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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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작, 2007년 제4회 일본서점대상 4위의 소설 『종말의 바보』 는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하고 소탈한 필치로 그려 내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열한 번째 단행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종말의 바보> 가 나온 것을 보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려 책을 펼쳤다. ( 나는 늘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라는 것을 깨닫는 하루다. ) 

표제로 선택된 <종말의 바보 > 를 비롯하여, <태양의 딱지 >, <농성의 맥주 >, <동면의 소녀 >, <강철의 울 >, <천체의 돛배 , <연극의 노 >, <심해의 지주 > 의 제목으로 종말까지 남은 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소설 『종말의 바보』 는 《소설 스바루》에서 2004년 2월호부터 2005년 11월호까지 발표된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작품이다.




8년 후에 소행성이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후 5년이 지난다. 많은 창작물에서 '지구 종말'에 대해 다뤄왔기에, '만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것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주제일 것이다. 


책 속에서는 발표 후 폭동, 살인, 강도, 방화, 사기 등의 범죄가 만연하며 혼란에 빠지는 모습과 함께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고 묘사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일본 센다이 북부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 ‘힐즈 타운’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 좀 더 차분해진 힐즈 타운 주민 혹은 그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하여 저마다의 삶을 들려준다. 


<태양의 딱지 SEAL>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괴로운 일이다"


아이를 간절히 원할 때는 와주지 않았던 아기가 10년만에 아내에게 찾아왔다. 앞으로 종말까지 3년이 남았는데 임신 8주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부. '우유부단 대회가 있다면 일등일 것' 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아내의 '낳을까 말까? 선택의 순간이야. 선택은 당신 특기잖아(p54)' 라는 말에 결정장애에 빠진다.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봐도 정말 어려운 문제다. 


주인공은 소행성이 떨어져도 어떤 방법으로 무사히 살아남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어도 보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한다. 소행성이 떨어진 후에 살아남은 주인공을 상상해보니 문득,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 를 떠올렸다. 대재앙이 일어난 날에 태어난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길 위에 선 아빠의 이야기.  『로드』 의 엄마와 달리, <태양의 딱지>의 엄마 미사키는 절망으로 자살할 타입은 아닌 것 같다는 싱거운 생각을 해보며 다음 장면으로 옮겨갔다. 


그나저나 왜 제목이 '태양의 딱지' 인지 궁금했는데, 책 속의 문장에서 답을 찾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 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저것 좀 봐." 잠시 후 쓰치야가 정면의 태양을 가리켰다. 아름다운 원형을 그리며 저물어 가는 태양은 하늘에 붙은 딱지처럼 또렷했다. "소행성이 떨어져서 우리가 사라져도 분명 저 태양이나 구름은 남겠지."

"그러고 보니 그렇겠네." 저 딱지는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조금 든든하지?" 쓰치야가 조용히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 p85


<동면의 소녀 GIRL>

"세상은 앞으로 3년이면 끝나고, 사람이 쓰러져 있는 마당에 경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신비한 예감에 마음이 들떴다."


부모가 자살하고 혼자 남은 주인공도 있다. 혼자 남은 소녀는 세 개의 '목표'를 세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책을 전부 읽는다' , '죽지 않는다' 다. 두 번째까지의 목표는 다 달성했다. 주인공 소녀 미치는 올해들어 조금씩 동네가 안정된 것을 소강상태, 즉 '진정된 것이 아니라, 찰나의 휴지(休止)'라고 생각한다. 식료품을 사러 나간 길에 만난 친구의 모습에서 새로운 목표를 하나 추가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첫 번째 목표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에 대해 '벚꽃이 봄철에 잠깐만 핀다고 해서 용서 못 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잖아요(p181)' 라고 말하는 장면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치가 왜 '동면의 소녀' 인지 또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한다. 


종말을 앞둔 디스토피아적 배경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다. 각 소제목의 의미를 찾아보며 소설을 읽는 동안 경쾌하고 따스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비참한 상황이라도,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은 '내 생애 가운데 가장 멋진 하루되기' 다. 추가적으로 일어로 '今をいきる' 즉, '지금을 살다' 로 적어둔 지 오래되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과도 비슷한 결이다. ( 그러고 보니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일본 제목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사에서 가져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  『종말의 바보』 를 읽으며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를 생각한다. 카톡 프로필로 이 문장을 적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초심을 떠올려보게도 되는 하루.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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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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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신작! 미야베 월드 2막의 에도 시대 배경의 소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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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즐겁게 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심리 수업 - 신나는 공부의 확신을 주는 따뜻한 심리 이야기
김종환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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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이와 함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아이의 유아, 초등 때는 항상 책을 함께 읽었으나 중등, 고등에 접어들면서 점점 같이 읽는 책이 줄어 아쉬웠던 차에 『공부를 즐겁게 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심리 수업』 만났다. 메가스터디 심리 강사가 들려주는 '신나는 공부의 확신을 주는 따뜻한 심리 이야기' . 





1학기 편인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위한 심리 수업』 이은 책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아이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책을 펼치면 3에서 3까지의 학생들의 후기와, 강사, 학부모들의 후기가 먼저 독자들을 반긴다. 자연스럽게 아이와 같은 학년인 학생의 후기를 먼저 읽어보고 나서 학부모의 후기를 읽어본다. '아이들의 마음에 긍정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게(p21)' 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는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책은 '3 수험생과 재수생 그리고 2, 1 위한 ' 이라고 하면서, 8월에서 11월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시기에 당면할 있는 여러 상황과 내면의 고민에 맞춰, 학생들의 마음 관리를 위한 심리 전략을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했다고 운을 뗀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8, 9, 10, 11월로 장이 나뉘어 있고, 장은 주별 전략을 상세하게 담고 있음을 수있다. 


8월은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를 점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구체적으로 수험생은 현재 공부의 상태, 성적, 진도 등을 점검하고 자신의 심리 전략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공부에 새롭게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p25, 프롤로그 중에서 




8월은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로 나누어 시기에 따른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제의 제목은 명사로 요약을 해두었기에 읽은 후에 스스로의 마음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어도 좋은 구성이다. 8 둘째 주는 '몰입 수업' 관하여 다루고 있는데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몰입 수업 


좋은 감정의 습관화부터 <기분>

집중력 유지 <자만심과 계획>

잡생각 탈출 <생각>

불안을 당연한 감정으로 수용한다면 <불안>


- 8 둘째 




<자만심과 계획> 편에서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MBTI 대한 이야기도 풀어내고 있다. P 유형의 학생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 끈기가 없다' 말로 자신이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을 해보면 인내, 끈기 부족으로 포기한다기 보다는, P 내재한 '자만심'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포기한다는 것보다는 잠시 내버려 둔다는 해석이 어울린다고 한다. 명의 P로서 나도 모르게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었다. J 유형의 학생은 타인이 보았을 때는 집중력이 강해보인다. 하지만 정신력이라는 부분에서 보면 정신력이 가장 약한 사람들의 특징이 완벽주의자라는 것이다. J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는 여러 가지 감정 중의 하나가 바로 '두려움' 이다.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올바르게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각각의 유형이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할 있는지를 이어 풀어낸다. 



아이와의 밥상머리 대화에서 내가 읽어준 문장은 집중력을 위한 '효율적인 시간관리' 관한 부분 있다. 이는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 경험했던 실수이기도 하고, 지금 아이가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보는 일이 아닐까. 컨디션 관리를 해야하는 시험 전날 새벽까지 공부하던 아이가, 다음 시험에서 답안지를 밀려쓰는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 이런 실수는 한번쯤은 경험해도 좋겠지만 두번은 하지 말았으면...  )


수능이라는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크게 변하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 하나가 수면을 중리는 것입니다.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이 늘죠. 저는 개인적으로 수면을 줄이면서 학습 시간을 늘리는 것에 무조건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학습 시간을 늘려도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소수일 뿐입니다. 대다수 학생이 수면 시간을 줄이면 다음 무리가 가능성이 높아 2시간의 수면 시간을 줄이고, 다음날 피곤해서 4시간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2시간을 늘리게 되면 마음도 역시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11시까지 공부시간을 잡았는데, 시간을 늘리게 되면 11시까지의 공부 목표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내가 2시간이 생겼다는 마음으로 11시까지 끝낼 있는 양을 시간을 늘려 하는 경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을 날려버리죠. 


- p107




이런 실수들이 모여 '불안은 쌓이는 ' 이다. 저자는 효율적 시간 관리의 방법은 차이가 아닌 작은 차이를 먼저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짧은 10분을 10 정도만 효율적으로 쓰면 2시간 가까이 자는 시간을 침범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를 알차게 보낼 있다는 . 그리고 이렇게 알차게 보내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굳이 자는 시간을 방해하여 그다음 컨디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무리까지 수월하게 있다는 또한 들려준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단락의 끝에는 < 요약> 으로 해당 내용을 요약하고 있어 문장을 음미하며 정리해볼 있다. 페이지의 중간 중간 일러스트 페이지를 두어 소리내어 읽어볼 문장들을 배치해 편집도 좋다. 


 


책을 함께 읽은 아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내용들이 많아 좋았다' 라고 하면서도 ' 읽은 것만으로는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고도 솔직히 이야기를 전해왔다. 필요할 찾아보라고, 녀석의 책상 책장에 책을 꽂아두다가, 문득 필사를 해서 아이에게 편지를 써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이가 질색하지 않게.. 어차피 매일 비문학 지문 읽고 있으니.... ' 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모의 욕심을 부려보게도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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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 고독 속 절규마저 빛나는 순간
이미경 지음 / 더블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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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지인들은 리뷰 써놓은 글을 보며, 언제 그렇게 책을 읽냐고 묻곤 한다. 출퇴근 시간에도 읽고, 퇴근 후에 주로 읽으며, 회사 독서동아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함께 묵독하는 시간이나 필사모임 때 읽기도 한다. 오늘의 점심 모임에서 읽은 책은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이다. 


≪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전시를 다녀왔기에 전시 자문을 맡은 저자의 책이 더욱 궁금했다.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을 책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에 더하여 전시회에서는 만나지 못한 작품이라도 작품들끼리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니 더욱 좋았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읽기 좋은 책이다.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은 표현주의의 거장 뭉크((1863~1944))의 생애에 따라 크게 5장으로 나누어 뭉크의 삶과 작품을 설명하는 구조다. 뭉크가 평생을 우울과 불안, 광기에 사로잡혀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인생 사용 설명서’ 라고 할까. 어린 시절과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기는 1장에, 오슬로, 파리, 베를린를 거쳐 노르웨이로 돌아왔던 시기는 2장에서 다룬다. 3장에서는 밀리 테울로브, 다그니 율, 툴라 라스센, 에바 무도치의 뭉크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에서 '생의 프리즈' 에 관련된 작품들이 참 인상 깊었었다. 


프리즈 frieze 는 건축용어로 지붕 아래 건물 윗부분을 장식하는 띠 모양의 조각이나 그림을 말한다. 뭉크는 1892년 베를린 전시에서 천장 바로 아래에 띠 형태로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중략> 

뭉크는 1893년 베를린 전시에서 처음으로 ≪생의 프리즈 The Frieze of Life≫를 선보였다. 최초의 ≪생의 프리즈≫는 사랑 섹션 여섯점, 즉 <목소리>, <키스>, <뱀파이어>, <마돈나>, <질투>, <절규>로 구성되었다. 

- p184


뭉크가 ≪생의 프리즈≫를 구성하게 된 것은 우연한 발견 덕분이었다고 한다. 여러 도시에서 순회전을 열면서 그림을 한꺼번에 늘어놓고 보다가, 앞뒤로 어떤 작품이 놓이는가에 따라 작품들 사이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생의 프리즈≫의 시작이었고, 관련된 전시에서는 작품에 프레임을 두르지 않았다. '황금색 프레임을 두르면 그 작품의 이야기가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되어 다른 작품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185)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별이 빛나는 밤' 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다. 사실 <별이 빛나는 밤> 을 들으면 난 고흐의 그림이 제일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서양미술사에서 밤은 시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어두운 밤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되고 밤의 어두운 속성은 불길함을 상징했다. 19세기 들어 예술가들은 밤의 낭만적 속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을 처음 제작한 이는 작 프랑수아 밀레다. 밤하늘을 관찰하여 그린 밀레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별자리의 정확한 위치와 고요한 밤의 정취가 담겨 있다. 그 뒤를 이어 반 고흐와 뭉크가 차례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 p273


뭉크와 반 고흐가 생전에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살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데 색채라는 수단을 사용했으며 개인적 비극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고, 작품에 강렬한 감성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뭉크가 반 고흐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해 "섬뜩할 정도로 끌렸다"라는 말로 경외감을 표시한 바(p276)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반 고흐의 작품은 조용한 밤의 풍경이 아니다. 활발히 움직이는 별 무리에서 오히려 밤에 깨어 활발히 활동하는 반 고흐의 야행성 생활 습관을 엿보기도 한다. 고흐에게 밤은 활동하는 시간이자 영감이 가장 활발하게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그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했다'


뭉크는 밤하늘의 풍경이 아니라 외롭고 우울한 밤의 본질을 그렸다. 1893년 처음 그린 후, 모두 여섯 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남긴다. 뭉크의 작품은 우리 안의 내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섯 점의 작품에는 뭉크의 삶과 내면의 변화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뭉크는 예술은 진실해야 하고 진실하다고 믿었다.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뭉크가 노쇠하고 병들어가고 나약해지는 과정이 진실하게 담겨 있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것은 뭉크 자신이었다.'(p288) 


나름 여러 책을 읽고 전시회에 다녀왔지만,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를 읽고 나니 다시 직접 그림을 보고 싶어졌다. 사진 촬영이 가능했던 전시라 찍어왔던 사진을 보며 책 속 내용을 확인해보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이 최고다. 이래서 N차 관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실존의 고통을 형상화한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떠올리며 그를 광기의 화가, 고독과 절망의 화가라고 생각한다” 면서 “하지만 뭉크는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 예술로 승화시켰고, 살아 있는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81세까지 장수하며 무려 2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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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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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는 많은 영미권 독자들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뽑는다. 아마도 캐드펠 드라마의 영향도 있는 듯 하다. 캐드펠 시리즈의 책을 읽어갈수록 엘리스 피터스의 중세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의 배경과 여러 디테일을 짜넣는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미스터리 플롯의 촘촘함보다는 중세의 슈루즈베리의 사람들의 삶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넘친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최대한 즐기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저절로 시선이 가게 한다.




수도원 교회에서 예순을 바라보는 듯한 늙은 남작과 어린 고아 상속녀의 결혼식이 이틀에 걸쳐 거행될 예정이다. 결혼 행렬은 세인트자일즈 병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저택을 지나 병원 너머의 교회로 갈 예정이다. 세인트자일스 병원에는 나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나환자들의 후원 성인인 자일스가 오래전 인적이 드문 곳을 택해 나환자 집단 거주 지역을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나환자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길가에 나와 구경을 하려고 한다. 병으로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만약 젊고 사랑스러운 신부가 지나가면서 이곳 사람들을 보고 움찔하는 기색 없이 미소를 보내준다면, 저들에겐 제 보살핌이나 찜질보다도 훨씬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기대하는 마크 수사.


여기서 지내다 보니 행복이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잡아낸 무언가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추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p22


하지만 신랑인 남작은 이들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며 병을 옮기지 말고 눈앞에서 썩 꺼지라고 명령한다. 결혼식(소설에서는 혼례식으로 옛스럽게 번역되어 있다.) 전날 밤 신랑이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현장에서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덫이 발견된다. 캐드펠 수사는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

그동안의 이야기들 속에서 보여지는 캐드펠 수사의 특징은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점,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사람을 신뢰하며 배려심이 많다는 점이다.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의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며, 죄에 대하여 경직된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가끔은 규칙을 어기기도 한다. 또한 그가 해결해왔던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등장하지만 범인은 아니고, 다소 경솔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행정관이 등장하며, 작품마다 한 쌍 이상의 연인이 등장하여 로맨스적인 요소가 추가된다.

이번 작품도 비슷한 공식으로 전개된다. 남작의 시동 중 한 명이 의심받는데, 그는 신부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신부는 자신의 상속 재산을 노린 삼촌과 숙모의 강요로 남작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캐드펠은 그가 유죄라고 믿지 않고 진짜 살인자를 찾아나서고, 수사 과정에서 남작의 비밀스러운 삶을 발견한다. 초반에 등장했던 세인트자일스 병원이 어떻게 관련 되는지 추측하고 확인해보는 것도 이번 권의 또다른 재미 포인트다.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두 연인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인가.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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