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조각조각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3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아기를 벗어난 아이들은 누군가를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만의 감정들이 생기는 거지요. 어떤 친구가 왠지 신경쓰이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고 잘해주고 싶기도 해요. 어떤 친구는 일부러 장난을 쳐서 귀찮게 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홉살 미셸에게도 그런 감정이 찾아온 듯 하지요. 기분이 좋아졌다가 덩달아 고민도 많아지고 있어요. 미셸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내 마음이 조각조각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3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 /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36쪽 | 162g | 175*235*15mm

시공주니어

올리비에 탈레크는 사소한 사건들과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
- 올리비에 탈레크 공식 홈페이지 중에서


​어린이의 속마음을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어루만지는 화가 올리비에 탈레크와 마치 어린이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작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를 때는 어떻게 협업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올리비에 탈레크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네요.

글 작가가 따로 있는 경우 전 원고를 읽은 뒤, 책상 옆으로 밀어두고 일부러 며칠 간 보지 않습니다. 절대 원고를 펼쳐놓고 보면서 그림 그리지 않아요. 저에게 다른 사람이 쓴 모든 글은 질문입니다. 그림이라는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죠. 처음 원고를 읽은 뒤 며칠 간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제 내면에서 그 글을 소화하고 저만의 해석을 내줄 때까지 두고 보는 겁니다. <중략>

저는 그림책을 만들 때, 등장 인물 속으로 들어가 연기합니다. 배우가 하는 일과 똑같아요. 간 떨어지게 놀라서 뛰는 장면을 그리고 싶을 땐 아틀리에에서 혼자 이리저리 뛰어보면서 느낌을 찾습니다. <중략>

자기 감정을 잘 모른다면 누군가에게 공감을 느끼는 일도, 그것을 해석해 뭔가를 창작하는 일도 어려울 겁니다.


출처 : 에디터C 유럽작가 인터뷰, http://blog.naver.com/364eve/220385204268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두사람이 함께 풀어낸 이 동화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음의 크기를 넓혀 가는 남자아이를 그린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의 부모인 저는 더욱 책의 내용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지요.

남자아이와는 여러모로 다른 여자아이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아홉 살 남자아이 미셸. 녀석의 눈에 여자애들은 '크게 웃고, 서로 비밀 얘기를 하고, 손을 잡고 다니며, 이따금 착하기도 한데, 여럿이 모이면 갑자기 말을 비꼬고 비웃고 시작하는' 이상한 아이들입니다. 여자아이들을 외면하는 녀석의 표정이 딱 밤톨군이 자주 보이는 표정이랍니다.

그런 미셸의 눈앞에 이제껏 만난 어떤 아이와도 '다른' 여자아이가 나타납니다. 바로 프랑스에서 전학 온 카르멘이라는 친구지요. 단짝친구였던 말리크의 집에 잠시 살게 되었다네요. 카르멘 아빠와 말리크 아빠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서로 직장과 집을 잠시 바꾸었다고 해요.

선생님이 정해 준 대로 카르멘의 학교생활 도우미가 된 미셸은 점점 카르멘과 함께 걷는 길이 즐겁고, 만나면 가슴이 설레고, 그 아이 때문에 슬퍼지기도 합니다.

 

밤톨군 녀석도 일학년때는 살짝 관심있어 하는 여자아이가 있었던 듯 했어요. 음, 책 속 미셸의 엄마처럼 살짝 호들갑(?)을 떨기도 했네요. 책을 읽다가 아이에게 슬쩍 물어보게 됩니다.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지요. 녀석은 무엇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며 '지금은 없다' 라고 합니다. 미셸처럼 엄마를 못 믿는 눈치네요.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 모른척 할 걸 그랬나봐요.

매일 아침, 나는 계단을 쏜살같이 뛰어 내려가 아파트 밖으로 달려 나가요.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려요. 모퉁이를 돌면 그 애가 환하게 웃으며 와요. p14


카르멘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스 같았어요. p22

이렇게 가슴이 설레다가도, 어느 날은 침대를 눈물로 적시기도 하지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아이의 표현이 너무나도 섬세하고 어여뻐서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너무너무 슬펐어요. 카르멘이 내 가슴속에 벌레잡이 식물을 키운 것 같아요. 그 식물 주위에는 나비들이 날라다녀요. 그래서 카르멘이 내게 미소를 지을 때면 내 가슴이 간지러운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벌레잡이 식물이 내 심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어요. p26

벌레잡이 식물이라니!  밤톨군은 읽으며 단번에 그 느낌을 이해한 듯 했어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쉽지만 이렇듯 아이의 기쁨과 슬픔, 설레임과 감동이 모두 담겨있지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풍부한 색감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입니다. 부드러운 푸른색이 감도는 배경은 카르멘을 마주칠 때마다 붉어지는 미셸의 얼굴색과 감정의 변화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도록 했다고 하지요. "인물의 배치, 배경과 사물의 구성 등은 회화적이면서도 디자인적인데, 이는 올리비에 탈레크가 뒤페레 응용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경험과 광고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결과"( 그림책, 세계의 작가들 / 시공주니어) 라고 작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의 그림 덕분에 아직 그림책에 익숙한 저학년 아이들이 더욱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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