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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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친치아 기글리아노 그림의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란 그림책을 만났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어보며 비비안 마이어라는 인물에 대해 함께 찾아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침 아이가 좋아했던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녀석이 아는 사람이라며 좋아하기도 했었다. 


비비안 마이어란 인물에 대해서는 이렇게 짤막한 단편 지식으로 알기는 했었으나 막상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볼 기회는 없었다. 여러 미디어에서 보여주던 잘 알려진 사진들만 보고 그렇게 호기심을 접었었다. 그러다 이번 「비비안 마이어」 란 '공인된 최초의 전기' 라는 책을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북하우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고, 「윌스트리트 저널」의 최고 마케팅 경영자로 일해왔던 저자는 보통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해온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의 생애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14만 장에 이르는 비비안 마이어의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고, 특유의 끈질김과 인내를 발휘하여 이 책의 집필의 기초를 마련한다.



덕분에 하드커버로 480여쪽에 이르는 이 책  「비비안 마이어」 에는 미출간 작품을 포함한 400여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책 뒷부분에 정리된 찾아보기를 통해 비비언 마이어에 대한 키워드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자가 참조한 방대한 분량의 참고 문헌 또한 수록되어 있다. ( 수록된 도판에 대한 찾아보기까지 제공되었으면 완벽한데! 아쉽게도 제공되지는 않는다. )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의 유년기, 뉴욕에서 보낸 십대 시절을 서술하고, 프랑스와 뉴욕에서의 초기 작품들과 비비안 마이어의 행적을 함께 보여준다. 비비안이 사진 교실에 다녔다거나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뉴욕에 있는 동안 사진계와 교류하려고 노력하는 등, 실제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기술을 습득한 걸로 보인다고 말하는 저자는 '비비안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보편적인 조건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비비안을 설명하고는 한다.'(p142) 라고 말한다. 



비비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인과 함께하는 능력을 발전 시키지 못하고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작업에서 만큼은 인간의 애정을 예리하고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초기 작품의 뮤즈였던, 자신이 돌보았던 조앤과 그 가족을 떠났을 때의 일화는 그녀가 냉정한 사람이라는 여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면서, 비비안 스스로도 '자신이 따뜻함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뉴욕의 뮤즈, 1952년



비비안의 강박적 '저장 장애' 에 대한 이야기도 안타깝다. 어린 시절에 좌절과 분열을 경험한 사람은 정체성 문제와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다 통제감을 얻기 위해 저장 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은 흔히 사람을 신뢰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기며, 감정의 깊은 공허함을 채우려고 사람이 아니라 물건에 집착할 수 있다.'(p265) 라고! 비비안이 보모로 일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비비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의 주제와 기술은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피사체를 조금 덜 보여주는 방식' 이다. '패턴을 인지하고, 공간을 배열하고 구성하며, 프레임 안에서 빛과 움직임을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는 능력'(p270)을 타고났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비비안의 사진에서 배경으로 작용했던 사회문제에 대한 부분 또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비비안은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포괄적이고 본질적으로 고민한 것'(p307) 같다는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향상,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립과 사회정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인종 관계, 뉴욕



비비안의 자화상 사진의 변화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는 가치가 없더라도 그녀에게 중요한, 자신의 개인사와 관련된 아이템을 사진에 담은 오래된 습관에서 그녀의 인생을 유추해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사진을 남기는 일상은 마치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찍는 일상 모습과 같아서 친근감이 들면서, 나도 그녀처럼 기록을 남기도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 사실 나도 일종의 기록광, 어쩌면 저장장애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 그녀가 셀피(Selfie)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컬러 자화상, 시카고, 1970년대 중후반



그림자 자아, 시카고, 1967~1968년


마침 일하는 곳 근처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터라 곧 방문 예정이다.  「비비안 마이어」를 읽으며 비비안의 생애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녀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 중 관심이 가던 작품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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