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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지도 - 두 발과 땀으로 써내려간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
박점규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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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지도] 이야기로 그린 대한민국 노동지도

 

 

퇴사 후 긴 알바천국이의 삶을 보내다가 얼마 전 새 회사에 입사하였다. 남정욱의 <차라리 죽지 그래>를 읽으면 요즘 청춘들이 사회적 나이를 먹지 않아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 아닌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직업에 목을 멘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청춘을 지난 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 변명하자면 유치하고 나약해서가 아니라 3000만원 넘게 주고 산 졸업장에 대한 책임감이자 등골이 휜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 때문이다. 몇 년 전 20% 정도의 젊은이들이 평생 정규직을 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남의 일 같았는데 서른까지 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번 입사 후로 아버지는 나와 말도 섞으려고 안 하신다. 4대 보험 유무, 번지르한 이름을 찾을 것인가 중소기업에 안착할 것인가 말고는 연봉 2000 이하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견직의 구분이 무의미한 것 같다. 주5일 주간 전일제로 근무하면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좋아진 건 아직 밤에 일을 안하고 하루에 여섯 시간 자도 죄책감이 덜하다는 것 정도이다. 여전히 알바를 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 자격증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며 입사하자마자 다음 직장 준비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니까 최소한의 교육기간만 주고, 영어 사용 등 업무량은 정규직과 같다보니 오버타임 근무를 밥 먹듯 한다. 다들 어떻게 제 나이에 연애 열심히 하고 결혼할 수 있는 건지.

 

<노동여지도>를 보기 전에 충격적인 다큐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 취업시장에서 4년제 문돌이만큼 쓸데없는 불가촉천민이 없다고, 최후의 로망은 공장이다라는 농담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이 다큐에서 울산, 구미 등 주요 공단 밀집 지역에서 기본급 150미만인 곳이 수두룩하며, 흔히 우리가 아는 200후반에서 300대 생산직 월급은 특근, 야근까지 다 하는 만근으로 겨우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강도가 하늘과 땅 차이인 저강도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이나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는 걸 보고 놀랐다. 그런 우리나라 노동계의 실태를 전국 스물여덟 지역을 직접 발로 밟고 인터뷰하며 쓴 <노동여지도>가 있다.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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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샹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씨네샹떼 - 세계 영화사의 걸작 25편, 두 개의 시선, 또 하나의 미래
강신주.이상용 지음 / 민음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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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샹떼] 함께 한 이들을 위한 상찬

 

 

문화콘텐츠 창작자나 향유자의 비극은 대부분의 사람이 즐길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기 쉽다는 것이다. 영화와 책 관련한 각종 강연은 유무료할 걸 없이 늘 인기가 많다. 작년 CGV아트하우스는 민음사와 함께 45만원짜리 영화 읽기 프로그램 ‘씨네샹떼’를 기획하였다. 총 25편의 영화를 철학자(강신주)의 눈과 영화평론가(이상용)의 눈으로 푸는 프로그램. 완강 후 섬세한 편집을 거쳐 강의 내용과 사진 자료 주요 질의응답들이 일목요연하게 다듬어진 책이 나왔다. 동명이고 아주 두툼하다.

 

예술로서의 평론을 모아둔 책을 좋아하지 책이나 영화 등 어떤 대상의 들러리가 된 평론집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알지 못하는 작품에 대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외로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씨네샹떼>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이 강연에 참여한 이들을 위한 상찬, 기념품의 성격이 강하다. 아니면 45만원 짜리 강의를 3만 3천원으로 저렴하게 즐기고픈 욕망을 위한 독자들 정도. 두껍고 싸다는 점을 빼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저냥 읽어볼만하다는 점 빼고 큰 장점도 큰 단점도 없는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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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김태욱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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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텔링] 총서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알찬 책

 

 

굳이 얇은 총서를 읽는 이유는 짧은 시간에 특정 주제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마케팅 글쓰기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차에 만난 책이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읽어내려갔다. 대부분 아는 것임에 안도하면서도 안일하게 읽어 새로운 지식을 놓치지 않게 읽고 또 읽었다. 일곱 살 때부터 문학 작가가 되기를 꿈꿨고, 사회생활도, 대학전공도 마케팅 글쓰기로 시작하였다. 경력단절도 있고 나이도 많아 겁은 먹었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생각에 열심히 글을 썼다. 모바일 텍스트 광고를 짜는 일이었다. 스토리텔링형 광고였다. 한달 동안 계속 광고 글쓰기를 하며 평가를 받았는데 결국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계약에 실패했다. 심각한 일이었다. 그것은 단순 직무역량 뿐 아니라 글쟁이로서의 평생의 생사가 갈리는 선고였기 때문이다. 광고든 소설이든 대중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게 올봄의 일이다. 계속 고군분투 중이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케팅 글쓰기 방법론과는 거리가 먼 책이었다. 제목대로였다. 브랜딩 책,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략 책이었다. 예상을 전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가 홍보 및 마케팅 전문가이며, 이 책을 낸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언론미디어에 특화된 출판사니 말이다. 이 책은 따로 목차가 없다. 뒷표지가 목차 역할을 대신한다. 10장의 주제를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의 정의, 브랜드 스토리텔링 방법,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활용. 저자 김태욱은 현대 마케팅의 원년을 필립 코틀러가 1967<마케팅 관리론>을 내며 ‘4P’ 주창한 해로 삼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 중심 마케팅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브랜드 스토리와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다르며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재밌고 가독성이 좋은 게 능사가 아니었다.

또 톨스토이를 예로 들며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있어 사실과 진실의 관계와 둘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브랜드 스토리텔링 기초 이론들을 충실히 훑고, 사례도 풍부하고, 요즘 유행하는 선형 스토리텔링 클리셰나 썸마케팅 등까지 다루고 있어서 참 요긴하게 읽었다. 커뮤니케이션 총서는 따로 숫자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였다. 이 얇은 책을 장마다 참고문헌도 꼼꼼히 기재해놓는 등 대학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좋게 꾸며 놓았다. 뒤에 총서 소개를 봐도 출판사에서 이 총서를 만들 때 이런 의도도 염두하고 있는 듯하다. 브랜딩이나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관심은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독자, 자신의 지식 정도를 가늠하고픈 마케터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시간이 없으면 큰 제목과 각 장별 요약만 봐도 꽤 많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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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 마케팅의 눈으로 보는 삶, 그리고 세상
필립 코틀러 지음, 방영호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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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가장 빨리 필립 코틀러를 알고 싶다면 

 

 

 

 

내가 쓴 글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다Seeing the World and Life Through Marketing Eyes.” 나는 이 책에서 내가 살아온 역사, 가족, 교우관계, 수상경험 등 내 인생사는 물론 내 세계관을 충실히 보여주려고 애썼다. 가난, 평화, 종교, 국가, 도시건설, 박물관 및 공연예술, 혁신, 부의 창출, 경쟁, 부패, 정부규제, 경제이론, 마케팅 과학,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마케팅, 변혁, 붕괴, 비영리적 기업, 미술품 수집, 브랜딩, 사업의 목적, 행복 등 다양한 영역을 소재로 삼았다. (...) 아무쪼록 독자들이 내 인생 여정을 들여다보며 뜻밖의 흥미로운 발견을 하고 삶에 자극이 될 만한 것을 찾으면 좋겠다. - p.332

 

 

이달 초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 외에 작년에 판권을 사 집필과 번역이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곧 출간될 책이 한 권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산북스에서 이달 중순 출간한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 글과 미리보기 서비스를 확인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상상 그 이상의 책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의 경우 완벽하게 동시 출간하진 못했어도 원서가 나오고 며칠 후에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 책은 아직도 원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원서는 영문판이 아닌 일문판이었다. 영어로 쓰고 일어로 번역해서 낸 책인데 아직까지 영문판이 나오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같이 출간하기 위해 출간을 미룬 것이긴 한데 언제 나오려나.

 

 

올해는 필립 코틀러의 책을 공부하기 참 좋은 해이다. 연초 그의 대표작인 현대 마케팅교과서의 고전인 <마케팅 원리> 15판이 나오면서 필립 코틀러의 예전 저작들이 한창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간인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도 나왔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집필이 함께 이루어져서 이 책에서 보면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Confronting Capitalism>을 'Reexaming Capitalism'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신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번역본의 장점 중 하나가 50 권이 넘는 필립 코틀러의 저작을 역자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목과 출간 연도, 번역 유무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미출간 책으로 ‘Kotler on Capitlism’을 언급하는데 이게 'Reexaming Capitalism(Confronting Capitalism)'과 같은 책인지 아닌지를 모르겠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목의 이유였다. 작년과 올해 출판계를 움직이는 양대 파워 리더는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다. 그들이 읽고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 전에 절판되었던 책이 복간되기도 하고, 뒤늦게 번역 판권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국가일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작년과 올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경영학 고전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를 의식한 작명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였다. 하지만 책 제목에 대해 책에서 필립 코틀러가 특별히 얘기하는 바는 없어 모르겠다. 다른 한 궁금증은 왜 이 시점에 필립 코틀러가 자서전(회고록)을 내냐는 것이었다. 롤랑 바르트처럼 지성다운 죽음을 의식하며 미리 준비하는 것일까, 현재 85세신데 혹시 건강상 이상이 있으신가 궁금하였다.

 

 

물론 플라톤의 책 등 위대한 고전에서 수학이나 경제학, 공학기술에 관한 지식을 획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이나 혁신, 첨단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내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의 위대한 사상을 습득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개념을 갖추고 영감을 얻게 된다. - p.29

 

뇌물수수 관행이 전 세계에 널리 펴져 있지만, 그간에 내 저서 어디에서도 그에 대한 내용을 한 줄도 다룬 적이 없었다. 왜일까? 나는 분명히 고객에게 뇌물을 주는 일에 찬성하지 않는다. 거래를 따내기 위해 뇌물을 얼마나 바쳐야 하는지 기업에 자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그들의 경쟁자들 중 한두 사람이 그런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당국에 이 사실을 알리거나 그들이 입찰에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 p.165

 

목차를 보니 48개의 주제로 짤막짤막하게 나열식으로 책을 구성해놓아서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처럼 아포리즘 식 자서전을 지향했나 궁금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처음부터 ‘최초의 자서전’ 같이 무거운 의도로 기획한 책은 아니었다. 다른 수많은 필립 코틀러의 저작들처럼 그의 글을 하나라도 더 책으로 엮고, 읽고 싶어 하는 세간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2013년 일본 니케이신문에서 필립 코틀러에게 원고 청탁을 하였다. 12월 한달 동안 2페이지 분량의 글을 일일 연재(30편)하는 것으로 주제는 필립 코틀러의 인생 이야기였다. 필립 코틀러의 책들과 활동들을 보면 알지만, 그는 매우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고 지금도 새로운 도전과 발상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신문에 칼럼 연재를 해보지 않아서 흥미를 느끼고 단번에 수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짧은 글 50편을 썼고, 이 중 30편은 2013년 12월 신문에 ‘私の履歴書나의 이력서’라는 시리즈물로 연재하였다. 그 원고들 중 48편을 뽑아 책으로 엮은 책이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이 처음 나온 곳도 미국이 아닌 일본이다. 2014년 8월, 'マーケティングと共に フィリップ・コトラー自伝마케팅과 함께 한 필립 코틀러 자서전'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최초 하였다. 영문판 판권 및 일본 외 해외 번역판 판권은 필립 코틀러가 가졌고, 우리나라는 다산북스가 판권을 사 일본어 출간본이 아닌 필립 코틀러의 영어 원고 원문을 번역하였하였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인 이유도 영문판 (예정) 제목이 'My Adventure in Marketing'이기 때문이다. 가장 빨리 필립 코틀러를 알고 싶다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가족사와 성장과정은 물론 저작들의 작가 소개글로는 다 알 수 없었던 드폴대학 입학부터 캘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되기까지의 여정을 털어놓고 있다. 올해 출간한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에 대한 집필 비화는 물론 주요 저작들에 대한 관련 이야기들이 있어 독자들이 필립 코틀러 저작들을 어떤 순서로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운동과 그 원칙이 지속될지, 갈수록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사고를 전환할지를 따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따르는 기업들이 수익성 및 이해관계자들의 충성도 측면에서 경쟁 기업들보다 우위를 유지하는 한, 그들처럼 보다 높은 차원의 목적을 설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대규모 연례 콘퍼런스에서 마케팅 3.0이 어떻게 깨어 있는 자본주의와 맞아 떨어지는지에 대해 몇 차례 강연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때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의식이 계속되어 자본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느낌이 들었다. - p.182

 

(혁신은 근본적으로 파괴적이다) 어느 기업이나 기존의 사업을 파괴할지 모르는 새로운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기술, 소비자 취향, 사업 관행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조직의 기반을 무너뜨릴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심각한 위협이 발견되는 즉시 두 가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첫 번째 대안은 회사의 가치가 대부분 사라지기 전에, 또 경쟁자들이 위협을 인식하기 전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대안은 자기파괴를 감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누군가가 선수를 치기 전에 기존 사업을 파기하는 게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 p.320

 

 

필립 코틀러의 주요 인적 네트워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주요 행적들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백미는 역시 경제학자가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가치관(철학)과 그 변화 양상이다. 필립 코틀러 뿐 아니라 그를 포함한 3형제가 따로 또 같이 평생의 조력자이자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것은 알았으나 넉넉지 않은 이민자 가정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코틀러라는 성도 러시아인 아버지가 이민 후 코틀레브시키를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10대 때는 오히려 마르크스에 관심 많은 반자본주의자였으며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의 문제의식이 그 때부터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지금도 마케팅과 자본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지만 그가 얼마나 뼛속 깊이 마케터 마인드가 배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대표적 해법인 디마케팅 개념을 주창하였고,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상위 20억 명에게만 집중한 현재의 마케팅을 비판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마케팅과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낸시 리와 발전시킨 사회마케팅 영역의 대부분이 이런 자본주의와 일반 마케팅의 폐단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 NPO의 기업화에 대해 다룬 <저항 주식회사>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 필립 코틀러이며 1970년대부터 적극적인 컨설팅과 조직 혁신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NPO마케팅 뿐 아니라 국가마케팅(공공마케팅), 종교마케팅 등을 다루는 대목을 보면, 역시 사회정의보다 마케팅이 먼저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붙인 책의 부제처럼 필립 코틀러는 철저히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필립 코틀러를 사숙해오면서 그의 철학이 모순적(이중적)이라는 분석하는 타인의 글들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그런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신문 칼럼용으로 제한된 분량으로 최대한 많은 주제를 논하다 보니 논리의 비약이나 좀 더 보충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철학들은 말이 계속 바뀐다기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느 한 방향으로 귀결되어가고 있으며 아주 확고해져가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책을 좀 더 치밀하게 읽으며 나름대로 결론을 내든 앞으로 나오는 책들을 계속 읽으며 확인을 하든,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필립 코틀러 저작 중에 이 책 보다 총천연색 사진이 더 많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 자료가 많아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필립 코틀러 책 중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의 남은 모험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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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 눈만 뜨면 티격태격, 텔게마이어 자매의 리얼 버라이어티 성장 여행기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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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여동생들은 대체 왜 그럴까요? 본격 여동생 분석 그래픽노블

 

 

 

19901022일 오후 415분 그자가 태어났다. 어머니(아내) 몸에서 곧 사람이 생산된다는 사실에 진정이 되지 않던 나와 아버지는 쫄쫄 굶고 있었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긴장이 풀린 부자가 조금이라도 요기를 하려고 붕어빵 하나 먹고 왔더니 그자가 나타나 있었다. 할머니께서 으미, 화상들하며 그 중요한 순간에 처먹으러 나갔다 왔다며 두 사람의 등짝을 때렸다. 큰애가 돌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치밀하게 터울 계산하여 낳은 아이였고,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긴 진통에 지쳐 깊은 잠에 빠졌고, 아기는 빨리 씻겨 가족들 앞에 나타났다. 할머니는 춤을 췄고, 아버지는 염화미소를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며 미래는 막막할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고래고래 울부짖었다. “나는 쟤한테 미미(인형)도 안줄 거고 토토(자동차)도 안줄 거고(이하 온갖 장난감 이름 나열)안줄 거야!” 어이없다며 웃는 어른들을 뒤로 하며 나는 생애 처음 인생의 쓴맛을 느꼈다. 그날 나의 왕국이 무너졌다.

     

 

어디서 많이 본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Smile(2010, 국내 미번역)>의 작가였다. 교정기를 낀 변형 스마일이 작가 본인을 상징한다고(<씨스터즈>에는 여동생 스마일도 표지에 등장).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고, 상도 받은 작품이라 SNS에서도 많이 회자되어서 표지는 익숙한 작품이었다. 돋을새김에서 <씨스터즈(2014)> 번역본을 냈다는 소식을 알고 같이 읽으려고 찾아보니 <Smile>은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없는 상황이었다. 없어서 못 읽지 만화와 그래픽노블을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 미국 그래픽노블은 소장하고 있는 게 없어서 호기심에 덮어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그림체가 추억은 방울방울해서 끌렸다. 미국 냄새라고 해야 하나, 책을 펼치자마자 그립고 익숙한 감정과 조우하였다. 나는 90년대 어린이였다. 매일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했고, 명절이나 공휴일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특선 애니메이션이 몇 개고 편성되어 있던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엔 미국, 유럽 애니메이션도 일본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방영되었다. <피너츠> 등 미국만화를 가장 먼저 접했다. 대부분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그림체 같았다.

 

레이나 텔게마이어는 풀컬러 그래픽노블을 그린다. <Baby-sitters Club(2006-2008, 국내 미번역)>은 리메이크였고, 창작 장편은 <Smile>, <Drama(2012, 국내 미번역)>, <씨스터즈> 밖에 없어 아직 작품세계를 속단할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생각났다. 노희경이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빼놓지 않는 설정은 세상의 모든 딸들은 그 모양이다(못됐다)’. 남들에겐 한없이 좋은 사람인 여자도 어머니하고는 투덕거리고 상처 입히는 딸로 그린다. 그게 그녀 평생의 문제의식이고 극작을 통해 자기 속죄하고 있다. <Smile><씨스터즈>는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Smile>에서 잠깐 등장하는 여동생 아마라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자매 이야기를 주제로 푼 책이 <씨스터즈>이다. <씨스터즈>를 통해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세상의 모든 ()동생들은 문제다. 형들이 고생이 많았다, 이것들아.’ 앞으로 같은 메시지의 그래픽노블을 계속 그릴지 궁금하다. ‘형제는 마르지 않는 소재의 원천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내게 포대기가 지급되었다. 더 이상 아무도 나를 귀엽다고 하지도 안아주지도 않았다. 사라졌던 내 젖병과 딸랑이가 나타났고, 내 등과 장난감은 그자의 침 공격을 당해야 했다. 어머니는 소꿉놀이에서 아기 역할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지만 딱 그 뿐이었다. 똥 싸재끼고, 울고, 무겁고, 귀찮아! 지금은 나이 어린 쌍둥이고, 취향도 비슷하지만 처음엔 같은 원료로 같은 공장에서 생산했는데 모든 게 달랐다. 높은 곳만 발견하면 보자기 매고 가서 뛰어내리고 전대물 놀이에 심취하던 나와 달리, 그자는 집에 처박혀 블록이나 로봇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의지하다가도 수틀리면 태세 전환해 맨날 나만 혼났다. ‘쌔가 빠지게숙제를 해놓으면 그자가 고치거나 베껴서 ‘(나이에 맞지 않는)고퀄리티라고 지네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물론 한두 살 차이 나는 형제만큼 격렬하게 싸우진 않지만, 그렇다고 우애가 퐁퐁 솟고 평화롭지는 않았다. 서로의 영향으로 나는 나잇값을 못하고 그자는 겉늙었다. <씨스터즈>를 읽으며 미국 언니 너도 그랬냐며 책등을 토닥거렸다. 객관적으로 독서를 할 수가 없었다. 역시 내가 큰놈이어서 그런 걸까. 동생, 외동들은 어떤지.


 

단 하루만이라도 동생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아마라는 레이나의 업보다. 레이나가 수많은 큰놈들이 저지르는 실수 동생 낳아 달라타령을 부모님께 시전 했으니. 아기 아마라는 속을 알 수 없는 파괴왕이었고, 어린이 아마라는 언니안티왕이다. 그런 아마라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레이나-아마라 비슷한 터울(5)로 남동생이 생겨 동생 가진 자의 쓴맛을 알게 된 것. 그래서 레이나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본능적으로 언니를 보면 못 놀려 안달이다. 앞서 <Smile>-<씨스터즈>의 관계처럼 후속작을 언급한 것은 이 책의 구성 때문이다페이지 배경 톤을 달리 해 과거회상과 현재가 계속 교차하게끔 구성해 놓았다. 그래서 레이나가 어떻게 언니가 되었는지, 언니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담겨 있지만 막상 이 책의 주제인 현재는 한 가지 사건이다. 멀리 사는 사촌을 만나기 위해 엄마와 세 남매가 캠핑카를 타고 일주일 여행하는 이야기(아버지는 직장 때문에 비행기 타고 따로 옴)로 책 한권을 끝냈기 때문에 이런 구성이라면 500권도 넘게 연작 시리즈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로 더 특별히 애증이어서 일까. 뒤표지에는 슈퍼 왕짜증이라고 표현해두긴 했지만 <씨스터즈>에서 막둥이 윌과의 갈등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제목대로 자매 전쟁에 주 초점을 맞췄다. 겁이 많고 얌전한 레이나와 달리 까칠하고 힘이 넘치는 아마라. 가족여행에서도 레이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가는데 아마라는 시종 언니 괴롭히기에만 관심이다, 게다가 애완용 뱀까지 태워서 레이나를 떨게 하는데. 그런데 아무리 미워도 형제는 까도 내가 까는’ ‘애증관계다. 오랜만에 사촌을 만나서 반가움도 잠시 생각보다 잘 안 맞고, 결국에는 그래도 레이나-아마라 연합이다. <씨스터즈>는 책 내내 묻는다. ‘도대체 동생들은 왜 그렇냐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 모든 동생들에게 형 눈엔 어렸을 때 당신들 이렇게 보였노라고는 말할 수 있다. 동생들의 대답, 부모의 대답이 궁금하다.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한 그래픽노블이었을까.



(서평을 쓴 후에 <Smile>이 작년에 예림당에서 <웃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걸 알았습니다. 해당 책 네이버책DB에 원서 연결이 안 되어 있고 작가 이름 표기도 영문 표기 없이 '레이나 텔거메이어'로 되어 있어서 몰랐습니다. 서평 준비하면서 좀 더 치밀하게 검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p.s.- 책 끝에 실제 텔게마이어 자매 사진이 나온다. 그림체와 묘하게 닮았다. 이미 읽으면서 이성을 상실하고 서평에 개인사도 많이 털어 놓았을 만큼 <씨스터즈>를 읽고 그자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도 형제가 있어서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순간에도 그자와 꼭 붙어서 기차여행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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