함께 글을 쓰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서로에게 없는 면을 채우고 서로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완벽한 꽤 재밌는 책이 나왔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다. 더 아쉬운 것은 아르센 뤼팽 전집에서 숌즈의 등장은 세 번째 책인 <기암성>으로 끝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 장편 16, 중단편 37, 희곡 4편으로 총 20권으로 구성된 아르센 뤼팽 시리즈 전체세서 숌즈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숌즈 때문에 뤼팽이 나타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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