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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 당신이 커피에 관해 알고 싶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정증보판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매일 아침 출근 전 물을 올리고 그라인더에 두 잔 분의 커피를 갈아 드리퍼에 물을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드립을 하면서 볼 일을 조금씩 보는데 바쁘긴 하나 모닝커피만큼은 생략할 수 없다. 한 잔 분의 커피는 가방에 따로 담아 출근하여 점심 후 내려 마신다. 이 글을 쓰는 아침에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를 갈았다. 몇 종류의 커피를 구매해 매일 원두를 달리해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이 크다.
커피 원두를 직접 사기 전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제일 맛있었다. 진한 커피가 좋아 즐겨 마셨었는데 지금은 스타벅스보다 내가 구매한 커피가 더 맛있다. 원두를 구매할 때마다 종류를 달리해 그 다양한 맛을 즐기고 있다. 작년 이맘때 스타벅스에서 여름 프리퀀시로 가방을 준 적이 있었다. 가방을 받기 위해 스타벅스 매장에 버린 커피가 어마어마하다고 했었는데 올해엔 아이스박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열심히 모으는 중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하는 굿즈가 갖고 싶어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커피 회사도 굿즈가 커피 판매로 이어지는 것을 노린 거 같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굿즈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게 하는 마케팅.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커피에 관련된 역사는 그동안 읽어왔던 책에서도 간단하게 접한 적 있다. 커피의 발상지로 추정되는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이름의 염소 치기 이야기는 커피의 유래설로 유명하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가 발견된 이후 아라비아 수피교 수도승들이 졸지 않고 밤새워 기도하기 위한 용도로 마시면서 사람들에게 파고들었다. 커피 광풍은 1650년 옥스퍼드 대학교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그리스인 파스쿠아 로세는 커피하우스를 개점하며 커피의 장점을 광고했다. 광고에 의학적 주장까지 폈는데, '커피가 소화를 촉진하고 두통, 기침, 폐결핵, 부종, 통풍, 괴혈병을 낫게 하며, 졸음을 예방하여 밤샘을 해야 할 경우에 유익합니다,' 라고 했다. 카페인이 들어 있어 잠을 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했던 노동자들은 허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약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커피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마약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열강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에 커피 재배를 시작했다. 커피 재배, 수확, 가공에 대한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해지자 이 인력을 수입 노예로 충당하였다. 커피 농장 주인들은 자기 밭을 가꾸고 있던 노동자들을 끌고 와 임금도 주지 않고 부려 먹으며 자신의 부를 축적했다. 커피 산업은 노동자를 착취해 왔을 뿐만 아니라 투기와 정치, 날씨 혹은 전쟁의 위기에 따라 커피 가격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주에는 주로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브라질 커피를 번갈아 가며 마셨다. 브라질 커피의 고소한 맛이 입맛에 맞아 한두 달에 한 번씩 구매하게 된다. 커피 왕국이라고 할 만한 브라질의 커피 역사를 살펴보니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서였던지 노예제가 가장 늦게 폐지되었다고 한다. 브라질은 커피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여 커피를 재배하는 방법이 현재까지도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고지대에서 재배된 커피콩은 발육이 서서히 진행되어 저지대에서 재배되는 커피콩보다 더 진하고 풍미가 깊은 편이다. (94페이지) 대다수 브라질 커피는 잘 익은 열매만을 골라 따는 선별 수확이 아니라 한 번에 모든 열매를 손을 훑어 따 수확한 뒤에 건조 처리를 하는 건식법을 사용한다. 열매를 얇게 잘 펼쳐 주지 않으면 과피 안에서 발효가 일어나 불쾌하거나 상한 맛이 나기 쉽다. 반대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이용한 그늘 재배로 커피를 길러 왔고, 습식법을 이용하여 결점이 적은 상질의 커피콩을 얻을 수 있다. 이 커피는 산도가 높고 향이 풍부하며 깔끔한 풍미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 다만 습식법은 인증받은 유기농 커피조차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현재는 대안으로 커피 열매의 과육을 껍질째 커다란 구덩이 안에 쌓았다가 퇴비로 사용한다고 한다.

커피는 전쟁 시에도 군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었다. 남북전쟁은 군인들에게 평생 커피에 맛 들이게 했다고 하는데, 배급품에 생두가 포함되었다. 커피 가루는 금방 산패되기 때문에 군인들은 통생두를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 갈아 쓰는 것을 선호했고, 취사병은 휴대용 그라인더를 가지고 다녔다. 전쟁 중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라인더를 가지고 다니는 군인들을 상상해 본다. 영화 속에서 마주하던 장면이었으나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커피 한 잔은 굉장한 위안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제1차 세계대전은 브루잉한 커피에서 추출한 커피 결정체를 정제하려는 착상을 생각해 내 진짜 커피 맛이 나는 인스턴트 커피를 시장에 내놓았다. 세계대전 동안 군인들에게 커피 인기가 높았다는 건 두말 할 필요 없다.
1930년대에 닥친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그 뒤로 수년간 커피는 물론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이 하락하고 대량 실업에 시달리는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검은 음료를 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50페이지)

미국 시민들은 커피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왜 그렇게 어김없이 흥분했을까? 그런 소동 뒤에는 라틴아메리카인과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가 깔린 불신이 숨겨져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577페이지)
이번 주에는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 커피를 주문했다. 그 향기와 맛이 벌써 기대된다. 내 취향에 맞아 주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이 글을 쓴 저자는 프레스포트를 이용하는 것 같다. 프레스포트를 다시 꺼내어 브루잉 해보고 싶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잔혹한 역사를 알고 나면 우리가 왜 커피를 마시는지,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그 맛이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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