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가장 빨리 필립 코틀러를 알고
싶다면
내가 쓴
글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다Seeing the World and
Life Through Marketing Eyes.” 나는 이 책에서 내가 살아온 역사, 가족, 교우관계, 수상경험 등 내 인생사는 물론 내
세계관을 충실히 보여주려고 애썼다. 가난, 평화, 종교, 국가, 도시건설, 박물관 및 공연예술, 혁신, 부의 창출, 경쟁, 부패, 정부규제,
경제이론, 마케팅 과학,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마케팅, 변혁, 붕괴, 비영리적 기업, 미술품 수집, 브랜딩, 사업의 목적, 행복 등 다양한
영역을 소재로 삼았다. (...) 아무쪼록 독자들이 내 인생 여정을 들여다보며 뜻밖의 흥미로운 발견을 하고 삶에 자극이 될 만한 것을 찾으면
좋겠다. - p.332
이달 초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 외에 작년에 판권을 사 집필과 번역이 동시에 이루어졌으며 곧 출간될 책이 한 권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산북스에서 이달 중순 출간한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이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 글과 미리보기 서비스를
확인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상상 그 이상의 책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의 경우
완벽하게 동시 출간하진 못했어도 원서가 나오고 며칠 후에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 책은 아직도 원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원서는 영문판이 아닌 일문판이었다. 영어로 쓰고 일어로 번역해서 낸 책인데 아직까지 영문판이 나오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같이 출간하기 위해 출간을 미룬 것이긴 한데 언제 나오려나.
올해는 필립 코틀러의 책을 공부하기 참 좋은 해이다.
연초 그의 대표작인 현대 마케팅교과서의 고전인 <마케팅 원리> 15판이 나오면서 필립 코틀러의 예전 저작들이 한창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간인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도 나왔다.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집필이 함께 이루어져서 이 책에서 보면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Confronting Capitalism>을 'Reexaming Capitalism'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신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번역본의 장점 중 하나가 50 권이 넘는 필립 코틀러의 저작을 역자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목과 출간 연도, 번역 유무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미출간 책으로 ‘Kotler on Capitlism’을 언급하는데 이게
'Reexaming Capitalism(Confronting Capitalism)'과 같은 책인지 아닌지를 모르겠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목의 이유였다. 작년과 올해 출판계를 움직이는
양대 파워 리더는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다. 그들이 읽고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 전에 절판되었던 책이 복간되기도 하고, 뒤늦게 번역
판권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국가일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작년과 올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경영학 고전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를 의식한 작명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였다. 하지만 책 제목에 대해 책에서 필립 코틀러가 특별히 얘기하는 바는 없어 모르겠다. 다른 한 궁금증은 왜 이 시점에 필립 코틀러가
자서전(회고록)을 내냐는 것이었다. 롤랑 바르트처럼 지성다운 죽음을 의식하며 미리 준비하는 것일까, 현재 85세신데 혹시 건강상 이상이 있으신가
궁금하였다.
물론
플라톤의 책 등 위대한 고전에서 수학이나 경제학, 공학기술에 관한 지식을 획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이나 혁신, 첨단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내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의 위대한 사상을 습득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개념을 갖추고 영감을 얻게 된다. - p.29
뇌물수수
관행이 전 세계에 널리 펴져 있지만, 그간에 내 저서 어디에서도 그에 대한 내용을 한 줄도 다룬 적이 없었다. 왜일까? 나는 분명히 고객에게
뇌물을 주는 일에 찬성하지 않는다. 거래를 따내기 위해 뇌물을 얼마나 바쳐야 하는지 기업에 자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그들의 경쟁자들 중 한두 사람이 그런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당국에 이 사실을 알리거나 그들이 입찰에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 p.165
목차를 보니 48개의 주제로 짤막짤막하게 나열식으로
책을 구성해놓아서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처럼 아포리즘 식 자서전을 지향했나 궁금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처음부터 ‘최초의 자서전’ 같이 무거운 의도로 기획한 책은 아니었다. 다른 수많은 필립 코틀러의 저작들처럼 그의 글을 하나라도 더 책으로 엮고,
읽고 싶어 하는 세간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2013년 일본 니케이신문에서 필립 코틀러에게 원고 청탁을 하였다. 12월 한달 동안 2페이지
분량의 글을 일일 연재(30편)하는 것으로 주제는 필립 코틀러의 인생 이야기였다. 필립 코틀러의 책들과 활동들을 보면 알지만, 그는 매우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고 지금도 새로운 도전과 발상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신문에 칼럼 연재를 해보지 않아서 흥미를 느끼고 단번에 수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짧은 글 50편을 썼고, 이 중 30편은 2013년 12월 신문에 ‘私の履歴書나의 이력서’라는 시리즈물로 연재하였다. 그 원고들
중 48편을 뽑아 책으로 엮은 책이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이 처음 나온 곳도 미국이 아닌 일본이다.
2014년 8월, 'マーケティングと共に フィリップ・コトラー自伝마케팅과 함께 한 필립 코틀러 자서전'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최초 하였다. 영문판
판권 및 일본 외 해외 번역판 판권은 필립 코틀러가 가졌고, 우리나라는 다산북스가 판권을 사 일본어 출간본이 아닌 필립 코틀러의 영어 원고
원문을 번역하였하였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인 이유도 영문판 (예정) 제목이 'My Adventure
in Marketing'이기 때문이다. 가장 빨리 필립 코틀러를 알고 싶다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가족사와 성장과정은 물론 저작들의 작가
소개글로는 다 알 수 없었던 드폴대학 입학부터 캘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되기까지의 여정을 털어놓고 있다. 올해 출간한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에 대한 집필 비화는 물론 주요 저작들에 대한 관련 이야기들이 있어 독자들이
필립 코틀러 저작들을 어떤 순서로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운동과 그 원칙이 지속될지, 갈수록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사고를 전환할지를 따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를 따르는
기업들이 수익성 및 이해관계자들의 충성도 측면에서 경쟁 기업들보다 우위를 유지하는 한, 그들처럼 보다 높은 차원의 목적을 설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대규모 연례 콘퍼런스에서 마케팅 3.0이 어떻게 깨어 있는 자본주의와 맞아 떨어지는지에 대해 몇 차례 강연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때마다 깨어 있는 자본주의 의식이 계속되어 자본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느낌이 들었다. - p.182
(혁신은
근본적으로 파괴적이다) 어느 기업이나 기존의 사업을 파괴할지 모르는 새로운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최고경영진은 기술, 소비자 취향,
사업 관행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조직의 기반을 무너뜨릴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심각한 위협이 발견되는 즉시 두 가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첫 번째 대안은 회사의 가치가 대부분 사라지기 전에, 또 경쟁자들이 위협을 인식하기 전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대안은 자기파괴를
감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누군가가 선수를 치기 전에 기존 사업을 파기하는 게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
p.320
필립 코틀러의 주요 인적 네트워크나 지난 수십 년간의
주요 행적들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백미는 역시 경제학자가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가치관(철학)과
그 변화 양상이다. 필립 코틀러 뿐 아니라 그를 포함한 3형제가 따로 또 같이 평생의 조력자이자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것은 알았으나
넉넉지 않은 이민자 가정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코틀러라는 성도 러시아인 아버지가 이민 후 코틀레브시키를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10대
때는 오히려 마르크스에 관심 많은 반자본주의자였으며 <필립 코틀러의 더 나은 자본주의>의 문제의식이 그 때부터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지금도 마케팅과 자본주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지만 그가 얼마나 뼛속 깊이 마케터 마인드가 배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대표적 해법인 디마케팅
개념을 주창하였고,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상위 20억 명에게만 집중한 현재의 마케팅을 비판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마케팅과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낸시 리와 발전시킨 사회마케팅 영역의 대부분이 이런 자본주의와 일반 마케팅의 폐단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 NPO의 기업화에 대해 다룬 <저항 주식회사>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 필립 코틀러이며
1970년대부터 적극적인 컨설팅과 조직 혁신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NPO마케팅 뿐 아니라 국가마케팅(공공마케팅),
종교마케팅 등을 다루는 대목을 보면, 역시 사회정의보다 마케팅이 먼저인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붙인 책의 부제처럼 필립
코틀러는 철저히 ‘마케팅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필립 코틀러를 사숙해오면서 그의
철학이 모순적(이중적)이라는 분석하는 타인의 글들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그런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신문 칼럼용으로 제한된 분량으로 최대한 많은 주제를 논하다 보니 논리의 비약이나 좀 더 보충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철학들은 말이 계속 바뀐다기보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느 한 방향으로 귀결되어가고 있으며 아주
확고해져가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책을 좀 더 치밀하게 읽으며 나름대로 결론을 내든 앞으로 나오는 책들을 계속 읽으며 확인을 하든,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필립 코틀러 저작 중에 이 책 보다 총천연색 사진이 더 많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진 자료가 많아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모험>, 필립 코틀러 책 중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의 남은 모험들도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