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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ㅣ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15
크리스티나 본 글, 칼라 이루스타 그림, 장지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크리스티나 본 글 / 칼라 이루스타 그림
책속 물고기
▒ 권장연령 : 5 - 8세 ▒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인간들의 동네에 나타난 파란 코끼리 한마리.
나이가 몇 살인지, 일므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코끼리는 길 끝의 공원에 멈추어 분수의 물을 마시고, 뿌리고~
꽃향기를 맡으며 공원 구석구석을 즐깁니다.
그러나 아직 그림 속에서는 코끼리의 얼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절로 궁금하게 합니다.
마을의 소방관, 경찰관, 수의사와 기자들까지 모두 출동하여 코끼리를 지켜봅니다.
그러나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서 머리만 긁적이지요.

코끼리를 잡읍시다. 코끼리를 묶어놓읍시다. 주사를 놔서 깊은 잠을 자게 합시다.
방송에서는 길잃은 코끼리의 주인을 찾는 방송을 계속 내보냅니다.
여러가지 소동을 벌이는 동네 사람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책 밖의 현실 세계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건 저만의 생각이 아닐 듯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코끼리 주변에 울타리를 만들고, 이름도 지어주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수컷 아기 코끼리에게 '봄날' 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리고 이름을 얻게 된 코끼리는 드디어 그림속에서 얼굴을 드러냅니다.
반짝이는 눈빛, 살짝 분홍빛이 도는 볼.. 분명 아기 코끼리가 맞군요.

공원은 봄날의 집이 되었고, 아이들은 봄날의 등에 올라타서 미끄럼을 타며 놉니다.
봄날도 사람들과 악수하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뛰어다니는 법도 배웁니다.
동네 사람들은 코끼리에게 공원이라는 공간을 나눔하였고, 코끼리와 교감을 하게 되었군요.
이제 코끼리는 동네 사람들의 소중한 이웃사촌이 되었군요.

코끼리의 주인이 등장하며 그려지는 흐름들은
어른들에게는 다소 뻔한 내용으로 약간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림책에서 탄탄한 구조를 그리 따지고 들 필요는 없지 않겠죠.
외로워하는 봄날에게 봄꽃이라는 코끼리도 데려와 만나게 해주고
그리고 공원에는 작은 봄날과 작은 봄꽃들로 가득하게 된답니다.

교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그림책은 아이들이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 우리 동네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겨났어요. 코끼리들이 우리들에게도 행운을 나눠 주었거든요 " 라는
마지막 맺음은 약간 아쉽기도 했습니다.
글이 아니라 은유적인 그림으로 나타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아쉬움.
앞면지와 뒷면지.
모아놓고 보니 서로 바라보는 봄날과 봄꽃.
파란 코끼리와 분홍 코끼리네요.

책 속 코끼리는 분명 작가가 의도한 은유적 표현 이겠죠.
우리가 혹은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낯선 코끼리처럼
어느날 갑자기 만나게 될 여러가지들.
그것은 낯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의 낯선 친구들, 새로 만나는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낯선. 이라는 단어에서 아이들은 다문화 친구들도 떠올려 볼 수도 있겠군요.
낯선 '무엇'인가를 만났을 때
편견없는 시선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그런 자세.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그런 상대적 사고들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큰 선물이 될 듯 합니다.
낯선 "무엇"인가를 어떤 것으로 이야기하실 지는 읽어주시는 이웃님의 몫으로 넘겨봅니다.
읽어주시는 이웃님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을 아이도 함께 바라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