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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본은 질문이다. 철학자들의 질문은 지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철학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 사회와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일반 철학 입문서와는 달리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 쉬울뿐더러 이해하기도 쉽다.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질문을 파악해보고 우리 현실과 대입해볼 수 있다. 에릭 와이너가 기차 안에서 그 속도로 다가오는 철학의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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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가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많다고 여겼는데 저자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겨워했다. 마르쿠스는 스스로에게 생각을 그만두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를테면 좋은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했다. ‘5분만 더’라고 외치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를 가리켜 철학의 수호성인, 질문의 왕, 질문하는 방식을 바꾸어 질문이 끌어내는 대답을 바꾼 사람이라 일컬었다. ‘이제 철학은 우주에 대해 불확실한 추측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 철학은 삶,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 철학은 실용적이다. 필수적이다.’ (50페이지) 좋은 질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에게 침잠하여 깊이 침묵하는 것. 통찰의 순간이다.


 

세 번째 철학자는 장 자크 루소다. 소설가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산책자였다. 걷기는 자연으로 회귀를 주창한 루소의 철학에 딱 맞았다. 더불어 저자는 캠핑도 글램핑도 가지 않으며 대자연은 성가시다고 말한다. 산책을 해본 사람은 안다. 마음의 상처, 고통 등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고통이 사라진다. 매 걸음마다 부담이 덜어지고, 누가 내 신발에 공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가벼워진다. 대지의 진지함, 또한 가벼움을 느낀다. 타박. 타박. (106페이지 )


 

자연주의 철학자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빼놓을 수 없다. 소로는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을 때, 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137페이지 )라고 했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라는 소로의 충고에 저자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모기도 많을뿐더러 에어컨도 커피도 없다고 말이다. 철학자처럼 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에피쿠로스와 그의 정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테네에 있는 저자는 에피쿠로스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게 된다. 충분히 가졌으나 행복하지 않은 아테네인을 관찰하며 자신의 감각을 갈고 닦았다.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인생의 커다란 쾌락 중 하나라고 보았다. 고통을 완화하고 쾌락을 증진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외에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도 살펴 볼 수 있다. 니체의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었다. 저자는 니체는 읽기 즐거우면서 동시에 읽기 버겁다고 했다. 읽기 즐거운 것은 문장의 명료함과 상쾌한 단순함이며, 읽기 버거운 것은 소크라테스처럼 확고한 신념에 의문을 품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철학이 재미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에릭 와이너처럼 철학을 말한다면 재미있고도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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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딸은 그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누구나 잘 늙어가고 싶다. 보부아르에게 늙어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그 열 가지 방법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

아무것도 하지 말 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길게 말할 필요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없앨 수는 없다. 삶을 함께 이어갈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하며, 자리를 넘겨줄 줄 알아야 한다.

 


잘 늙는 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죽는 법이 아닐까. 주변에서 죽음 소식을 간혹 듣는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잘 죽고 싶다는 거다. 죽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몽테뉴 철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믿을 것. 자신의 경험을 믿을 것. 자신의 의심도 믿을 것. 경험과 의심의 도움을 받아 인생을 헤쳐 나가고 죽음의 문턱을 향해 다가갈 것. 타인과 스스로에게 놀라워하는 능력을 기를 것. 스스로를 간질일 것. 가능성의 가능성에 마음을 활짝 열 것. (501페이지)

 


죽음의 존재를 인정하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살아있기에 느끼는 감정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삶에 깊은 의미를 갖고,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가치를 말하는 책이었다. 철학 입문서라고 해도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철학자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현재의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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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탐정 조즈카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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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꽤 가볍게 여겨지는 소설이었다. 비취색 눈동자를 한 인형같은 외모를 한 영매 소녀 조즈카라는 설정부터가 시선을 끌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은 추리나 증거가 필요하지만 영매는 그 사건 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영시를 보게 된다. 경찰은 증거로 채택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그 사건을 추론하여 살인자로 하여금 자백을 이끌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자가 추리소설가 고게쓰 시로이며, 고게쓰를 돕는 영매가 조즈카 히스이다. 고게쓰는 추리소설가지만, 경찰에게 협조하여 살인사건을 해결한 경험으로 한 부인의 부탁을 받는다. 간토 지방의 사체 유기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거였다. 고게쓰 시로가 조즈카 히스이와 함께 해결한 사건은 우는 여자 살인, 수경장 살인 그리고 여고생 연쇄 교살 사건이다. 고게쓰의 대학 사진부 후배 유이카의 부탁으로 영매 히스이를 방문하게 되면서 히스이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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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를 통하여 사람의 과거 혹은 현재, 미래를 보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에 의지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작년 봄, 친구 따라가 본 곳에서 설명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보고는 믿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즈카 히스이의 마지막 설명에도 모두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이고도 집요한 추리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영시를 보는 능력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도 히스이의 설명 부분에서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었다. 두 번째 읽어보니, 히스이가 이끄는 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남자를 보고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수많은 단서를 제공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해리도 말하지 않았던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장면을 훑어보라고 했다. 전체를 둘러보고, 둘러보았던 장면을 시일이 지난 후에도 머릿속으로 불러올 수 있어야 했다. 무언가 어긋나는 점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셜록 홈스도 마찬가지였다. 몸짓 하나, 물건 하나를 보고서도 사건이 말해주는 단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왓슨에게 설명해주는 장면은 통쾌하고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만 같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작부터 수많은 단서와 트릭을 숨겨두고 독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은 사체 유기 사건을 저지르는 인물도 영매 때문인지 진짜 사신이 아닐까 의심을 했던 것 같다. 독자는 아무래도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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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이유로 살인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심각하고도 심오한 질문을 건네는 일이었으리라. 살인하면서 사후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것과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사람도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는 그 답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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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해결하는데 조즈카 히스이가 큰 역할을 했다. 의외였다. 가벼운 영어덜트 소설 같으면서 수많은 트릭을 숨겨둔 미스테리 소설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현재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그들이 가진 고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영매 탐정 조즈카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 게 나뿐만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다른 조즈카를 보여줄지 그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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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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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지금의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페미니스트라 칭하지는 않아도 관련 책을 읽거나 소설을 읽으며 우리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성이어서 포기한 것들을, 참았던 것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페미니즘을 말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역할을 조남주 작가가 일조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의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다. 청소년부터  80대의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과 그 역할을 말하는 소설이다. 다시 혹은 다르게 말하는 여성 서사로 새로운 여성상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 마치 실제 경험한 것처럼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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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 아래」와  「오로라의 밤」은 노년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매화나무 아래」는 팔십 대의 여성이 요양원에 입원해있는 언니를 방문하며 어릴 적 추억과 이름에 관한 기억을 소환한다. 언니들 이름은 금주, 은주인데 자기의 이름은 왜 동주가 아닌지. 말녀 밑으로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도 동주로 불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부모에게 말해준 게 금주 언니였다. 더불어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게 의미 없는 치료라고 할 수 있는가를.

 


「오로라의 밤」은 좀 더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다. 고등학교 교감으로 있는 쉰일곱의 문효경은 여든 살의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들과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는  「매화나무 아래」의 김동주다. 지혜는 손자 한민이를 효경의 시어머니와 효경이 퇴근 후 돌보아주었으면 싶다. 효경은 아이 보는 게 싫고 지혜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다. 오로라를 보고 싶은 효경은 시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떠난다. 눈밭에 누워 오로라를 보며 소원을 비는데 효경은 한민이 보기 싫다고 외치고, 시어머니는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 한다. 죽을 때 곱지 않더라도 이 좋은 세상 오래오래 숨 붙이고 있을 거라고 외치는 시어머니의 소원에 효경은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언니의 죽음을 바라보며 흩날리는 눈발이 그저 꽃 같았던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풍경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일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 준비하는 것 ,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 눈물이 멈췄다 . (「오로라의 밤」, 250페이지 )


 

「오로라의 밤」에서 삼십대, 오십대, 팔십대 여성을 내세워 그들만의 고민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었으면 하는 딸의 마음, 딸의 아이를 보기 싫은 엄마, 젊었던 며느리가 대학원 다닌다고 싫어하고만 있었던 걸 후회하는 늙은 시어머니. 남아있는 나날이 그저 아름답고 열정적이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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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노년이 있다면 그 시작인 청소년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무사히 청소년기를 보낸 데 대한 안도감을 갖게 된다.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청소년기의 여성을 바라보게 한다. 학교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공부 잘하는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앉아있는 여자아이의 치맛자락을 찍었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학폭위에 넘겼다. 딸 주하도 비슷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어 찰칵 소리만 나도 눈앞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남자애들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주하는 업데이트 좀 하라는 소리를 했다. 오래전 폭력 때문에 엄마의 상담소에 찾아왔던 여자들을 기억하며 비로소 주하를 이해하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우리의 엄마들은 남편의 그늘에 가려 집에서 큰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 엄마를 자식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년퇴직 후 가출한 아버지 때문에 모인 삼형제는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가족회의를 한다. 여벌의 옷을 챙기지도 않고 간소한 차림으로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야기  「가출」이다. 차라리, 출가하지 왜 가출이냐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녀. 공과금 등 모든 은행 업무를 보았던 아버지였기에 엄마는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우왕좌왕하는 자식들 틈에서 엄마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낸다. 가출한 아버지를 기다리며 출가한 자식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해 먹으며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 ( 「현남 오빠에게」, 190페이지) 라고 과감히 외쳤던 여성의 이야기는 페미니즘 소설집에서 읽은 적이 있어 다시 읽고는 또 감동하였다.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자기의 뜻대로 행동하게 하는 가스라이팅을 나중에야 깨닫는 여성으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싶다. 혹시 내가 그렇지 않은지, 자기 의지로 행동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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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2020」은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상황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5학년의 승민과 서연은 비밀리에 사귀는 사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헤어지는 아주 어린 커플의 이야기다. 헤어지자는 서연의 말에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 몰래 모아 건넸던  KF94  마스크를 다시 돌려달라는 승민이를 보는데 왜 웃음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나이를 떠나 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인데 말이다.


 

남성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여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어떤 게 싫은지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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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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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주 해보았을 생각.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 지긋지긋한 직장 때려치우고 싶다 라는 거다. 남들 직장에 있을 때, 어딘가를 여행하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미래를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 한다. 십 대에 우리 집이 부자였으면 하고 바랐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한달 한달 버티기 위해 월급을 쪼개 쓰고, 급여일이 다가오면 현금이 없어 쩔쩔매는 생활을 한다. 이럴 때 단돈 몇십만원 이라도 누군가 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간절함을 아는 사람은 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한다. 월급을 쪼개 돈을 모아 적금을 하던가  주식에 투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드물다. 은행 직원의 요청으로 외환 적금과 적립식 펀드를 시작했었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 투자했던 원금이 계속 빠지자 굉장히 불안했다. 주식이나 투자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투자방법이란 걸 알았다. 그 불안함이 싫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는 생각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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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망한 사람도 보았고, 가진 것을 털어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한순간에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우려를 하게 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가상화폐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게 된다.

 

마론제과에서 근무하는  B03, 즉  ‘무난이들’ 3인방은 기업에 입사했으나  5평, 6평, 9평의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까지 가지고 있는 사원들이다. 올해의 야근 직원으로 부상까지 받았지만, 근무평가는 이들의 말로 무난이다. 무난이들  3인방은 함께 모여 밥도 먹고 몰래 만나서 회사 사람들 흉도 보는 등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스낵팀의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강은상, 회계팀의 김지송은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어 서로를 친자매처럼 여겼다.

 

회사에서  ‘강은상회 ’라는 이름을 걸고 직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팔았던 은상 언니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 돈을 굴리고 싶어했다. 셋이 함께 점심을 먹은 날 입가에 비식비식 배어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은상 언니를 보고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가상화폐라고 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돈이 계속 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가 배어난 것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지송과는 달리 다해는 가상화폐 투자가 궁금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것이. 지지부진한 회사 생활에서 활력소가 될 것 같았다. 물론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일확천금을 노렸다. 비록 검색 사이트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심 불안했다. 가상화폐라는 게 등락을 넘나드는데 전 재산을 털어 채굴해서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우려를 했던 것 같다. 투자했던 가상화폐가 휴지조각이 되어 다해와 은상 언니를 힘겹게 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다해가 은상 언니를 따라 투자한 순수익이  1억이 넘은 날, 부정적이었던 지송이까지 투자에 뛰어들어 우려를 가중시켰다.


 

취직하기도 힘든 요즘, 하루하루가 버거운 청춘들을 위한 소설 같았다. 비록 가상의 상황이지만  3억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혹은 즐거움이었다. 물론 가상화폐의 그래프가 등락할 때 투자한 사람들의 마음은 널뛰기했을 것이다. 떡락을 할 때는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떡상을 할 때는 온 세상을 가진듯했을 것이다. 다소 위험하지만 투자한 가상화폐가 올랐을 때의 그 희열은 경험한 자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여행을 갈 때 대부분 차 한 대에 함께 타고 다닌다. ‘각자의 핸들에 각자의 엑셀을 밟는다.’ 라는 표현은 각자의 차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문장만 보아도 이들이 어떤 결과를 가졌는지 예상할 수 있다 .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즐거웠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일확천금을 가졌다는 쾌감 같은 게 느껴졌다. 결말이 좋았다. 특히 정다해가 선택한 결정이 좋았다. 다해가 가진 돈은 비록 힘든 직장생활이어도 이제는 즐거움의 원천이 될 것이다. 삶의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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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 당신이 커피에 관해 알고 싶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정증보판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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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 전 물을 올리고 그라인더에 두 잔 분의 커피를 갈아 드리퍼에 물을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드립을 하면서 볼 일을 조금씩 보는데 바쁘긴 하나 모닝커피만큼은 생략할 수 없다. 한 잔 분의 커피는 가방에 따로 담아 출근하여 점심 후 내려 마신다. 이 글을 쓰는 아침에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를 갈았다. 몇 종류의 커피를 구매해 매일 원두를 달리해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이 크다.


 

커피 원두를 직접 사기 전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제일 맛있었다. 진한 커피가 좋아 즐겨 마셨었는데 지금은 스타벅스보다 내가 구매한 커피가 더 맛있다. 원두를 구매할 때마다 종류를 달리해 그 다양한 맛을 즐기고 있다. 작년 이맘때 스타벅스에서 여름 프리퀀시로 가방을 준 적이 있었다. 가방을 받기 위해 스타벅스 매장에 버린 커피가 어마어마하다고 했었는데 올해엔 아이스박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열심히 모으는 중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는 굿즈가 갖고 싶어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커피 회사도 굿즈가 커피 판매로 이어지는 것을 노린 거 같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게 하는 마케팅.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커피에 관련된 역사는 그동안 읽어왔던 책에서도 간단하게 접한 적 있다. 커피의 발상지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이름의 염소 치기 이야기는 커피의 유래설로 유명하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가 발견된 이후  아라비아 수피교 수도승들이 졸지 않고 밤새워 기도하기 위한 용도로 마시면서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 커피 광풍은 1650년 옥스퍼드 대학교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그리스인 파스쿠아 로세는 커피하우스를 개점하며 커피의 장점을 광고했다. 광고에 의학적 주장까지 폈는데, '커피가 소화를 촉진하고 두통, 기침, 폐결핵, 부종, 통풍, 괴혈병을 낫게 하며, 졸음을 예방하여 밤샘을 해야 할 경우에 유익합니다,' 라고 했다. 카페인이 들어 있어 잠을 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했던 노동자들은 허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약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커피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약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열강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에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커피 재배, 수확, 가공에 대한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이 인력을 수입 노예로 충당하였다. 커피 농장 주인들은 자기 밭을 가꾸고 있던 노동자들을 끌고 와 임금도 주지 않고 부려 먹으며 자신의 부를 축적했다. 커피 산업은 노동자를 착취해 왔을 뿐만 아니라 투기와 정치, 날씨 혹은 전쟁의 위기에 따라 커피 가격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주에는 주로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브라질 커피를 번갈아 가며 마셨다. 브라질 커피의 고소한 맛이 입맛에 맞아 한두 달에 한 번씩 구매하게 된다. 커피 왕국이라고 할 만한 브라질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니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였던지 노예제가 가장 늦게 폐지되었다고 한다. 브라질은 커피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여 커피를 재배하는 방법이 현재까지도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고지대에서 재배된 커피콩은 발육이 서서히 진행되어 저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콩보다 더 진하고 풍미가 깊은 편이다. (94페이지) 대다수 브라질 커피는 잘 익은 열매만을 골라 따는 선별 수확이 아니라 한 번에 모든 열매를 손을 훑어 따 수확한 뒤에 건조 처리를 하는 건식법을 사용한다. 열매를 얇게 잘 펼쳐 주지 않으면 과피 안에서 발효가 일어나 불쾌하거나 상한 맛이 나기 쉽다. 반대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이용한 그늘 재배로 커피를 길러 왔고, 습식법을 이용하여 결점이 적은 상질의 커피콩을 얻을 수 있다. 이 커피는 산도가 높고 향이 풍부하며 깔끔한 풍미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 다만 습식법은 인증받은 유기농 커피조차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현재는 대안으로 커피 열매의 과육을 껍질째 커다란 구덩이 안에 쌓았다가 퇴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커피는 전쟁 시에도 군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었다. 남북전쟁은 군인들에게 평생 커피에 맛 들이게 했다고 하는데, 배급품에 생두가 포함되었다. 커피 가루는 금방 산패되기 때문에 군인들은 통생두를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 갈아 쓰는 것을 선호했고, 취사병은 휴대용 그라인더를 가지고 다녔다. 전쟁 중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라인더를 가지고 다니는 군인들을 상상해 본다. 영화 속에서 마주하던 장면이었으나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커피 한 잔은 굉장한 위안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제1차 세계대전은 브루잉한 커피에서 추출한 커피 결정체를 정제하려는 착상을 생각해 내 진짜 커피 맛이 나는 인스턴트 커피를 시장에 내놓았다. 세계대전 동안 군인들에게 커피 인기가 높았다는 건 두말 할 필요 없다. 


 

1930년대에 닥친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그 뒤로 수년간 커피는 물론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하락하고 대량 실업에 시달리는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검은 음료를 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50페이지)

 


 

 

미국 시민들은 커피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왜 그렇게 어김없이 흥분했을까? 그런 소동 뒤에는 라틴아메리카인과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가 깔린 불신이 숨겨져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577페이지)

 


이번 주에는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 커피를 주문했다. 그 향기와 맛이 벌써 기대된다. 내 취향에 맞아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이 글을 쓴 저자는 프레스포트를 이용하는 것 같다. 프레스포트를 다시 꺼내어 브루잉 해보고 싶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잔혹한 역사를 알고 나면 우리가 왜 커피를 마시는지,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그 맛이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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